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바람과 제주의 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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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바람과 제주의 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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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돈의 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 (52) 역사속의 제주농업 문화

제주는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 독특한 자연환경과 문화가 발달하여 예로부터 돌, 바람, 여자가 많은‘삼다도’라고 불리어 왔다. 그 중 풍다(風多)는 제주도의 중요한 기후 특징의 하나로, 연중 바람 부는 날의 빈도가 많을 뿐만 아니라 강풍의 빈도도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겨울철의 북서 계절풍은 주민 생활과 더불어 자연 경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제주 지역의 민가 경관에 바람의 영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초가집 지붕에 용마름을 하지 않고, 줄로 그물처럼 엮어 놓은 것은 겨울철의 강한 바람에 대비한 것이다. 이문간, 풍채, 곡선형 올레, 대문 대신 정낭 등을 설치한 것도 강한 바람과 관련된 것이다.

바람이 많다는 것은 농업 및 활동에 있어서 불리한 요인이다. 제주도의 감귤원이 남사면에서는 해안 가까이에도 조성되어 있지만, 북사면에서는 감귤 주산지가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중산간 지역에 있는 것도 바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기에서는 제주의 거센 바람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제주도는 계절에 따라 대륙성과 해양성 기후가 뚜렷하게 구분된다. 겨울철에는 북서계절풍 영향으로 대륙성 기후가 두드러져 기온차가 심하고, 여름철에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기단의 영향으로 강우집중이 큰 편이다. 또한 제주도는 한라산 중심으로 '오름'이라 불리는 기생화산이 360여 개나 산재해 있으며, 동부지역에서는 해발 300∼700m의 비교적 높은 오름이 많아 지형에 따라 국지적인 강풍대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지형 특성 때문에 제주 산악은 주간에 해풍과 육풍을 결합하여 해륙풍 순환을 강화시키며, 야간에는 육풍이 섬 전체에서 나타나는 효과를 주기도 한다. 제주는 풍세(風勢)가 큰 지역으로 강풍다풍(强風多風)의 섬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여름에 비해 겨울이 대륙과 해양의 기압차가 크기 때문이다. 제주 평균풍속은 3.1m/s 정도이고, 풍세가 가장 강한 지역은 고산을 중심으로 하는 산서지역(山西地域)으로 풍속 6.9m/s이다.

대체로 풍세가 강한 지역은 겨울 계절풍의 영향을 크게 받는 섬의 북서 해안지대이고, 약한 지역은 남동 해안지대이다. 계절별 풍세의 분포를 보면 봄에 바람이 강하게 부는데, 장마전선이 제주도특별자치도로 올라오기 전까지 겨울 계절풍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는다. 고산(2003년) 지역의 풍속은 1월 중순이 가장 강한데 초속 9.7m 정도이고, 6월 중순과 7월 하순이 가장 약한 초속 4.7m 정도를 보인다. 소형선박이 항해 불가능한 최대풍속은 8m/s 이상의 강풍이 부는 경우로, 이러한 강풍(强風)은 1년 중 10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한달 중 10일 이상 나타난다. 동중국해(東中國海)를 거쳐 제주특별자치도에 기착하거나 인근 지역으로 표류하는 상당 부분이 이 겨울의 북서풍을 만나는 경우이다. 그러나 5월부터 9월까지는 강풍일이 적어 9월의 경우 평균 6일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제주에서 바람의 방향은 계절에 따라 크게 변한다. 제주해협(濟州海峽)은 1월부터 3월까지는 북서에서 북풍에 속하는 바람이 가장 많은데, 그 중 북북서풍의 출현빈도가 높다. 4월부터 6월까지 봄철에는 뚜렷한 주풍(主風)이 없고 사방에서 바람이 부나, 7월부터 10월까지 여름과 가을에는 북북동에서 남풍까지의 바람이 우세하다. 또 11월은 북북동에서 북서의 바람이, 12월은 북풍에서 서북서의 바람이 가장 많이 출현한다. 불규칙한 풍향을 갖는 봄철의 돌풍은 강풍에 속하지는 않지만, 바다와 관련이 깊은 지역주민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 봄이 시작되는 3월(음력 2월)을 전후해서 양쯔강 유역에서 발생하는 온대성 저기압이 빈번하게 동진하게 되는데, 아열대 제트스트림과 겹쳐 더욱 강한 풍속을 갖게 된다.

남쪽에서 내습하는 태풍과 폭풍은 7월부터 9월 사이에 주로 발생한다. 태풍은 대체로 대만과 필리핀 동쪽에서 이루어져 북상하다가 제주특별자치도 주변에서 북동을 중심으로 여러 방향으로 갈린다. 근대 이전의 동중국해 여러 지역 중에서 제주로 표류해 온 경우는 대부분 중국 화남지방(華南地方)과 오키나와에서 온 경우로, 이는 7∼9월 폭풍과 태풍이 주 이유다. 하멜의 제주 표류도 그 직접적인 원인은 태풍 때문이다. 바다를 생활터전으로 삼고 사는 제주 사람들에게 바람은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극복해야 할 자연 현상이다. 때문에 제주민들은 음력 2월 1일부터 15일까지는 '바람의 신'이라 불리는 '영등할망'을 모시는 기간으로 정하여 영등굿을 지내는 등 정성을 다하고 있다. 이때는 해상활동을 삼가고 그 해의 해사(海事)에 대한 안전과 풍어 등을 기원한다.

