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허가 과정 문제, '시정.권고' 끝...문책 요구는 왜 빠졌나
제주신화역사공원 하수역류 사태로 촉발된 대규모 개발사업장 인.허가 과정의 특혜의혹에 대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사무조사가 1년여 만에 마무리됐다.
조사 결과, 대규모 개발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사실상 사업자 봐주기 내지 특혜에 다름 없는 행정행위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제기돼 온 각종 의혹들 대부분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이는 이번 행정사무조사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그러나 이번 행정사무조사의 결론은 '용두사미'라는 혹평이 이어진다. 인허가 과정의 잘못은 명확히 밝혀내고도, 그에 따른 책임 처분 요구는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보고서 어디를 봐도, 책임 부분은 전혀 언급이 없다. 잘못된 행정행위에 대한 책임을 가려내겠다며 전.현직 도지사에 대해 출석 요구를 하고, 전직 공무원들까지 증인신문을 통해 조사를 했으면서도, 정작 '책임론' 부분은 완전히 빠져 있다.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그것도 참여 인원이나 조사 기간, 출석 증인 및 조사 실무회의 등이 모두 역대 최대급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2018년 11월 도의회 본회의에서 행정사무조사권이 발동되면서 시작된 이번 조사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추진하고 있는 5개 사업장을 비롯해, 50만㎡ 이상 민간 사업장 등 22곳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는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인 20명으로 구성됐다. 조사 기간도 2018년 12월 21부터 올해 2월 29일까지 약 1년 3개월로, 최장기를 기록했다. 그동안 특위 회의 19회, 정책토론회 및 워크숍 7회, 실무회의 56회 개최됐다. 예전 행정사무조사가 보통 길어야 한두달 기간으로 해 집중적 조사방식으로 진행됐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조사는 역대 최대급이다.
조사 결과 그동안 제기됐던 개발사업 시행 과정의 각종 의혹은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특히, 이번 행정사무조사의 발단이 됐던 신화역사공원 하수역류사태와 관련한 인허가 과정의 논란에 대해서는, 잘못된 변경계획 승인이 이뤄졌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신화역사공원은 JDC의 국제자유도시 핵심프로젝트로 시행됐다.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이뤄진 사업시행 변경과정에서 숙박시설 규모는 크게 확대됐음에도, 하수도 사용량 원단위(原單位)는 오히려 대폭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수량 원단위는 전체적인 하수처리 시설 용량을 추산해내기 위해 필요한 기본이 되는 단위로, 한 사람을 기준으로 한 1일 최대 오수량을 의미한다.
조사 결과, 2006년 객실수 1443실(숙박이용 인구 1987명)일 때의 하수 원단위는 1일 300㎥이었으나, 2014년 5월 9차 변경허가에서는 98㎥로 변경되면서 객실수 4890실(숙박이용 인구 2만277명)로 증가하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하수 원단위를 종전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 조정하면서, 신화역사공원 내 숙박시설은 1443에서 4890실로 2.4배 증가했다.
영어교육도시를 포함해 대정지역 하수량 등을 감안하면 대정하수처리장 시설용량의 한계치를 넘어서는 규모다. 2018년 신화월드 워터파크에서 발생한 역류사태는 하수용량을 초과한 인허가로 인해 과부하게 초래된데 따라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조사 결과를 놓고보면, 2014년 5월 변경승인에서 제기되는 특혜의혹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최초 사업 승인 시 적용한 원단위를 하수도정비기본계획에서 축소 산정된 원단위로 변경승인을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사업자는 숙박시설 규모를 갑절 이상 늘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개발사업자에게 엄청난 '특혜'를 베푼 것에 다름 없다.
그러나 행정사무조사의 결과는 여기까지였다. 문제는 실컷 지적해놓고, 결론은 "오수역류 문제구간에 대해 관로 배치.확장, 오수 방류량 조절방안 마련 등 원단위 적정성 재검토할 것"이라는 '시정' 요구가 전부였다.
원단위 축소와 숙박시설 규모 확충 변경승인은 모종의 커넥션이 있거나 또는 특혜가 아니고서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음에도 도의회는 '침묵'했다.
설령, 원단위 축소가 하수도정비기본계획에 따른 것이어서 법적 하자는 없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변경승인은 하수처리 용량 과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특위는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고 '권고'로 일단락지었다.
행정사무조사가 실시되기 직전인 2018년 10월 업무보고에서 전직 공무원들을 출석시킨 가운데 전직 도지사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이번 행정사무조사에서는 대규모 개발사업장의 사업기간이 10년 이상 장기화되고 있고, 사업계획 변경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기간연장을 해주고 있는 문제도 지적됐다.
최초 개발사업 시행승인이후 사업추진 진척도가 저조함에도 불구하고 사업기간 연장 등의 변경승인이 빈번하게 이뤄져 온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부터는 개발사업심의위원회를 통해 사업기간 연장의 적정성 여부를 심의하는 것으로 변경했으나, 사업기간이 만료된 이후 기간연장 승인과 고시가 이뤄진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례로 2018년 록인제주, 백통신원, 수망관광지 개발사업장의 경우 각각 사업기간 만료일이 2018년12월31일임에도 불구하고 기간만료일이 경과한 2019년 1월23일(록인제주, 백통신원)과 2019년 1월14일(수망관광지)에야 변경승인 고시가 이뤄졌다.
2019년에도 이러한 문제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명백한 절차 위반이다.
그러나 이러한 절차적 문제 역시 모두 '시정' 또는 '권고'로 일단락됐다.
도의회가 특위가 이번 행정사무조사에서 감사위원회 감사의뢰를 한 것은 성산포해양관광단지 절대보전관리지역 내 부지를 불법으로 매립해 주차장으로 이용한 부분 1건이 유일하다.
그 외에도 총 89건의 문제를 지적했다고 하나, 22건은 시정요구, 67건은 권고조치로 끝이났다. 잘못된 행정행위에 대해 문책 요구는 단 1건도 없었다.
결국, 이번 행정사무조사는 많은 문제를 지적만 했을 뿐, 위법성에 대한 조사로 나아가지는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연례적 행정사무감사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조사를 못한 것인지, 안한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실망이 크다.
책임을 묻지 않았기에, 책임을 질 사람도 없게 됐다. 용두사미 조사라는 혹평이 쏟아지는 이유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