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면별 100인 원탁회의 추진, 왜?...졸속조례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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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면별 100인 원탁회의 추진, 왜?...졸속조례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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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 행자위 '읍면발전계획 조례' 수정가결에 반발
당초 '지역발전회의' 삭제 대폭 수정했으나, 여전히 큰 논란

읍.면.동 주민자치위원회 및 이.통장 등의 강력한 반발과 더불어 많은 논란이 벌어졌던 '제주도 읍.면.동 발전계획 조례'가 결국 '원탁회의 운영 조례'로 변경돼 제주도의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으나, '졸속 조례'라는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제주녹색당과 제주민회는 19일 성명을 내고 "졸속으로 이뤄진 지역발전 원탁회의 조례안 의결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전날 강성균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제주특별자치도 주민참여 읍면동 발전계획 수립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상정해 심의한 후, 조례명을 '제주특별자치도 읍면 지역발전원탁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으로 바꿔 의결한데 따른 것이다.

이 조례안은 읍.면별로 100인 이상으로 구성된 원탁회의를 구성해 운영할 수 있고, 제주도지사는 읍면 발전을 위한 정책을 수립할 때에는 원탁회의 회의결과 등 주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반영하도록 내용을 담고 있다.

원탁회의를 구성할 수 있는 대상지역 범위를 '읍면동'에서 동(洞)을 빼고 '읍면'으로 축소했다. 도지사가 주도하는 '읍면동 발전 기본계획'은 '읍면 발전을 위한 정책'으로 수정됐다.

당초 조례안은 도지사가 수립하는 읍.면.동 발전계획에 의견을 제시하는 '100인 지역발전회의'를 구성해 운영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담고 있었다.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으로 기존 4개 시.군이 폐지되면서 주민자치 기능이 후퇴됐고,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자기결정권 보장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예산 등의 지원이 미흡한 상황이어서 읍.면.동 단위의 발전계획이 체계적으로 수립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 제정 이유다.

읍.면.동 발전계획은 기본적으로 도지사가 수립하는 것으로 명문화하고, 도지사는 계획을 수립할 때 지역주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들어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을 명시했다.

그러나 이 내용이 공개된 후 읍.면.동 주민자치위원회 및 이.통장 등을 중심으로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고, 쟁점 조항을 두고 많은 논란이 이어졌다.

주민참여를 강조하면서도 계획의 수립 주체를 도지사로 하고 있는데다, 읍면동별 '100인 지역발전회의' 기구를 새롭게 구성해 운영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조례가 통과될 경우 '지역발전회의'가 읍.면.동 단위에서 가장 영향력있고 대표성을 띈 기구로 부상할 수밖에 없어 갈등과 논란은 급속히 확산됐다.

지역발전회의가 공식 출범할 경우 기존 주민자치위원회 역할은 축소되거나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주민자치위 활성화에 역행할 것이라는 지적도 쏟아졌다.

조례안 심의를 앞두고 주민자치위원들과 이.통장들의 강력한 반발, 여론의 급속한 악화에 직면한 도의회는 결국 내용을 대폭 수정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읍면동 지역발전회의 구성은 '없던 일'로 하고, 대신 '원탁회의'를 구성해 운영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원탁회의의 역할은 △지역사회 발전과 공동체 형성을 위한 봉사활동 △지역사회 현안해소와 발전을 위한 과제 발굴 및 정책건의 △그 밖에 주민의 사람의 질 향상과 지역발전을 위한 활동 등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번 대폭 수정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제주녹색당은 이 조례안을 '졸속' 및 '기형적' 조례로 규정하며 상임위 의결을 철회하는 방식으로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녹색당은 "제주도내 주민자치위원회협의회와 이장연합회, 통장협의회 등이 공동 성명을 통하해 원안인 ‘읍면동 발전계획 ’조례안에 대한 제정 중단을 요구하자 몇 가지 내용을 제외한 기형적인 조례안을 발의, 통과시킨 것"이라고 힐난했다.

