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특용작물 재배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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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특용작물 재배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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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돈의 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 (48) 재배작물 도입의 역사

특용작물은 생산물 그 자체로서 사용되지 못하고 각종 공업생산물의 원료에 쓰이거나 많은 가공과정을 거쳐야 우리 생활에 쓰일 수 있는 작물을 말한다. 제주에서는 유지작물로서 유채, 참깨, 해바라기, 땅콩 등이 있으며 기호작물로 차나무, 섬유작물로서 양마 등이 도입 된 적이 있다.

유채(학명: Brassica napus L.)는 십자화과 배추속의 두해살이풀이다. 유럽 지중해 원산으로 전 세계에 분포한다. 봄이면 들판을 물들이는 노란 꽃으로 유명하다. 꽃을 보기 위해 관상용으로 심거나 씨에서 나오는 기름을 추출할 목적으로 대량 재배하기도 한다.

한국에는 중국 명나라 시대, 어린잎과 줄기를 먹기 위해 들어온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에서는 주로 남부지방에서 재배한다. 제주도에서는 이른 봄, 노랗게 피는 유채밭을 관광자원으로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캐나다, 중국, 인도, 독일 등에서는 상업적 목적으로 대량 재배한다. 대부분 유채 기름(카놀라유)을 얻기 위한 것이다.

캐나다와 중국이 전 세계 유채 생산량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채재배가 시작된 것은 1956년 일본에서 유채 우량품종을 도입하여 증식한 것이 효시이다. 처음 자가소비용으로 재배하다가 1960년대 이후 경제성장과 더불어 샐러드용 기름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적극적인 증산시책을 추진하면서 제주에서도 재배가 시작되었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높은 수매가격이 재배농가의 호응으로 연결되었다.

1990년에는 완전자급을 달성하였으나 개방화가 진행되면서 값싼 원료의 수입으로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재배면적이 급감하여 겨우 관광목적으로 유지되는 수준이다. 2010년 이후 유채통계자료는 특용작물로 조사되기 않고 기타 채소류로 편제되어 통계자료는 조사되고 있다. 제주지역 유채 품종은 1965년까지는 제주재래종을 재배하였고 1966년에 품종을 도입 재배하게 되었다. 1980년 제주지역 유채는 8,150ha에 이르며 감귤과 함께 제주지역을 대표하는 소득 작물로 자리 잡았다. 콩과 함께 많이 소비되었던 유자 작물로 식용유 생산과 함께 양봉농가의 꿀을 생산하는 원천이 되기도 하였다.

1983년에는 제주유채꽃큰잔치가 처음 개최되었으며 제주의 봄 축제로 자리매김하였다. 이때부터 유채는 관광자원용으로 특수재배가 시작되었다. 2000년부터는 유채의 관광 자원화를 위해 개화연장 기술개발을 하였으며 관광지 주변, 주요도로변, 가시권공한지 등 국부적으로 광화훼자원식물로 유지되고 있다.

참깨(학명: Sesamum indicum L.)의 원산지는 메소포타미아, 인도, 열대 아프리카 등 여러 설이 있어서 일정하지 않으나 중국에는 아라비아 상인을 통하여 전파된 것으로 추측된다. 삼국시대에 우리나라에도 있었을 것으로 예측하지만 구체적인 문헌은 없다. 다만 고려시대의 향약구급방 (鄕藥救急方)에 호마를 일반적으로 임자라고 하는데 맛이 감(甘)하고 독이 없다는 내용이 나오고 있다. 제주지역에서의 참깨 재배는 1910년대 이후로 추정된다.

1965년 이후부터 제주도내 10a당 50kg 이상 생산수량을 보일만큼 재배가 활발했지만 매년 개화시기 태풍내습 여부에 풍흉이 달려 있었다. 1950~1960년대, 정부의 농정시책이 식량증산과 섬유작물 증산에만 치우쳐 있다가 1958년에 와서야 유지작물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하였고 제2차 농업증산계획을 기점으로 유지작물에 대한 5개년 증산계획을 수립하기도 하였으나 별 성과는 없었다. 참깨 증산을 위한 정부의 농정시책이 추진된 것은 1972년부터이다. 이후 1974년 새마을 소득 증대사업에 들깨, 유채와 함께 대상작목으로 선정되어 재배생산이 크게 확대되었고 당시 북제주군인 경우에는 1970년 1,143ha로 전국 참깨 주산단지 4순위로 기록되고 있다.

제주도 전체적으로 봤을 때도 1961년 68.2ha, 51관(191kg)이였던 것이1975년 4,569ha, 1,895톤으로 급증하였다. 1998년부터 1990년까지 완전자급을 달성했으나 그 이후 급격히 감소 하였고 1995년도 참깨수입이 개방되어 값싼 외국산 참깨가 시중에 유통되어 재배에 타격이 있었다. 하지만 국내산 품질에 대한 차별화와 UR 협상에 의한 수입 참깨 고율 관세 부과제도로 어느 정도는 대응에 성공하였다. 제주도의 경우에는 수입 개방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아 1995년 1,724ha 931톤, 1999년 1,528ha 367톤으로 면적에 큰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단위수량은 1995년 54kg/10a, 1999년 24kg/10a로 기후에 의한 영향으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에 기존의 피복재배시 작업의 번거로움을 해소하며 생산량 증대를 위한 비닐 피복이 시범되기도 하였다. 참깨의 주요 작형은 4월 하순~5월 중순 파종하는 1모작과 6월 상·중순 파종하는 2모작형으로 나누어지는데, 1모작인 경우 비닐 피복재배가 일부 이루어지고 있고 2모작인 경우에는 마늘, 양파 등 전작재배 포장을 별도로 관리하지 않고 파종하는 경우가 많다.

