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제주4.3 수형인 재심 8명에 모두 '무죄' 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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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제주4.3 수형인 재심 8명에 모두 '무죄' 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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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재심 첫 공판서 무죄 구형..."입증할만한 증거 없다"
檢 "소송기록도 없어...피해자 명예 회복되길 바란다"
김두황 할아버지와 4.3수형생존인 7명은 재판이 끝난 뒤 제주지법 정문 앞에서 검찰 구형에 대한 소감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김두황 할아버지와 4.3수형생존인 7명은 재판이 끝난 뒤 제주지법 정문 앞에서 검찰 구형에 대한 소감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72년 전 영문도 모른채 끌려가 불법 군법회의를 통해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구순의 4.3수형인들에 대한 재심 재판이 시작된 가운데, 검찰이 첫 재심 재판에서 청구인 전원에게 무죄를 구형했다.

16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심리로 열린 4.3수형인 8명에 대한 재심 재판 첫 공판에서 검찰은 이들 수형인 모두에게 무죄를 구형한다고 밝혔다.

이번 재심 재판 청구인은 총 8명으로, 이중 불법군법회의에 의한 피해자는 서귀포시 성산읍 난산리의 김묘생 할머니(92. 서귀포시 성산읍)를 비롯해, 김영숙(90. 제주시), 김정추(89. 부산시), 송순희(95. 인천시) 할머니와 장병식(90. 서울) 할아버지, 그리고 지난 3월과 7월 타계한 고(故) 변연옥 할머니(향년 91세. 경기도 안양)와 고 송석진 할아버지(향년 94세. 일본 도쿄) 7명이다.

함께 재심을 청구한 김두황 할아버지(92)의 경우 4.3 당시 일반재판으로 고초를 겪었다.

검찰은 최종의견에 앞서 "피고인들의 체험을 전해듣고, 자료 등을 검토하며 이전에 몰랐던 4.3의 역사적 의미와 제주도민에 끼친 영향에 대해 많이 배웠다"며 "공소장, 판결문 등 소송기록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재심개시 결정과 본안 재판에 이르기까지 노력해준 재판부와 70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참고 견뎌오신 피고인, 변호인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제주도의 2만5000여명이 희생되고, 300여 마을, 2만여 가구가 소실된 엄청난 비극이 공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됐다"며 "4.3사건에 대해 이념적 논란을 떠나 해방 직후 혼란기에서 운명을 달리한 제주도민들과 그들을 가슴에 묻고 살아온 가족들의 아픔이 있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김두황 할아버지에 대해 "제주4.3사건 중 일반재판을 받은 판결에 대한 최초의 재심청구라는데 의의가 있고, 군사재판과는 차이가 있다"며 "판결문 이외의 별다른 소송기록이 없어 피고인의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재판으로 피고인의 명예가 회복되고, 4.3희생자들의 아픔과 고통이 조금이나마 치유가 됐으면 한다"며 "입증할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무죄를 구형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어 불법 군법회의 4.3수형생존인 7명에 대해 "피고인들이 내란죄 및 국방경비법 위반죄를 저질렀다고 하지만 이를 입증할 아무런 자료나 증거가 없다"면서도 "여순사건 등에서 공소사실 특정기준을 완화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의 방어권 보장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의 경우 공소사실 일시, 장소를 특정한 것만으로도 특정 기준을 완화하더라도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고, 피고인들의 방어권 보장에도 별다른 영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공소사실이 특정됐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은 불법 군법회의 4.3수형생존인 7명에 대해서도 '공소기각'이 아닌 '무죄'를 구형했다.

이어 피고인들의 최후진술이 이뤄졌다.

김정추 할머니는 "70년 동안 이 한을 어떻게 풀까 싶어서 전전긍긍하고 얼굴도 잘 펴지 못하고 혼자 살았다"며 "이때까지 살아온게 너무 억울하고 한이 맺힌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부산에서 70년을 살면서 제주도 사람이라고 부끄러워서 말을 안하고 살았고, 죄인과 같이 살아왔다"며 "왜 끌려가서 1년 동안 교도소 생활을 했는지 지금도 알지 못하겠다. 어디가서 하소연할 자리도 없었는데, 해결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검찰의 무죄 구형에 따라 재판부는 오는 12월 7일 오전 9시 40분 선고공판을 열기로 결정했다.

