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행사' 국제관함식, 갈등.분열만 더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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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행사' 국제관함식, 갈등.분열만 더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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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깊은 후유증 남긴 관함식 분란과 책임
文대통령 강정마을 방문, 감동도 반향도 약했다

많은 갈등과 논란 속에 서귀포시 강정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에서 열렸던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觀艦式)'이 14일 부대.함정 공개 및 문화행사를 끝으로 공식 일정을 모두 마무리하고 막을 내렸다.

해군은 이번 국제관함식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12개국 1만 여 명의 외국 장병들과, 46개 나라의 대표단이 참가한 가운데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자평했다.

이에 부응하듯, 일부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해서는 "성공적으로 개최", "성황리에 폐막", "바다를 통한 세계평화 기원", "화합과 상생 도모" 등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정부와 해군에서 원하는 '프레임'도 사실 이런 것이었다.

행사 기간 중 언론에 배포된 홍보자료 대부분은 보여주고 싶은 것, 알리고 싶은 내용만 축약해 정리한 '반쪽 면' 뿐이었고, 나머지 반쪽은 슬그머니 감추어졌다.

물론 민군의 관계, 찬성과 반대의 대립적 상황 등을 차치하고, 오로지 해군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성공적'이라는 말이 맞을런지 모른다.

제주도에서는 강정마을 갈등문제의 책임이 무겁고, 이로 인해 도민사회에서 부정적 인식이 적지 않았는데, 이번 관함식을 통해 해군 입지를 강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해군으로서는 제주해군기지 완공 후에도 여러가지 논란에서 곤혹스러웠던 점이 적지 않았다.

그 중 하나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에 있는 입지 선정과정의 절차적 논란, 환경영향평가, 절대보전지역 해제, 국방.군사시설 실시계획 등의 절차적 정당성 결여 문제였다.

이번 국제관함식을 앞두고 제주도의회가 지난 2009년 12월 임시회 본회의 때 '절대보전지역 해제 동의안' 날치기 처리에 대해 공식 사과하면서 절차적 위법성은 다시 확인됐다.

당시 국방군사시설 실시계획의 고시는 환경영향평가도 거치지 않고 이뤄진 것이어서 '무효'가 될 위기에 있었고, 강정마을 구럼비 해안 일대는 제주특별법상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돼 건설공사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날치기 통과'는 실시계획이 위법하게 먼저 고시된 것에 대한 하자를 보완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었다. 이는 명백한 절차적 위반이다. 국책사업이라는 미명 하에 밀어붙이기로 건설된 제주해군기지는 처음부터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돼 있었던 것이다.

주민들에 대한 헌법적 기본권 침해 및 인권유린 등의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이웃사촌과 친척들을 찬반으로 갈라놓으며 서로 불목하게 하고, 마을공동체를 완전히 파괴했다. 육지부 경찰까지 투입해 해군기지 건설공사에 항의하는 주민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체포했다.

이는 지금까지 강정의 큰 아픔이자 상처로 남아있고, 해군으로서는 곤혹스런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많은 반발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관함식 개최장소가 제주도로 결정됐고, 문재인 대통령의 강정마을 방문이 이뤄지면서 해군으로서는 이번 기회에 입지를 한층 강화하게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이번 관함식 행사가 성공적이었다는 것은 다분히 자화자찬에 자기만족식 평가에 다름 없다.

비록 계획된 관함식 행사의 프로그램이 모두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하나, 행사의 목적성이나 영향성 등을 고려할 때 '성공적'이라는 표현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첫째, 국제관함식 목적에 비춰 과연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청와대와 해군이 국제관함식 개최 목적을 크게 두가지 차원으로 제시했다. 하나는 제주 앞바다를 세계 속의 상생의 바다, 평화의 바다로 만드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의 상처를 치유하고, 민군이 화합하고 상생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목적성은 처음부터 진정성이 결여돼 있었다.

이미 마을주민들이 반대를 결의했고, 도의원 전체가 반대했고, 시민사회단체가 반대했음에도, 청와대 수석까지 직접 내려와 강정주민들을 집요하게 설득하며 총회를 다시 열어 결정사항을 번복하도록 종용했기 때문이다.

이는 절차적 민주성을 훼손한 것이자, 주민들을 오히려 갈등과 분열로 몰아넣은 사례로 꼽힌다.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기에, 국제관함식 해상사열이 열린 당일, 문재인 대통령의 강정마을 방문에서는 이러한 분열상이 확연히 드러났다.

