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지사 선거 민주당 '참패'...표심 이탈, 왜 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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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지사 선거 민주당 '참패'...표심 이탈, 왜 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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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완승으로 끝난 선거결과, 이유는
쏟아진 의혹 대응 '미숙', 프레임 전략도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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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에서 완승을 거두며 재선에 성공한 원희룡 제주도지사.
6.13지방선거에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꼽혔던 제주도는 결국 무소속 원희룡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제주도지사 선거에는 역대 가장 많은 5명의 후보가 출마한 이번 선거전은 '2강 3약' 구도가 이어졌는데, 전국 시.도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압승 속에서 유일하게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는 기록을 남겼다.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 당선은 1995년 민선 1기(신구범), 2006년 민선 4기(김태환), 2010년 민선 5기(우근민)에 이어 4번째다.

최종 개표결과, 원희룡 후보 51.72%,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후보 40.0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두 후보간 격차는 11.7% 포인트인 4만354표였다. 원희룡 후보의 '완승'이다.

문 후보 캠프나 민주당 진영은 예상했던 것 보다 커진 격차에 충격파가 더욱 크게 일고 있는 분위기다.

이는 선거일 6일 전에 이뤄진 여론조사에서는 대부분 10% 포인트 내외의 격차의 조사결과가 발표됐으나, 투표일 당일 시점에서는 그 차이가 상당부분 좁혀질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았던데서 기인한다.

전국적으로 '파란 물결'의 민주당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었고, 선거 하루전에는 역사적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돼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한 터였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정당 지지기반이 붕괴되고,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은 전국적으로나 제주도에서 역대 '최고' 기록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선거정국은 민주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완벽한 조건'의 환경이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선거 결과 민주당이 거의 전 의석을 싹쓸이 하는 대승을 거둔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후보 개인의 경쟁력 요인도 있지만 이러한 소속 정당 및 남북정상회담 등과 같은 정국 이슈 등의 외적요인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도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했고,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서도 압도적 1위를 한 민주당이, 도지사 선거에서는 대패를 했다.

전국 17개 시.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은 3곳을 제외한 14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민주당이 패배한 3곳은 대구와 경북, 그리고 제주도이다.

PK지역(대구.경북)은 전통적으로 보수정당 지지기반이 강한 지역적 특성 등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제주도 선거 결과는 이러한 차원 때문은 아니다.

비례대표 제주도의원 선거의 정당투표 결과에서 보여주듯이, 민주당 득표율은 54.3%로 매우 높았다. 그럼에도 제주도지사 선거에서는 민주당 보다는 무소속 후보를 선택했다.

즉, 투표할 정당 및 후보 선택에 있어 정당 선택 따로, 후보 선택 따로의 표심이 이원화된 유권자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 유권자들의 표심변화는 왜 급속히 나타난 것일까.

◆ 경선 후유증 조기봉합 실패...컨벤션효과도 '반짝'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첫째, 문 후보측이 경선 후유증 조기봉합에 실패한데다, '호재' 요인의 효과를 극대화 시키지 못한 점을 들 수 있다.

도지사 선거전 판세흐름의 과정을 보면 두번의 중대 분기점이 나타난다. 바로 민주당 후보경선이 끝난 직후인 4월 중순과 문 후보에 대한 의혹제기 공방이 최정점에 달한 5월 중순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판세를 보면, 4월 중순까지는 문대림 후보의 '우세', 5월 중순은 '초박빙', 그리고 6월 초순은 원희룡 후보 '우세'로 반전되는 흐름을 보인다.

4월 중순과 5월 중순 두 시점에서 판세 반전이 크게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문 후보의 상승세가 최고조에 달한 것은 4월 중순이었다. 경선 승리에 따른 '컨벤션효과'와 제주4.3 70주년 추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후광 효과' 등이 더해지면서 원 후보와의 격차는 10% 이상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문 후보 측에서는 상승세를 지속시키며 '대세론'을 굳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반대로, 원 후보 입장에서는 이때가 최대 고비였다.

그러나 이 시기적 상황에서 문 후보는 자신의 '호재' 요인을 극대화시키지 못했다.

4.3 70주년에 참석한 문 대통령의 감동은 이어진 후보경선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이슈 및 당원명부 유출 논란 등에 묻혀 버렸다. 경선이 끝났음에도 '한 팀' 가동을 위한 갈등봉합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서 '컨벤션 효과'도 며칠 지속되지 못했다.

선거는 두달 가량 남았는데, 상승세 흐름을 타게 하는 긍정적 요인들은 너무 빨리 소멸된 것이다.

◆ 털어내지 못한 의혹들의 누적...민주당 지지층도 '이탈'

두번째는, 제기된 의혹에 대한 대응 미숙의 문제다.

