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근채류(根菜類) 재배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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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근채류(根菜類) 재배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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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돈의 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 (40) 재배작물 도입의 역사

근채류(根菜類)는 무, 당근 처럼 땅속줄기를 먹는 뿌리채소를 말하는데 채소의 성질에 따라 호냉성과 호온성 채소로 나눌 수 있으며, 호냉성에는 무나 당근, 호온성에는 고구마와 토란 등이 있다. 여기에서는 제주에서 재배되는 무, 당근, 도라지, 더덕에 대한 도입 기록을 살펴보겠다.

무(학명: Raphanus sativus var)는 배추, 고추와 함께 3대 채소로서 쌍떡잎식물 십자화과의 한해살이풀 또는 두해살이풀이다. 다양한 소화 효소를 함유하여 소화촉진과 강장에 효과적이고 몸속의 독과 가래를 없애 주기도 한다. 무는 중앙아시아 및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이며 고대 시대에 이용되었던 기록이 남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재배되었던 것으로 보이며 문헌상으로도 고려시대부터 중요한 채소로 취급된 기록이 있다. 제주도에서 이와 유사한 시기에 재배되어진 것으로 보이며 예 전 부터 제주도민이 즐겨 먹던 채소이다.

대 이후의 기록을 보면 1913년 재배면적은 104ha, 생산량은 약 2,000톤(538,600관), 1961년 264ha, 3,932톤이 생산되었다. 2015년 4,206ha, 262,896톤이 생산 되었으며, 우량품종 도입과 재배기술의 발달로 10a당 수량은 6,250㎏으로 1960년대보다 10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생산액은 1,700억 원으로 감귤 다음으로 많고 당근과 함께 동부지역의 주요 소득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제주에서의 월동무는 대정읍 상모리 알뜨르 비행장 인근을 중심으로 재배가 시작되었으며 1980년대 이후 성산 등 동부지역 화산토 토양으로 확대되었다.

월동무가 제주에 정착된 이유는 남부지방의 김장 무는 겨울을 넘기지 못하기 때문에 토굴이나 저온 저장하기 위해 첫 서리가 내리기 전 수확해야 함으로 매운맛이 강하고 품질이 좋지 않아 소비자의 기호가 떨어졌다. 반면, 제주 월동무는 노지에서 겨울을 나면서 당이 축적되어 맛이 매우 우수하기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인기가 높아 우리나라 겨울무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1930년대 이전까지 재래종을 재배하다가 이후 부터는 육성품종이 재배되어졌다. 이 시기의 품종이 1980년대까지 이어 지고 봄재배, 여름재배, 가을재배, 겨울재배 작형 등으로 재배 품종이 다변화되는 상황이다. 제주월동무의 획기적인 전환점은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우선 흙이 묻은 상태로 시장 출하되던 것이 2005년 이후 세척무가 보편화되어 현재 100% 세척하여 출하하고 있는 것과 2008년 씨앗테이프 재배기술의 보급이다.

이 기술은 종자비용을 연간 40억원, 솎음비용 10억 원을 절감했고, 상품률은 관행재배보다 30% 향상 된 90%로 높였다. 성산지역은 월동무를 대표하는 지역으로 자리 잡았고 월동채소로서 육지에서 채소가 귀한 겨울철에 수확하여 세척 된 상태로 출하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성산 월동무와 일출봉과 구좌 당근 재배 모습.
사진 왼쪽부터 성산 월동무와 일출봉과 구좌 당근 재배 모습.

당근(학명: Daucus carota var. sativa)의 원산지는 아프가니스탄이며, 분포 지역은 유럽, 북아프리카, 아시아이다. 유럽에는 10∼13세기에 아랍 지역으로부터 들어왔으며, 중국에는 13세기 말 원나라 초에 중앙아시아로 들어왔다. 우리나라에서는 16세기부터 재배하기 시작하였으며 제주에는 1960년대에 도입되어 1970년대 후반 구좌와 성산지역을 중심으로 주산지를 형성하였다. 채소로 널리 심고 있는데, 옛날에는 말의 사료로 여겨 별로 즐기지 않았다. 비타민 A와 비타민 C가 많으며, 맛이 달아 나물, 김치, 샐러드 및 서양 요리에 많이 이용된다.

특히 제주 당근은 전국 생산량의 70%를 점유하고 있으며 특히 겨울철에 유리한 기온 조건으로 재배되어 월동출하가 가능하고, 흑색 화산회토의 물빠짐이 좋은 토양 여건을 바탕으로 색상·향 등 품질이 타 지역에 비해 비교 우위에 있다. 제주 당근의 주 생산지는 구좌읍으로, 구좌읍 내 작물 재배 현황을 살펴보면 총 3,000 여 ㏊의 경지에 당근 재배가 1,200㏊에서 이루어져 전체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계절에 따라 주 생산지가 달라지는 작물로 겨울에는 제주 구좌에서, 여름에는 경남지방, 가을에는 평창 고랭지에서 많이 생산된다.

