4.3특별법 '위자료' 당.정 합의안 논란..."국가 배상책임 왜 빠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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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특별법 '위자료' 당.정 합의안 논란..."국가 배상책임 왜 빠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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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위자료' 합의안 놓고 정치권.4.3단체 반응 엇갈려
민주당-도의회 4.3특위 "환영"...국민의힘 제주도당 "국가책임 회피"
4.3범국민위 "시혜성 안돼...국가폭력 피해회복조치임이 전제돼야"

제주4.3특별법 전부개정안의 최대 쟁점이었던 희생자 배.보상 문제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국가배상이 아닌 '위자료 지원'으로 합의한 것을 놓고 논란이 분출되고 있다.

당초 4.3유족과 제주사회에서 요구해온 국가 차원의 '배상'은 수용되지 않은데 따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지난 18일 최고위원회에서 발표한 당정 합의안을 보면, 배.보상 쟁점 조항은 '위자료 등의 특별한 지원을 강구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이 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제주4.3특별법 전부개정안에 대한 정부와 당의 협의가 마무리됐다"면서 "여당과 정부는 제주4·3사건의 희생자로 결정된 사람에 대하여 위자료 등의 특별한 지원을 강구하는 내용을 담아 합의했다"고 밝혔다.

당정 협의에 따른 4·3특별법 개정안 제17조는 "국가는 제13조에 따라 희생자로 결정된 사람에 대하여 위자료 등의 특별한 지원을 강구하며 필요한 기준 마련을 위해서 노력한다"으로 수정된다.

당정은 이 조항과 관련한 부대의견으로서 "국가는 제주 4·3 사건 희생자에게 위자료 등의 재정지원을 위한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지원방안을 조속히 마련한다"는 내용을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내년 행정안전부의 연구용역을 통해 지급 방식과 기준, 절차 등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용역기간은 6개월 정도로 계획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당정 합의안은 당초 국가의 잘못을 인정해 배.보상을 요구했던 유족 및 제주사회의 요구에 못 미치는 수위의 내용으로, 적지 않은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국가의 잘못을 인정해 응당 배상하는 차원이 아니라, 다분히 '시혜성 지원'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는 배.보상 문제에 대해 과도한 재정부담을 이유로 불가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다가 이번에 '국가 배상' 대신 '위자료 등의 특별한 지원 강구'라는 내용으로 바꿔 합의를 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합의의 의미를 높이 평가하며, 12월 임시국회에서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배상' 대신 '위자료 지급'의 합의 내용을 두고 정치권에서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 민주당-도의회 4.3특위 "위자료 보상 당정합의안 환영"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4.3특별위원회는 합의안에 대해 '환영'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제주도당은 지난 18일 논평에서 "드디어 제주4.3 해원(解寃)의 길이 열렸다"면서 "이제 1월 8일까지 예정된 임시국회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민주당은 당·정 합의내용을 바탕으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및 법사위원회 심의를 마치고 반드시 본회의 통과를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배상' 부분이 빠진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평을 하지 않았다. 이번 합의안 그대로 조속히 통과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제주도의회 4.3특별위원회도 제주도당과 비슷한 '환영' 입장을 내놓았다. 4.3특위는 지난 21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며 "배상을 보상으로 해 제주4.3사건으로 희생된 희생자 생존희생자 및 유족의 국가 차원의 위자료 수준의 보상 합의를 통해 법안 통과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제주도당과 도의회 4.3특위 모두 '위자료 지급' 보상합의에 대해 별다른 이견 없이 합의안대로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 국민의힘 제주도당 "시혜적 지원 안돼...국가책임 회피, 동의못해"