예비후보 등록 시점부터 터져나온 유리의성 주식보유 논란, 그리고 후보경선 과정에서 제기된 송악산 땅 투기논란 등에 등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진솔하게 소명하면서 도민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진심 화법'이 필요했으나, 상대후보 진영을 향한 "음해 공작", "아니면 말고식 의혹제기", "청와대에서 이미 검증된 사안" 등의 반박공세에만 치중했다.

즉, 상대후보 진영 견제에만 매몰된 나머지, 정작 유권자들을 이해시키며 의혹을 불식시킬 기회는 스스로 놓쳐버린 것이다.

어느 것 하나 깔끔하게 털어내지 못하면서, 제기된 의혹들은 계속 누적되고, 이는 '의혹 투성이'로 비춰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제기되는 의혹들이 쌓여가는 가운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부동산개발회사에서 부회장으로 7개월간 일한 이력이 공개돼 한 차례 큰 파장이 일었다. 도의원 시절 T골프장 특별회원으로 위촉돼 골프장을 이용해 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문 후보측은 이러한 의혹 역시 유권자에 대한 소명 보다는 상대 후보측 '견제'에만 급급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 지지층의 표심이탈은 후보경선 직후 4월 중순부터 조금씩 진행되기 시작해, 부동산개발회사 근무이력과 골프장 특별회원권 논란이 벌어진 시점에서 크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6월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층에서 문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자가 50%에 불과했다. 적어도 70% 이상 지지를 받아야 할 곳에서 '반토막'이 난 것이다. 반면 원 후보는 민주당 지지층에서 30% 가량을 흡수하는 반사이득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 '도정 심판' vs '적폐' 프레임 대결, 어느 쪽이?

세번째, 선거캠페인 전략의 '프레임(frame) 전쟁'에서도 사실상 원 후보의 프레임이 유권자들에게 파급효과가 더 컸다고 할 수 있다.

당초 프레임 대결에서는 문 후보가 유리한 상황이었다. 문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를 현직 도지사인 원 도정 4년을 심판하기 위한 선거로 규정하며, '잃어버린 4년', '현 도정 심판론' 프레임을 전면에 부상시켰다.

'심판론'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구체적 내용으로는 '대중교통정책'과 '쓰레기 요일제' 등의 정책실패를 집중 강조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나 이 프레임 전략은 빛을 발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프레임의 설정 내용과 실제 유권자들의 생각에 있어 인식 불일치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현 도정 심판론' 프레임은 '독선과 불통'으로 점철된 4년을 심판하자는 내용이나, 4월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원 도정 4년에 대해 부정평가 보다 긍정평가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문 후보측은 대중교통체계 개편 및 쓰레기 요일제를 실패한 정책으로 규정했지만, 여론조사에서는 '긍정' 평가가 많았다.

즉, 문 후보의 '현 도정 심판론'을 통해 유권자 다수의 동의 내지 공감, 설득을 얻어내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호응하는 유권자층은 분명 있으나, 그렇지 않은 쪽이 오히려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내용의 구체성이 떨어지면서 유권자들에게는 다소 추상적 개념인 관용적 구호와 같은 느낌으로 전달된 측면이 있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표의 확장성을 위해서는 '통째 비판' 전략보다는 '성과와 한계'를 분리해 어필하는 논리적 비판 전략이 나았을 법 했다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또한 이 '도정 심판론' 프레임은 자신을 향해 제기된 연이은 '의혹 이슈'에 가려져 크게 부상하지 못했다.

반면 원 후보의 선거 프레임 전략은 상당히 의외였다. 원 후보가 문 후보의 상승세 흐름에 제동을 걸기 위해 한 템포 빠른 예비후보 등록을 하면서 내놓은 첫 전략적 프레임은 '적폐청산'이었다.

문 후보 선거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전직 도지사 및 '주변 세력들' 등을 적폐세력으로 규정하며, 기습적으로 허를 찌른 것이다.

원 후보는 과거 공직사회 패거리 정치를 상징하는 용어인 '조배죽'(조직을 배신하면 죽음)이란 말까지 여러차례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문 후보가 '구태 정치세력'과 손잡은 후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의 성격이 짙었다.

'촛불 시민혁명의 지역적 완성'을 목표로 한 '현 도정 심판론'을 들고 나섰던 문 후보측은 오히려 적폐세력이라는 공격을 받는 위치에 놓이게 됐다.

원 후보측 입장에서는 이 프레임을 통해 보수정당 출신 이미지 등을 희석시킴과 동시에, 전직 도지사에 거부감을 갖는 유권자층의 정서를 자극하며 결집시키는 효과를 봤다고 할 수 있다.