생산량으로는 제주산이 전국 전체의 70% 정도로 가장 많고 월별 가격 동향은 제주산의 출하시기인 12∼3월까지 비교적 낮게 형성되어 있으나, 6∼10월은 높은 편이다. 저장성이 뛰어난 작물로 적정 저장 조건이 유지될 경우 6∼8개월까지 품질이 유지된다. 1981년에는 10a당 조수입 40∼50만원으로 고소득 작물이었으나, 그 후 재배면적과 풍·흉에 따라 소득차가 심한 편이다. 녹황색 채소 소비가 증가하면서 1970년 4.2ha에 불과했던 것이 1980년 494.3ha, 2000년 2,541ha까지 증가하였다. 최근 외국에서 수입량이 늘면서 재배면적이 점차 감소하고 있으며, 2015년 1,552ha, 58,036톤, 생산액은 561억원으로 전국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는 동부지역의 중요한 소득원 중 하나이다.

제주의 도입 내력을 보면 1960년대 말 봄당근 재배를 해발 500∼600m의 중산간 지역에서 시도 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했고, 1974년 관광객 공급과 수출을 목적으로 재배 시범을 시도하기도 했었다.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한 1980년대는 단경기인 봄철 수확 작형 보급과 품질향상을 위한 노력들이 진행되었고, 1990대 후반에는 기계파종 연구 및 기술보급이 이루어졌었다. 당근 파종은 발아시기가 태풍시기와 겹치는 7월 하순부터 8월 상순 이어서 최대한 입모본수를 확보하기 위해 산파하였는데 품질과 재배관리 등의 문제로 이랑재배, 줄뿌림등으로 파종기술이 변하고 있다. 특히 2008년 무와 더불어 씨앗테이프 농법이 보급되어 파종기와 줄뿌림 파종기가 공급되면서 이랑재배 및 줄뿌림은 100% 가깝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 당근 재배면적은 해마다 감소추세에 있는 반면 수입 물량은 지속 증가하여 국내산 자급률은 40%대 밑으로 작아지고 있다. 당근의 주 수입처는 중국이었으나 최근 무관세의 베트남산 당근 수입이 급격히 증가하여 중국산을 앞지르기도 하였다.

산채류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으로 도라지, 더덕 등은 최근 채소류로 더 많이 소비되는 추세이다. 도라지(학명: Platycodon grandiflorum (Jacq.) A. DC.)는 다년생 초본으로 근경이나 종자로 번식한다. 전국적으로 분포하며 산지나 들에서 자란다. 뿌리가 굵고 뿌리에서 모여 나는 원줄기는 높이 50∼100cm 정도로 자르면 백색 유액이 나온다. 식용, 약용, 관상용으로 재배되는데 연한 잎과 줄기는 삶아 나물로 먹거나 튀겨 먹는다. 뿌리는 나물 무침, 튀김, 덮밥으로 먹는다. 초고추장에 무치거나 볶아먹기도 한다.

제주에서 도라지는 조천읍 선흘리를 중심으로 제주에는 1995년 30ha, 240톤, 1999년 60ha, 570톤으로 재배확대가 급속히 이루어졌다. 재배면적은 2001년 140ha로 전국 942ha의 15%를 차지하였으나 그 이후 감소 추세이나 중산간 지역 국내유일의 백도라지 단지화로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더덕(학명: Codonopsis lanceolata)은 사삼(沙蔘)이라고도 한다. 더덕의 어원에 대해서는 알 수 없으나 1431년에 간행된 ‘향약채취월령’이나 ‘향약집성방’에는 가덕(加德)이라 표기되어 있다. 가는‘더할 가’로 ‘더’라 읽어지도고 덕은 ‘덕’이라 읽는 이두식 표기라 할 수 있다.

더덕의 분포지역은 일본, 만주, 중국을 비롯한 우리나라 전국 각지에 야생한다. 제주에서는 구좌읍 송당리 및 조천읍 선흘리, 교래리 등 중산간 지역에 당근 대체 작목으로 재배되어져 1995년 26ha, 130톤에서 1999년 153ha, 1,063톤으로 재배면적이 증가하였다. 2001년도에 598ha재배에 3,324톤 생산하여 183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작목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도라지와 함께 연작장해가 발생하는 작목으로 최근 생산량 감소를 보이고 있다.

산채류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라지, 더덕 이외의 산채류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더군다나 온난한 기후 환경과 물빠짐이 좋은 제주의 화산토의 특성을 살린다면 다양한 근채류가 가능할 것이다.

※ 참고자료: 남인희(1985), <제주농업의 백년>;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2016), <제주농촌진흥 60년사>; 한국학중앙연구원, <향토문화전자대전>; 제주특별자치도청(2019), <농축산식품현황>

<이성돈의 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 코너는?

이성돈 서부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헤드라인제주
이성돈 서부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헤드라인제주

농촌지도사 이성돈의 '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는 제주농업의 역사를 탐색적으로 고찰하면서 오늘의 제주농업 가치를 찾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기획 연재글은 △'선사시대의 제주의 농업'(10편)  △'역사시대의 제주의 농업'(24편) △'제주농업의 발자취들'(24편) △'제주농업의 푸른 미래'(9편) △'제주농업의 뿌리를 정리하고 나서' 편 순으로 이어질 예정입다.

제주대학교 농생명과학과 석사과정 수료했으며, 1995년 농촌진흥청 제주농업시험장 근무를 시작으로 해,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서부농업기술센터, 제주농업기술센터, 제주농업기술원 등을 두루 거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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