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약용작물 재배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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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약용작물 재배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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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돈의 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 (47) 재배작물 도입의 역사

제주도는 아열대 기후와 함께 해발 1950m의 한라산이 있어 서식하는 식물들은 제주 자생식물과 함께 한반도에서 내려온 식물들과 일본 및 중국 등에 분포 하는 식물들, 그리고 열대 및 아열대 기후에서 자라는 식물 등 다양한 식물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최근에는 유럽 등의 외국으로 부터 흘러들어온 귀화 식물 등으로 종 다양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제주에서의 약용작물을 비롯한 새로운 작물의 도입도 이러한 제주의 식물종 다양성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제주에서 약용작물은 1990년대 이르러서 활발하게 재배가 시작되었는데 육지부의 작목과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제주에서의 한약재 등은 유통과 가공에 있어서 수입산 및 육지부산과 경쟁력이 없어 작물로 도입이 늦었다. 그 결과 실제 선인장(백년초), 도라지, 더덕인 경우 제주의 주요한 특산작물로 자리 잡았고, 오가피 등 다른 약용작물들의 경우 잠깐 재배가 이루어지다가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왼쪽부터 선인장 재배모습(한림 월령)과 도라지 재배모습(조천 선흘).
왼쪽부터 선인장 재배모습(한림 월령)과 도라지 재배모습(조천 선흘).

도라지(학명: Platycodon grandiflorum (Jacq.) A. DC.)는 예로부터 우리 민족이 즐겨 먹는 산나물로 향이 좋고 영양도 좋아 반찬으로 많이 먹는다. 오래 산 도라지는 약효가 뛰어나 산삼과 같다고도 한다. 특히 우리나라 도라지는 품질이 우수해 일본이나 홍콩, 타이완 등지로 많이 수출하고 있다. 도라지라는 이름은 옛날에 상사병에 걸린 도라지라는 처녀의 이름에서 유래한다고 전해진다. 그녀는 상사병을 앓다가 죽었는데, 무덤가에 이 꽃이 피어났고, 사람들이 그 이름을 따서 도라지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꽃말이 ‘영원한 사랑’이다. 약제명으로 길경이라고 불리며 다년생 초본으로 근경이나 종자로 번식하며 전국 적으로 분포하며 산지나 들에서 자란다. 식용, 약용, 관상용으로 재배한다. 연한 잎과 줄기는 삶아 나물로 먹거나 튀겨 먹는다. 뿌리는 나물 무침, 튀김, 덮밥으로 먹는다. 초고추장에 무치거나 볶아먹는다. 제주에서 도라지는 조천읍 선흘리를 중심으로 제주에는 1995년 30ha, 240톤, 1999년 60ha, 570톤으로 재배확대가 급속히 이루어졌다. 재배면적은 2001년 140ha로 전국 942ha의 15%를 차지하였으나 그 이후 감소 추세이나 중산간 지역 국내유일의 백도라지 단지화로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더덕(학명: Codonopsis lanceolata)은 사삼(沙蔘)이라고도 한다. 더덕의 어원에 대해서는 알 수 없으나 1431년에 간행된 향약채취월령이나 향약집성방에는 가덕(加德)이라 표기되어 있다. 가는‘더할 가’로 ‘더’라 읽어지도고 덕은 ‘덕’이라 읽는 이두식 표기라 할 수 있다.

더덕의 분포지역은 일본, 만주, 중국을 비롯한 우리나라 전국 각지에 야생한다. 제주에서는 구좌읍 송당리 및 조천읍 선흘리, 교래리 등 중산간 지역에 당근 대체 작목으로 재배되어져 1995년 26ha, 130톤에서 1999년 153ha, 1,063톤으로 재배면적이 증가하였다. 2001년도에 598ha재배에 3,324톤 생산하여 183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작목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도라지와 함께 연작장해가 발생하는 작목으로 최근 생산량 감소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인건비 등 경영비가 많이 드는 문제점 등이 있다.

오가피(학명: Acanthopanax sessiliflorus)는 전국 어디에서나 자라며 일본과 중국 북부, 시베리아까지 동북아시아에 널리 분포한다. 여러 줄기가 나와 포기를 이루어 자라는 경우가 많고 가시가 있다. 잎은 주로 다섯 개가 긴 잎 대궁에 달리지만 세 개인 경우도 있으며, 긴 타원형의 잎은 손가락 길이 정도다. 꽃은 늦여름에 여러 개의 작은 꽃이 모여 탁구공 모양으로 가지 끝에서 쑥 올라와 연한 보랏빛으로 핀다. 꽃 모양 그대로 10월경에 팥알 굵기만 한 작은 열매가 모여 장과(漿果)로 까맣게 익는다. 잎과 꽃, 그리고 열매로 이어지는 생장과정 모두가 예쁜 모습이어서 정원수나 울타리 나무로 심어도 좋다.

