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미의 사는 이야기](23) 제한된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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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미의 사는 이야기](23) 제한된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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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해 달음박질치자.
아무리 달려도 다가갈 수 없는 때면...

제 머리 짓찧어서는
어쩔 수 없이 남게 되는 길가에 구르는 돌멩이처럼
 
숭숭... 제멋대로 길을 뚫으며
거친 화산암이 되어 가슴 안을 구른다.

씨알까지 말갛게 비치는
핏빛 붉은 석류 알처럼

시큰하고 비릿한 섣달그믐의 어둠속에
말간 그림자를 쫓는 청맹과니의 실명처럼

귓볼이 잘릴 듯 짜릿한 엄동설한의
빨간 설움만 덩그러니 냉한 방안에 남는다.

혼자라는 게 조금은 싸아하게 추운 날

혼자라는 것보다는
냉한 방안의 텅 빈 허공이 조금 싫은 날

혼자인 게 그리우면서도
가끔은
혼자인 게
목구멍이 아프게

울컥,
솟는?뜨거움

할짝,
마른 혀끝 내밀어
바작하게 마른 입술 적시고

꿀꺽,
마른 침 까슬한?목구멍으로 밀어내려

호오,
햇살보다도 가는
부스러기 먼지의 사소한 떨림에도

화르륵!
솜 불 일 듯,
마른 광솔 불붙듯,
불 오르려는 심장.

파삭파삭...
마른 가슴 안으로

꾹꾹,
밀어 넣어
모른 척, 덮고
담아둬야만 할 때가

그저, 가끔
가끔...
그저 싫을 뿐.
 


 

강윤미 그녀는...
 
   
▲ 강윤미 객원필진
강윤미 님은 현재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학년에 다니고 있습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힘겹게 강의실을오가는, 항상 밝은 얼굴을 하고 있는 강윤미 님의 모습은 아랏벌을 훈훈하게 해 줍니다.

그의 나이, 이제 마흔이 갓 넘어가고 있습니다. 늦깍이로 대학에 입문해 국문학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는 분입니다.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어려움이 항상 직면해 있지만, 그는 365일 하루하루를 매우 의미있고 소중하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이 글의 1차적 저작권은 강윤미 객원필진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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