또 "조례를 대표 발의한 강성균 위원은 지난 6월3일 진행된 '주민중심 특별자치 정책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조례를 발의하기 전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토론회 바로 다음날 조례를 발의했고 반발이 크자 또 며칠 만에 내용을 수정 상정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충분한 토론과 의견 수렴 없는 절차도 문제지만 조례 내용은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면서 "원안에서 ‘읍면동 발전 기본계획’ 수립을 제외했고 권한과 책임이 굉장히 모호한 조직 형태의 원탁회의 구성을 제안했다"고 지적했다.

녹색당은 "더욱이 현재 주민자치위원회가 제대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읍면단위로 100인 이상의 거대 조직을 만들려고 하는 의도가 분명치 않다"면서 "원탁회의는 자칫 제주도의 정책을 홍보하고 대변하는 관변조직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크고 기존 자치조직들과의 갈등 유발 요소도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런 기구의 운영을 위해 행정과 도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조례안이 표방한 목적대로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읍면 균형 발전과 주민 삶의 질 향상 및 지역공동체 형성 등에 주민의 자발적·적극적인 참여 확대'를 원한다면 지역주민에게 더 큰 권력을 부여해야 한다"며 "지역주민의 자기결정권과 자기 책임성에 근거한 자치구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녹색당은 "지금 제주에 필요한 것은 권한과 책임이 모호하며 명칭만 그럴듯한 조례가 아니라 읍면동장 직선제에 따른 임기와 권한보장을 담는 조례"라며 "각 읍면동에게 예산편성권을 보장하고 현재의 주민자치위원회의 주민대표성을 강화하는 지역주민들의 자기 결정권과 책임성을 담보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민회도 논평을 내고 25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행자위의 수정 조례안을 부결시킬 것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행자위는 조례안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읍면동’에서 ‘동’을 제외하고, '지역발전회의'를 '지역발전원탁회의'로 명칭을 변경하고, 도지사가 주도하는 ‘읍면동 발전 기본계획’을 ‘읍면 발전을 위한 정책’으로 축소하는 등 조례안을 수정했다"면서 "그러나 여전히 도지사가 읍면 발전 계획의 주체이고 주민은 보조적 역할에 그치며, '원탁회의'는 제주특별법의 주민자치위원회의 기능과 중복되는 점 등은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읍면동 계획수립의 주체가 도지사나 일부 주민이 아니라 우리의 평범한 이웃이야 한다는 것이 시대적 흐름"이라며 계획 수립의 주체로 도지사로 설정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또 "제주특별법의 주민자치위원회와 수정 조례안의 지역발전원탁회의의 기능은 사실상 중복된다"면서 "이 때문에 100명 이상으로 구성될 지역발전원탁회의가 15~35명으로 구성되고 있는 주민자치위원회를 압도할 우려도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역발전원탁회의 필요성에 대해 강한 의문을 표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원탁회의 구성원에 대한 선발규정도 명시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일부 주민에 의한 주민자치기구 장악은 주민자치의 해묵은 문제점"이라며 "이를 예방하고자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자치회는 위원을 추첨으로 선발하도록 했고 연임 제한을 두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원탁회의는 100명 이상의 구성원 선발에 대한 아무런 규정도 마련하지 않았는데 이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조례안 마련 과정에서 주민 참여를 명분으로 하면서도 정작 주민 무시로 일관했다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며 절차적 민주성이 훼손된 부분을 비판했다.

이 단체는 "우리는 이 조례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될 경우 도지사 주도의 읍면동관치 강화, 주민자치위원회와 갈등 심화 등 제주의 주민자치가 크게 후퇴할 것으로 우려한다"면서 25일 본회의에서 부결 처리할 것을 주장했다. 

한편, 제383회 정례회 회기 중인 제주도의회는 오는 25일 제2차 본회의를 열 예정인 가운데, 사실상 급조된 것이나 다름없는 '원탁회의' 조례를 본회의에 상정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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