김두황 할아버지와 4.3수형생존인 7명은 재판이 끝난 뒤 제주지법 정문 앞에서 검찰 구형에 대한 소감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묘생 할머니의 딸 정순애씨는 "어머니가 전혀 말을 안하셨는데 이번 기회에 이걸 알면서 4.3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다. 모든 자료를 찾아보면서 피해자 가족으로서 몰라서 죄스러울 정도였다"며 "최종판결이 나겠지만 좋은 판결을 받아서 어머니가 아직 잘 인지를 못하시지만 잘 전달해드리는 날이 올 때까지 마음 편히 계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순희 할머니의 딸 강영선씨는 "어머니의 가슴 아픈 과거가 생생히 다가온 건 인천에서 제주도에 오가면서 더욱 실감했다"며 "저희 어머니는 아이를 감옥에서 잃은 그 시점이 인생이 멈춘 시점이다. 그 이후 엄마가 어떻게 살았는지는 엄마만 알 것이다. 70년이 지난 지금, 돌아가시기 전에 바로 잡혔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밝혔다.

한편, 4.3당시 영문도 모른채 군.경으로 끌려가 모진 고초를 당하고 최소한의 적법한 절차도 없이 불법적으로 행해졌던 계엄 군사재판의 '초사법적 처형'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제주도민 4.3수형인은 약 2530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한 후 상부명령에 따라 집단처형(총살) 됐거나 행방불명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번에 청구인 중 김묘생 할머니는 18살때인 1949년  표선면 가시리 마을 인근 동굴에 숨어있다가 잡혀 고문과 구타를 당하고 전주형무소로 끌려가 옥살이를 했다.

김영숙 할머니도 18살 때인 1948년 제주시 영평리에 부모님과 살다가 소개령으로 집이 불타면서 살 곳이 없어 제주시 남문통으로 내려왔다가 경찰에 끌려가 모진 고초를 당한 후 전주형무소에 수감됐다.

김정추 할머니는 17살때인 1948년 서귀포시 하효 집에 있다가 동네 노인단장에게 끌려간 후 서귀포경찰서로 잡혀갔다. 조사과정에서 동네에서 해녀모집을 하면서 명단에 손도장을 찍은 것이 이유였다. 

고 변연옥 할머니는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출신으로, 19살때 산에서 겨울을 나면서 장티푸스에 걸렸고, 봄이 되어 다른 사람들과 합류에 산에서 내려갔다가 경찰에 붙잡혀 전기고문을 받고 전무형무소로 수감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 송석진 할아버지는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출신으로, 22살때인 1948년 이유도 모른채 관덕정 쪽 경찰서로 끌려가 구금됐다가 목포형무소로 이송돼 수감됐다. 그는 배에 태우니 그때서야 형무소에 끌려간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순희 할머니는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출신으로, 23살때인 1948년 겨울 딸을 업고 시어머니와 산에 피신해 있다가 토벌대에 잡혀 끌려간 후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 누명이 씌워진채 전주형무소에 수감됐다. 

장병식 할아버지는 제주시 이도동 한짓골 출신으로, 1948년 집에 가던 중 서북청년단에 의해 끌려가 쇠파이프 등으로 구타를 당하고, 죄명도 모른채 인천형무소로 이송돼 수감됐다. 

일반재판 수형인인 김두황 할아버지는 스무살 때인 1948년 11월 16일 서귀포시 성산읍 난산리 소재 집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조사 과정에서 무차별적인 구타와 폭행이 이뤄졌고 심한 고문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그를 취조하던 경찰은 총을 겨눠 죽인다면서 협박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해 11월 30일쯤 일반재판이 열렸으나 판사는 질문도 하지 않았고, 그에게 진술할 기회도 주지 않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그는 목포형무소로 이송돼 수감생활을 해야 했다.

그의 판결문에는 '1948년 9월 25일 오후 8시45분께 제주도 남제주군 성산면 난산리에서 김두홍의 집에서 김관삼 등 6명과 무허가 집회를 열고 폭도에게 식량을 주기로 결의됐다'고 적시돼 있다. 그러나 이번 재심청구 심리과정에 이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헤드라인제주>

김두황 할아버지와 4.3수형생존인 7명은 재판이 끝난 뒤 제주지법 정문 앞에서 검찰 구형에 대한 소감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김두황 할아버지와 4.3수형생존인 7명은 재판이 끝난 뒤 제주지법 정문 앞에서 검찰 구형에 대한 소감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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