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복권 '거부' 강정마을 2명, "우리가 죄 지은게 뭔가?"
상태바
사면복권 '거부' 강정마을 2명, "우리가 죄 지은게 뭔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동균 회장-문정현 신부, 사면복권장 수령 거부
"검찰 출두해야 사면?...해군관함식 강행부터 사과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세 번째 단행한 신년 특별사면 대상자 명단에 제주해군기지 건설강행에 저항하다 사법처리된 서귀포시 강정마을 관련 2명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 해당 사면대상자 2명이 모두 사면복권장 수령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에 따르면, 이번 사면복권 대상자는 제주해군기지 관련 갈등이 처음 시작된 2007년부터 2013년까지 7년간 강정마을회장을 역임하며 해군기지 반대투쟁을 이끌어 온 강동균 전 마을회장(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장)과 문정현 신부가 선정됐다.

반대주민회는 그동안 강정마을 갈등문제 해결방안의 하나로 사면복권 문제가 제안될 때부터 이를 줄곧 거부해왔다.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은 정당한 주민들의 항거였고, 반인권적.반민주적 공권력 행사로 주민들의 저항을 짓밟은 것은 국가 잘못인데, 죄를 지은 것이 없는 주민들이 '사면'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는 취지다.

더욱이 이번에 특별사면 대상자로 선정된 강동균 회장과 문정현 신부는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의 상징적 인물로, 이들은 모두 이번 특별사면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문정현 신부와 강동균 회장.ⓒ헤드라인제주
문정현 신부와 강동균 회장. ⓒ헤드라인제주

고권일 위원은 '강정이야기' 편집부 차원에서 이번 사면복권 대상자인 2명에게 짤막한 인터뷰를 요청한 결과, 모두 사면복권장에 대해 반납 의사를 밝혔다고 20일 전했다.

문정현 신부는 해당 인터뷰 답변에서 "화가 난다. 평생 여러번 사면복권 받아봤지만 검찰이 오라 가라 하며 받으러 오란건 처음이다. 지들이 뭔데 오라가라 하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문 신부는 "자기네들이 씌워놓고 자기네들이 벗기면 그만이지. 내가 죄를 지은게 뭐가 있나?"라며 "(검찰에) 안받겠다고 하니 중앙으로 반송하겠단다. 그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이 나이에 출마를 하겠어? 공무원을 하겠어? 어이가 없다"면서 "그럴 잔머리 돌릴 틈 있으면 (해군기지 인권탄압 실상에 대해) 진상조사부터 하라고 해라"고 말했다.

강동균 회장도 "검찰까지 출두해야 사면시켜 준다더라"면서 "우리가 죄인인가? 왜 사면복권까지도 죄인 취급을 하나?. 우리가 언제 사면복권 해달라고 했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조금이라도 강정주민을 위한다면 관함식 졸속 강행한 것부터 사과부터 해야 한다. 그것 때문에 백년갈등으로 강정주민들이 찢어졌다"고 피력한 후, "그래서 (사면복권장은) 필요없으니 반납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한편,한편, 정부가 국책사업이라는 미명하에 강행했던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강정마을 공동체를 완전히 붕괴시키고 저항하던 수많은 주민들을 체포하고 투옥시키는 등 큰 상흔을 남겼다.

2017년 말 기준으로 10년간 해군기지 반대투쟁을 하던 주민과 활동가 등 696명이 경찰에 연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478명이 확정판결(실형.집행유예.벌금형 463명, 무죄 15명)을 받으면서 '전과자'가 돼 버렸다.

확정판결 대상자 중 벌금형을 선고받은 286명에 부과된 벌금액은 총 2억9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7월 발표된 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에서는 정부기관과 해군, 제주도가 모의해 주민 여론을 조작하고 공권력을 앞세워 반민주적.반인권적 탄압을 자행해 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2007년 6월19일 강정마을 총회에서 해군기지 유치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찬반투표를 했으나, 해군 제주기지사업단장과 찬성측 주민들이 이를 무산시키기 위한 사전 모의가 있었고, 실제 주민투표 당일 있었던 해녀들의 투표함 탈취사건에 해군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군은 또 그해 8월 20일, 강정마을에서 다시 임시총회 및 주민투표를 실시하려고 하자, 주민들에게 투표에 불참할 것을 독려하는 전화를 하거나, 투표 당일 주민들을 버스에 태워 관광을 시킨 후 투표가 끝난 시간에 귀가하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9월 17일 제주시 소재 식당에서 국정원 제주지부 정보처장, 제주경찰청 정보과장, 해군제주기지사업단장, 제주도 환경부지사 등이 모여 해군기지 건설 관련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는 사법처리된 강정 주민들의 항거가 위법.부당한 국가권력에 맞선 정당한 '저항'이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도 이 사건에 대해 진솔한 사과 및 책임있는 진상규명을 계속해서 회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법처리자에 대한 특별사면 등도 매우 소극적으로 일관하면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2018년 국제관함식을 강행하면서, 청와대까지 직접 나서 주민들로 하여금 마을 총회를 통해 결정된 사항을 번복토록 종용하는 방법으로 주민들을 또다시 찬반으로 갈라놓으면서, 해군기지 반대 주민들의 원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관함식 개최를 통해 주민 분열과 갈등을 오히려 더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이번에 사면복권이라는 유화책을 시도했으나, 정면 거부되면서 모양새만 상당히 어줍게 됐다. <헤드라인제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