우리나라는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을 받는 겨울에는 북서풍이 강하고, 북태평양 고기압의 연변에 놓이는 여름에는 남동, 남서풍의 계절풍이 강한 동안기후(東岸氣候)에 속한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제주도는 바다와 육지 사이의 비열차 때문에 해륙풍(海陸風)이 발달해 있어 밤에는 육지에서 바다로 육풍이, 낮에는 반대로 바다에서 육지로 해풍(海風)이 분다. 넓은 해양(해륙풍)과 섬 중앙의 한라산 때문에,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변화가 심하다. 여름에는 여름 계절풍인 태풍이 거의 매년 불어 닥친다. 제주시 지역이 연중 최다 풍향은 북서풍인 반면, 서귀포시는 북동풍의 빈도가 높다. 이는 한라산의 지형 효과에 의한 풍속의 감소와 풍향의 불규칙성 때문이다.

제주에서는 바람을 '름', ''이라 한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에 따라, 지역에 따라 바람이름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제주에서는 동풍을 '샛바름'이라 하고, 서풍을 '갈름', 남풍을 '마름', 북풍을 '하늬바름'이라 한다. 동북풍을 '놉바름', '놉하니바름'이라 하고, 동북동풍을 '놉새', 서북풍을 '놉하니바름', '놉하니', '섯하니바름'이라 부른다. 동남풍을 '동마바름', '든샛바름'이라 하고, 서남풍을 '늦바름', '든마바름', '섯마바름' 등으로 불렀다.

또 남쪽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건들마', 늦가을 음산한 날 서북쪽의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도지', 초겨울에 갑자기 부는 바람을 '도지주제', 회오리 바람을 '돗궹이', '돗공잇주제', '돗챙잇주제'라 명명했다. 산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산두새', 휘파람을 '샛바름', 양쪽에서 동시에 부는 바람을 '양숨', '양두새', 어스름 바람(저녁이나 새벽의 어스레한 때 부른 바람)을 '어두엣바름'이라 했다.

국토 최남단 마라도에서는 북풍을 '하늬바름', 서풍을 '서바름', 북서풍을 '섯하니바름', 남풍을 '마바름', 남서풍을 '갈바름', 동풍을 '샛바름', 남동풍을 '동마바름', 북동풍을 '놉새름'이라 하며, 하늬바름과 놉새바름 사이에 부는 바람을 '놉하니바름'이라 부르는데, 가끔은 하늬바람과 샛바람이 마라도 땅덩어리를 반으로 나누어 동시에 치기도 한다. 이 바람을 마라도 사람들은 '양두새', '양바름'이라 한다. 바람 방향을 파악해 어로 활동의 장소도 바뀐다.

우도의 경우는 북풍을 '놉바름', 서풍을 '갈름', 북서풍을 '놉하니바름', 남풍을 '마름', 남서풍을 '늦바름', 동풍을 '샛바름', 남동풍을 '일(을)진풍', 북동풍을 '놉새바름'이라 하며, 서풍(갈바름)과 북서풍(놉하니바름)사이에서 부는 바람을 '산내기바름', 북풍(놉바름)과 북동풍(놉새름)사이에서 부는 바람을 '놉하니바름'이라 불렀다. 북동풍(놉새바름)과 동풍 사이에서 부는 바람을 '정새바름', 동풍(샛바름)과 남동풍(일진풍) 사이에서 부는 바람을 '서바름', 남동풍(일진풍)과 남풍(마바름) 사이에서 부는 바람을 '동마바름', 남풍(마바름)과 남서풍(늦바름) 사이에서 부는 바람을 '골마름'이라 부르고 있다.

서귀포 대포지역에서는 북서풍을 '하늬바람', 북동풍을 '높새바람', 남동풍을 '동마바람', 남서풍을 '서갈바람'이라 하며, 나머지는 우도와 같은 명칭으로 불렀다.

왼쪽부터 바람이 쌓은 제주돌담과  용수리 풍차 해안도로 모습
왼쪽부터 바람이 쌓은 제주돌담과 용수리 풍차 해안도로 모습

바람이 많다는 것은 농업적으로나 생활적으로 분리한 환경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밭담, 초가집 등에서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발휘하였다. 이를 계승하여 제주에 바람이 많음을 역이용하여 이를 장점으로 계승시키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최근 제주 지역에서는 바람을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제주의 풍력발전소는 환경 친화적인 자원을 이용하기 때문에 화석 연료의 사용량과 환경오염 물질 배출을 경감시키고, 전력을 생산하여 지역 주민들에게 공급해 주고 있으며, 관광 자원으로도 활용 될 수 있는 것처럼 다양한 방안들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

※ 참고자료: 한국학중앙연구원, <향토문화전자대전>; 강정효(2015), <바람이 쌓은 제주돌담>

<이성돈의 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 코너는?

이성돈 서부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헤드라인제주
이성돈 서부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헤드라인제주

농촌지도사 이성돈의 '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는 제주농업의 역사를 탐색적으로 고찰하면서 오늘의 제주농업 가치를 찾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기획 연재글은 △'선사시대의 제주의 농업'(10편)  △'역사시대의 제주의 농업'(24편) △'제주농업의 발자취들'(24편) △'제주농업의 푸른 미래'(9편) △'제주농업의 뿌리를 정리하고 나서' 편 순으로 이어질 예정입다.

제주대학교 농생명과학과 석사과정 수료했으며, 1995년 농촌진흥청 제주농업시험장 근무를 시작으로 해,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서부농업기술센터, 제주농업기술센터, 제주농업기술원 등을 두루 거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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