국제관함식은 도민들로부터도 전폭적 환영을 받지 못했다. 해군기지 정문 앞에는 한반도 평화시대에 역행하는 국제관함식에 반대한다는 피켓시위와 함께,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항의가 온종이 이어졌다.

해군 군사력 과시는 성공적이었을지 몰라도, '화합축제' 측면에서는 '반쪽 행사'에 '그들만의 축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둘째, 이번 국제관함식을 계기로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있었던 상처를 치유하고, 민군이 화합과 상생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기대효과는 과연 실현성이 있는 것일까.

현재 진행되는 상황을 볼 때, 이 부분 역시 상당히 회의적이다.

이번 행사 내내 '상생'과 '화합'이라는 수없이 나왔지만, 관함식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배제된 반쪽 행사였다. 갈등을 조장하고 마을의 분란을 일으키며 '상처 치유'나 '화해.상생' 운운하는 것 자체가 이율배반적이다.

오히려 이 행사로 인해, 주민들간 갈등과 분열만 더 키웠다는 호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화합과 상생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긍정적 기대보다는, 깊은 후유증으로 인해 걱정하고 염려하는 목소리가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셋째, 문 대통령의 강정마을 방문의 경우에도 감동도 반향도 약했다. 문 대통령의 강정주민 간담회가 끝난 후 도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만이 유일하게 환영입장을 발표했다. 지난 70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반향과 감동이 약했던 이유는 크게 두가지 점 때문으로 보인다. 첫번째는 대통령의 '유감표명' 내지 '사과'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 청와대에서 관함식 개최 수용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이미 공개화됐기 때문이다.

관함식을 수용하면 대통령의 유감표명이 있을 것이라는 조건부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았다.

사전에 예고된 내용이었기에 반향과 감동의 정도는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관함식과 별개로 유감을 표명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 부분이다.

두번째는, 주민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의 '사과' 발언의 내용이 예상됐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국가안보를 위한 일이라고 해도 절차적 정당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면서 해군기지 건설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채 추진된 잘못이 있었던 부분을 인정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마을공동체가 붕괴된 점 등을 들며, "대통령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처리된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한 사건의 재판이 확정되면 사면을 적극 검토하겠고, 공동체 회복을 위한 지역발전계획이 반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해군기지 건설과정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와 마을공동체 파괴 등에 대해 대통령이 깊은 유감을 표명한 것은 의미있게 다가오는 점이 있다.

그러나 이 유감 표명 하나로 지난 11년간 있었던 모든 일들을 덮고 끝내자는 성급함이 엿보여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잘못된 절차적 문제나 인권유린 등에 대한 진상조사가 전제되지 않았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와 시민사회단체가 문 대통령의 발언을 정면 비판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는 문 대통령은 반쪽만 안고 간 것이 아니라, 반쪽을 버리고 갔고, 10년 갈등을 100년 고통으로 키운 것이라고 비난했다.

어쨌거나 강정마을 갈등문제 측면에서 보면, 국제관함식은 아쉬움이 크게 다가온다. 결과론적으로 왜 강정 민군복합항을 고집했는지 이해하기 힘든 점이 있다.

화합과 상생은 커녕, 오히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것 아니냐는 염려가 크다. 주민 갈등과 분열, 이 분란의 소용돌이 중심에 문재인 정부가 있다. 정부의 책임있는 수습책이 요구된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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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만과 농락 2018-10-16 10:54:59 | 175.***.***.45
제주 국제관함식 관련해 우연히 문재인 대통령의 축사 전문을 보게 되었는데, 내용을 보면 어디에도 제주 민군관광복합미항이라는 명칭은 한군데도 없고 다짜고짜 제주 해군기지라고 되어 있는 걸 보고 도민의 한사람으로셔 실로 실망감과 허탈함 아울러 그동안 정부와 해군에 농락당했다는 기분을 떨칠수가 없었습니다 강정주민과 도민을 설득시키기위한 대명제였던 민과 군이 함께할 수있는 관광미항이 처음부터 없었다는 걸 이번에 문재인정부가 스스로 자백한 꼴 입니다.


주민 2018-10-16 04:11:08 | 116.***.***.233
마을주민이 모두 반대 했다는것은 정확한 기사가 아니라고 생각이 되네요. 시위때문에 피해 입은 주민의 인권과 관람객의 인권도 생각해주시길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