왼쪽부터 고산 수월봉과 참깨밭 모습과 우도 땅콩재배 모습
왼쪽부터 고산 수월봉과 참깨밭 모습과 우도 땅콩재배 모습

땅콩(학명: Arachis hypogaea)은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남미대륙이 원산지인 땅콩은 중국에는 명나라 말엽에 들어간 것으로, 우리나라에는 1780년(정조4년)을 전후하여 도입된 것으로 추정되며 개화기 이후 본격적인 재배가 이루어진 것으로 여겨진다. 땅콩은 지질 45%, 단백질 30% 이상을 함유하고 있으며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고, 비타민 B1, B2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영양적으로 우수한 식품이다. 땅콩은 유지작물에 속하면서도 우리나라의 땅콩 용도는 기름목적이 아니고 간식용등 식품가공용 목적으로 재배되고 있다는 점에서 참깨 등과 같은 다른 유지 작물과는 차이가 있다. 전국적으로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급격히 감소되는 추세이고 땅콩 수입이 늘면서 자급률도 급격히 떨어졌다.

전국 생산량은 2000년대 초반 기준 4,000ha, 10,000톤이 생산되고 있다. 그 중 제주에서는 우도를 중심으로 땅콩재배가 정착되기 시작하면서 제주도 틍계연보에 면적이 기록되기 시작하였다. 1994년 재배면적 11ha, 생산량 14톤 이며, 1996년 확대 재배되어 194ha, 245톤, 1999년에는 274ha에서 139톤이 생산되었다. 전국적으로 땅콩은 1980년대 하반기에 완전 자급되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우도면이 국내 3대 땅콩주산단지로 자리 잡고 관광지로 급부상하면서 우도면을 중심으로 땅콩 수확이 이루어지고 있다.

녹차(학명: Camellia sinensis O. Kuntze)는 가장 대표적인 한국의 차이다. 녹차를 처음 생산하여 사용한 곳은 중국과 인도였다. 그 후 일본, 실론, 자바, 수마트라 등 아시아 전역으로 전파되었다. 한국에는 신라 시대부터 차가 재배되었다. 차나무는 전라도와 경상남도 그리고 제주도 등 주로 남부 지역에 분포한다. 주산지로 알려진 보성, 하동지역에 비해 제주도의 기후는 온난하고 강수량이 많아 차나무 재배적지의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제주에서는 농경지로 적합하지 않았던 중산간지를 개발하면서 새로운 소득작물 차나무 재배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제주도의 차나무 재배는 1980년도부터 태평양그룹에서 서귀포시 도순동에 31ha규모의 토지를 개간하고 51만본의 녹차 묘목재배에 착수하였고 1983년도에 국내 최대규모의 녹차공장을 도순동에 설립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어서 1994년도 까지 서광다원, 한남다원이 설립되어 국내 녹차 생산량의 70% 이상을 제주도에서 생산해 내었다. 1996년 제주도 민간 1호 제주다원이 설립되면서 제주도에서도 점차 차나무 재배농가가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기타 특용 작물로 1958년 사탕무, 1968년 남방형 양마, 1974년 해바라기, 아주까리, 1995년도 들깨 등에 대한 도입 선발을 하였으나 대부분 재배가 정착되지 못하고 들깻잎만 쌈용 채소로 정착되어 재배되어지고 있다.

이처럼 특용작물은 1차 산업에 2, 3차 산업이 가해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작물이다. 유채, 참깨 등 유지작물로서의 가치는 값싼 수입 농산물로 인해 그다지 높지 않을 것이다. 변화하는 시대에 6차 산업과 연계한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특용작물이 개발되어져야 할 것이다.

※ 참고자료: 남인희(1985), <제주농업의 백년>;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2016), <제주농촌진흥 60년사>; 한국학중앙연구원, <향토문화전자대전>; 제주특별자치도청(2019), <농축산식품현황>

<이성돈의 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 코너는?

이성돈 서부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헤드라인제주
이성돈 서부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헤드라인제주

농촌지도사 이성돈의 '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는 제주농업의 역사를 탐색적으로 고찰하면서 오늘의 제주농업 가치를 찾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기획 연재글은 △'선사시대의 제주의 농업'(10편)  △'역사시대의 제주의 농업'(24편) △'제주농업의 발자취들'(24편) △'제주농업의 푸른 미래'(9편) △'제주농업의 뿌리를 정리하고 나서' 편 순으로 이어질 예정입다.

제주대학교 농생명과학과 석사과정 수료했으며, 1995년 농촌진흥청 제주농업시험장 근무를 시작으로 해,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서부농업기술센터, 제주농업기술센터, 제주농업기술원 등을 두루 거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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