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자립의 시작, 보조기기 선택권..."내 몸은 내가 선택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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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자립의 시작, 보조기기 선택권..."내 몸은 내가 선택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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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인권이야기] 박준희 / 서귀포시장애인보조기기대여센터
박준희 / 서귀포시장애인보조기기대여센터 ⓒ헤드라인제주
박준희 / 서귀포시장애인보조기기대여센터 ⓒ헤드라인제주

'장애인·노인 등을 위한 보조기기의 지원 및 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명시된 기본이념은 다음과 같다.

이 법은 장애인·노인 등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보조기기를 편리하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이들이 자아를 실현하고, 완전한 사회참여와 삶의 질 향상을 통하여 사회통합을 이루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한다.

기본이념에서는 ’장애인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보조기기를 편리하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보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서귀포시장애인보조기기대여센터에서 대여업무를 맡은 내가 직접 당사자분들과 이야기를 했을 때 들은 이야기는 그러한 기본이념과 달라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장애인이 보조기기 구매 시 중요한 사항은 크게 정보제공, 보조기기의 선택, 보조기기 구매 비용지원 등 3가지로 구분이 된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더 자세한 사항이 있지만 이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먼저 정보제공에 관해 이야기를 하면 정보제공이란, 보조기기 교부사업이 이루어질 때 ‘지원을 희망하는 분들에게 지원사업을 진행하니 참고하세요.’라고 알려주는 것이다. 이를 지자체에서 담당하고 경우, 지자체는 장애인보조기기 교부사업에 관한 사항의 홍보를 철저히 하여야 한다고 되어있다. 직접적인 홍보는 교부사업에 해당하는 분들에게 우편으로 직접 통보를 하는 것이다.

지금 현시점에서 지자체의 홍보를 평가해보자면 나는 자신 있게 미흡하다고 답할 수 있다. 현재는 의무적으로 최소한의 홍보만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최소한 유관 기관과 협력하여 더 적극적인 홍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차적으로 이용자분들에게 연락하는 건 기본이고 더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제공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자체 관내에 있는 보조기기를 관리하는 센터들이다. 보조기기를 대여해주고 수리를 해주는 센터에 정보제공을 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이용자분들에게 정보제공을 할 수 있게 된다. 이용자분들을 직접 더 자주 만나는 것은 보통 지자체 담당자들보다 센터 담당자들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보조기기의 선택에 관한 것이다. 보통 물건을 구매할 때 어느 물건이든 물건에 대해 파악하고 물건을 선택하여 구매하게 된다. 보조기기는 내 몸의 일부와도 같다. 이러한 보조기기를 구매할 때 선택의 폭이 제한되는 것이 바람직할까. 예를 들면, 휠체어의 경우 의자폭, 바퀴 사이즈, 타이어, 휠, 핸드림에 관하여 꼼꼼히 살펴보고 나와 맞는 보조기기를 선택 하게 된다.

하지만 교부사업으로 보조기기를 구매를 할 때에는 브랜드는 물론 모델까지 정해져 있어 그중에서만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여가생활을 하기 위한 물건을 구매하는 것도 아니고 일상생활에서 내 몸의 일부로써 쓰이는 물건에 있어서 선택의 폭이 제한되는 상황은 선택권에 대한 침해라고 생각한다. 센터에서 일하게 되면서 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선택권’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 선택권에 제한을 두게 되면 자립을 막는 것이나 다름 없다. 따라서 이제는 장애인의 선택에 제한을 두는 것이 아닌 그 선택을 존중하는 길로 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조기기 구매비용 지원이다. 보조기기 구매 비용은 지원 품목을 나눠서 품목마다 지원금액과 내구연한이 다르게 되어있다. 금액은 최소 2만 원에서 최대 150만 원까지 내구연한은 최소 1년에서 최대 10년까지 다양하게 되어있다.

현재의 보조기기 구매비용 지원을 효과적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을 얘기해보고자 한다. 바로 개인예산제이다. 개인예산제는 장애인등급제 폐지와 같이 논의가 되는 이슈이며 앞서 언급한 보조기기의 선택과 연장선에 있는 것이기도 하다. 쉽게 말하면 장애인의 서비스 욕구 총량을 정하고, 총량 안에서 서비스의 종류, 제공받는 방식, 제공받는 기관 등 관련된 선택과 결정을 장애인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방식이다. 이로써 지원의 효과성 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서비스 자체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게 된다.

개인예산제를 보조기기 교부사업에 대입해보면,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보조기기를 구매할 때, 보조기기의 브랜드, 모델, 그리고 세부사항을 직접 정할 수 있고 당사자가 그런 과정을 통해 선택한 기기를 최종적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개인예산제는 보조기기 구매 외에 여타 모든 서비스에 도입이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장애인은 자신의 우선순위를 고려할 수 있게 되고 자신이 필요한 것을 더 생각할 수 있으며 필요 없는 서비스는 줄일 수 있다. 이처럼 넓은 선택의 폭은 예산의 편성 자체를 더욱 필요한 서비스 집중하고 불필요한 예산 낭비는 줄일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장애인 선택권의 실현은 진정한 의미의 장애인 자립을 위해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B(Birth)와 D(Death) 사이에는 C(Choice)가 있다.’ 우리는 중대사는 물론 일상의 작은 일 하나하나 자신의 선택으로 살아간다. 그 선택이 잘된 선택이든 잘못된 선택이든 우리는 그 선택의 결과로 경험을 쌓아가고 그 경험이 재산이 되어 살아간다. 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그러한 선택에 제약을 받아야 하고 남이 정해준 대로 살아가야 하는가?

장애인이라고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고 비장애인이라고 올바른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다. 실패를 통해 잘못된 것을 보완하고 성공한 선택으로 자신감을 찾아가는 그러한 삶이 우리 모두에게 보장되어야 한다. 자신의 삶을 자신이 선택하고 자신의 몸과 같은 보조기기를 선택하고 그 선택을 통해 자립의 삶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가고 세상을 향해 한 발짝 더 나아가는 그런 세상을 꿈꾼다. <박준희 / 서귀포시장애인보조기기대여센터>

<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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