오갈피 나무는 우리나라에 일곱 종이 자라며, 모두 약용으로 쓰인다. 그중에서도 털다리게가 연상될 정도로 줄기에 바늘가시가 촘촘히 난 가시오갈피가 가장 약효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제주농업기술원에서는 1997년 새로운 대체작물 및 보완작물 개발보급 일환으로 제주 섬오가피 농가소득 증대를 위하여 실생묘 생산 및 증식기술을 개발하였으며 오갈피 연구회를 육성하기도 하였으며 2004년 320ha까지 면적이 확대되면서 판로에 어려움이 생기기도 하였다. 앞으로 새로운 작물은 판로개척과 산업화 등 다방면으로 검토된 후 도입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선인장 백년초(학명: Opuntia ficus-indica Mill.)는 멕시코산이지만, 우리 나라의 경우 약 200여년전 북 제주도에 해류를 타고 떠밀려 와 자연 서식 하여 군락을 이루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에서 서식하는 백년초는 멕시코에서 흔하게 기르는 (O. ficus-indica) 백년초와는 다른 미 애리조나 원산종인 (O. humifusa) 백년초로, 멕시코 백년초와는 다른 종이다. 백년초 선인장의 원산지는 멕시코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월령리에서도 자생한다. 월령리 마을과 해안을 따라 선인장 무리들이 여기저기서 잘 자라고 있다. 중남미산 선인장이 도대체 어떤 경위로 동북아시아의 섬에 자리를 잡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제주도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전래 경위야 어찌되었건 월령리 주변 주민들은 이 선인장을 집 주변 담장에 심어놓거나 열매는 약재로 쓰는 등 일상 생활에서 유용하게 써왔다. 제주도에 백년초가 자생한다는 것이 알려진 뒤로는 상업적으로 재배되어 농공단지에서 선인장 열매를 갈아 넣은 초콜릿이나 비스킷 등의 관련용품을 생산하거나, 선인장 농원을 만들어서 관광지로 활용하고 있다. 멕시코에서 백년초(노팔)는 손질된 잎까지 섭취하는데 반해 한국에서는 대개 열매만 섭취한다. 제주도 백년초의 열매는 자색으로 익으며 식용이 가능하다.

제주 관광지에서 파는 백년초 초콜릿과 한라봉 초콜릿은 저렴하고 맛도 괜찮아서 육지에서 온 여행객이 선물로 사 가는 단골 품목이기도 하다. 제주에서는 1990년부터 경제작물로 재배하기 시작 하였다. 1990년 인공 재배가 처음으로 1ha 시작되었으며 1998년 322.8ha로 확대되었고, 2014년 160ha 300농가가 재배하여 연간 2,000여톤을 생산하게 되었다. 그러나 생과가격은 1997년 kg당 7,000원이던 것이 2014년에는 2,500원으로 하락되었다. 농업기술원에서는 1998년에 복합가공공장을 시험포장내 설치하여 복합가공시설을 갖추었으며 선인장 가공업체는 1996년 2개 업체가 참여 과립차, 청차, 엑기스, 쨈, 비누 등을 만들었고 2014년에는 37개 업체가 참여 국수, 요구르트, 한과, 의약품첨가물, 음료수, 화장품 등 상품이 다양화 되었다.

기타 약용작물로는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이 주축이 되어 1995년 한경면 고산1리 삼백초, 한경면 조수1리 시호 등을 재배 시도 하였다. 1996년 고급산채류 참두릅, 1997년 약용작물 삼백초, 산채류 양하, 공예작물 신서란 등을 재배하기도 하였으며, 조천읍 교래리에 양하 차광재배를 시도 하기도 하였다.

한림읍 수원리에서 약용작물 삼백초, 애월읍 애월리 신서 등 재배도 이루어졌다. 2003년에는 두릅 촉성재배, 2007년 기능성 둥근마 재배, 2007년 고사리 재배, 2008년 기능성 둥근마 지주재배, 중산간 지역 고사리재배 등 다양한 작목이 도입이 시도 되었었다. 2008년부터 새소득 작물화를 위해 토란, 복분자, 탐라오갈피, 야콘 등 재배연구를 수행하였다. 2010년에는 제주지역에 알맞은 약용작물 선발 및 재배기술 개발을 위해 황금, 황기 등 총 31종의 중국 기원식물과 백하수오, 적하수오 등 총 31종의 국내 기원식물을 수집하여 재배가능성이 검토 되기도 하였다. 약용작물에 대한 종자종묘 생산 사업이 2012년부터 농업기술원에서 시작되었다. 2012년에부터 2016년 까지 백도라지, 반하, 방풍, 산약, 백수오, 백출, 지모, 식방풍, 우슬, 식방풍, 백지, 하수오, 지모, 당귀 등을 생산하여 보급하기도 하였다.

아열대 기후와 함께 발 고지대의 한라산이 있어 식물 종 다양성 측면에서는 어느지역 보다 유리한 여건을 갖고 있다. 앞으로 제주에서의 약용작물은 무분별한 품목 확대가 아닌 제주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소수 품목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특히 한방 재료에 한하지 않고 약용채소로 소비의 확대를 꾀하는 방향으로의 작목 육성이 필요하다.

※ 참고자료: 남인희(1985), <제주농업의 백년>;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2016), <제주농촌진흥 60년사>; 한국학중앙연구원, <향토문화전자대전>; 제주특별자치도청(2019), <농축산식품현황>

<이성돈의 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 코너는?

이성돈 서부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헤드라인제주
이성돈 서부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헤드라인제주

농촌지도사 이성돈의 '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는 제주농업의 역사를 탐색적으로 고찰하면서 오늘의 제주농업 가치를 찾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기획 연재글은 △'선사시대의 제주의 농업'(10편)  △'역사시대의 제주의 농업'(24편) △'제주농업의 발자취들'(24편) △'제주농업의 푸른 미래'(9편) △'제주농업의 뿌리를 정리하고 나서' 편 순으로 이어질 예정입다.

제주대학교 농생명과학과 석사과정 수료했으며, 1995년 농촌진흥청 제주농업시험장 근무를 시작으로 해,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서부농업기술센터, 제주농업기술센터, 제주농업기술원 등을 두루 거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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