프레임 대결에서는 일단 '현 도정 심판론' 보다는 '적폐 청산론'이 유권자 관심을 크게 불러 모았다는 점에서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난게 아니었다. 적폐 논쟁이 잠시 소강상태를 보일 즈음, 문 후보의 부동산개발회사 부회장 근무 이력, 골프장 명예회원권 등의 논란이슈가 연이어 터져나왔다.

원 후보의 선거전략은 곧바로 '의혹검증' 프레임으로 전환되었다.

문 후보측은 최대 위기를 맞게 된다. 도덕성 및 후보 적격성 논란이 크게 분출됐고, 급기야 경쟁후보 진영의 후보사퇴 요구가 이어졌다.

이 시점이 유권자의 표심 이동이 가장 크게 일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5월 중순의 여론조사 결과 데이터를 보면, 원 후보는 4월 중순 때와 비교해 10% 이상의 지지율 상승이 이뤄졌다. 이 시기 부동층은 크게 줄었다. 문 후보에게서 실망을 느낀 유권자들이 원 후보로 이동했음을 알 수 있다.

위기를 맞은 문 후보측이 재반전을 노리며 원 후보 어머니 부동산 문제, 원 후보 가족묘 등의 의혹을 집중 제기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반면 원 후보측은 선거막바지 '청렴 도지사' 프레임의 전략을 통해 인물론을 집중 부상시켰고, 이는 막바지 유권자를 설득하는데 주효했다.

보수정당에서 과감히 탈당하며 '선 긋기'를 하고, 무소속이라는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인물론으로 극복하며 당선된 원 후보는 전국적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 도의원은 '민주당', 도지사는 '무소속'...의미는?

결론적으로 도의원은 '민주당', 도지사는 '무소속'을 선택한 제주지역 선거결과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제주 유권자들의 높은 기대와 열망이 담겨 있는 표심의 결과로 볼 수 있다.

도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에 전폭적 지지를 보내면서도, 도지사 후보 선택에 있어서는 평가가 냉정했다.

'전국 바로미터'로 불리는 제주지역 표심은 결국 도의원 선거에서는 그대로 나타났으나, 도지사 선거는 예외였다.

청와대 비서관 출신으로 '문재인 대통령 핫라인' 슬로건을 전면에 내걸고 세몰이를 해온 문 후보로서는 충격파가 클 수밖에 없는 결과이다. 추미애 대표를 비롯한 중앙 당직자들의 대대적 지원을 받으며 총력전에 나섰던 제주도 민주당으로서는 굴욕적 패배다.

최상의 선거 조건 속에서도, 제기된 의혹에 대한 대응 미숙, 그리고 '적폐세력'으로 타깃이 된 주변 사람에 대한 옹호와 집착, 이것이 결정적 패인이 아니었을까.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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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 2018-06-17 16:29:53 | 220.***.***.72
무소속 원희룡·민주당 김우남 선거 야합 의혹 증폭金 경선 당시 핵심 참모진 대거 元 제2캠프 활동
주택가 골목 안쪽 홍보현수막도 없는 선거연락소
원 출구조사 발표 후 제일 먼저 찾아가 감사 인사
민주당원들 "김·원 대국민 사기극" 수사의뢰 촉구

한라일보 헤드라인 입니다.

토박이 2018-06-16 17:43:04 | 39.***.***.161
각종의혹들 도민의 알권리다 선거끝낮다고 그냥 넘어감 안된다 사법기관에거 현미경 들이대어 케내어 밝혀야 도민들 혈압내려간다 불터위 코앞의다

김삿갓 2018-06-16 01:40:08 | 112.***.***.135
어쩐지 여기서 김우남 들먹이면서 이간질 했던 세력이 이새끼들인거 같다. 아래글 읽어봐라.

제주도 정치가 더러운줄 알았지만 이 정도인줄 몰랐다.

https://band.us/band/69273125/post/94

이렇게 해 놓고 갈등봉합이 되겠니... 인두껍비가 따로 있나.

김삿갓 2018-06-15 19:07:29 | 211.***.***.98
제주도선관위와 검찰은 도지사로 당선된 원희룡 당선인을 상대로 본인에게 3건, 주변 인물들에게 3건 등 총 6건의 조사를 벌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원 지사는 예비후보자 신분이던 지난 5월 23일 서귀포시 한 웨딩홀에서 마이크를 들고 본인 공약과 지지를 호소해 사전선거운동 혐의를 받고 있다.
공직선거법에는 예비후보자 신분으로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이라 사전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게다가 연설·대담·토론회장에서 사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마이크 등의 확성장치를 사용할 수 없게 돼 있다.

김삿갓 2018-06-15 19:06:13 | 211.***.***.98
관권, 금권, 언론기관 제주판 드루킹 여론조작 선거법 위반 사건은 논평에는 빠져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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