반면,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이번 합의안에 대해 "국가책임을 회피하는 '지원'합의에 원칙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21일 정책논평을 통해 "이낙연 대표가 밝힌 부분 중 '위자료 등의 특별한 지원'은 제주4·3 희생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국가가 시혜적 조치를 하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4·3희생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한다면, 국가는 배·보상을 해야지 ‘지원’이 웬 말인가"라며 "지원은 잘못을 인정하는 행위가 결코 아니다. ‘위자료 등의 지원’에 동의할 수 없고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위자료 등의 특별한 지원 문구는 4·3희생자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며 "행정적으로 지원은 시혜적 조치이지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22일 오전 열린 국민의힘 제주도당의 운영소위원회에서는 한층 날선 비판을 가하며 현재의 합의안을 그대로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 4.3범국민위 "국가폭력 피해회복조치임이 법률에 명시돼야"

이러한 가운데, 그동안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해 온 4.3단체에서도 이번 합의에 대해 다소 당혹해 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제주4.3범국민위원회는 22일 당정 합의안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국가폭력에 대한 피해회복 조치'로서 위자료임을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는 '조건부 수용' 입장을 밝혔다.
 
범국민위는 "기획재정부가 예산의 문제로 줄곧 발의된 개정안 원안의 통과를 가로막은 상태에서 도출된 현 합의안에 문제가 있다"며 "'위자료 등 특별한 지원'은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와 역대 대통령의 사과에서 분명하게 확인된, 주민 희생에 대한 국가의 책임에 대한 이행임을 부정하고 국가의 재량이나 시혜 차원으로 인식될 우려가 있는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위자료 지원이 국가폭력에 따른 피해 발생에 대한 정당한 배상이 아니라, 마치 유족들에게 시헤를 베푸는 것처럼 비춰질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또 "재정 문제를 계속 언급하면서 희생자들에 대한 배․보상을 사실상 거부해 온 기재부의 태도로 보아 향후 구체적인 지급과정에서 어떻게 그 뜻이 왜곡될지 우려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따라서 불가피하게 ‘위자료 등'의 표현을 넣는다면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로서 위자료 등을 지급한다'로 수정해, 국가폭력피해자에 대한 책임으로서의 지원임을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대 의견으로 위자료 지급에 대해 ‘연구용역을 하고 나서 강구한다’는 내용은 삭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국민위는 이의 이유로, "4.3특별법 제정 이후 정부는 지금까지 20년 동안 이 문제를 외면해 왔고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에서 두 번이나 배․보상의 원칙을 밝혔음에도 현재까지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며 "지금까지 행안부와 기재부가 고의적으로 이에 관한 연구와 조사를 거부해 왔는데 이제 와서 다시 ‘연구용역을 하고 강구한다’면 과연 언제 희생자들에 대한 배·보상이 이뤄질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범국민위는 "이번에 개정될 제주4·3특별법에는 배·보상원칙을 명시하고 피해구제를 지급할 국가의 책임을 법률규정으로 못박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정안 제17조에 대해 1항은 '국가는 제13조에 따라 희생자로 결정된 사람에 대해 피해 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로서 위자료 등을 지급해야 한다'로, 2항은 '위자료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로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이번 합의안을 바탕으로 12월 임시국회 처리입장을 밝혔으나, '위자료 지급'에 대한 도민사회 수용여부가 관건이다. 

비록 민주당과 도의회 4.3특위에서 환영 입장을 밝혔다고 하나, 4.3유족회 및 4.3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4.3특별법 개정쟁취 공동행동'은 아직 공식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여기에 현재 정치권에서도 '배.보상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다른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는데다, 4.3범국민위도 '국가책임' 부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조건부 수용 입장을 제시하면서 당정 합의안의 추가 수정 필요성은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제주4.3희생자유족회(회장 송승문)는 22일 긴급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개최한 결과, "특별법 개정안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키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유족회는 "다만, 토론 과정에서 ‘배·보상’이 아닌 ‘위자료’라는 점 등에 대해 이견이 있었다"고 전제하고, "이후 용역수행과정에서 유족의 의견을 꾸준히 전달한다는 전제하에 이를 수용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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