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럼비 바위 발파 5년, 강정마을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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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럼비 바위 발파 5년, 강정마을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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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마을회가 7일 제주해군기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있다. ⓒ헤드라인제주
해군이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일대에 제주해군기지를 건설하면서 구럼비 바위가 폭파된 지 5년이 지난 오늘(7일), 강정마을 주민들이 구럼비 바위를 앞으로도 계속 기억할 것을 다짐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7일 낮 12시 해군기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럼비를 다시 만나는 그 날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은 "5년 전 어느 봄날, 구럼비는 한낱 바위덩어리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 의해 산산조각 났다"면서 "전쟁 포로가 처형되듯 군사작전 속에서 구럼비는 파괴됐다"고 규탄했다.

이어 "그 날 구럼비에 과거를 남기고 쫓겨난 강정마을 주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구럼비를 지키려고 필사적으로 저항했다"면서 "지만 그 날 우리는 구럼비를 지키지 못했다. 거대한 공권력 앞에 한 줌 밖에 되지 않던 우리들의 힘은 너무나도 작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5년이 지났다. 그 5년의 시간이 바꾸어 놓은 것은 무엇인가"라고 물으며 "제주해군기지는 들어섰습니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마을의 풍경만이 아닌 동아시아의 군사정치적 그림도 바꾸어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최근 제주해군기지에 미해군 스텔스 구축함 줌월트를 배치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로 인해 제주해군기지가 미해군의 전략기지 역할로 그 성격이 바뀌는 것에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면서 "앞으로 제주도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에 편승하여 분쟁에 가담하고 가해자의 입장이 되어 갈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각성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전쟁행위는 그 어떤 명분이 있다하더라도 최악의 폭력이며, 전쟁을 준비하는 것 역시 폭력의 연장"이라며 "제주해군기지는 건설이 끝났다 해도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라는 것. 평화는 전쟁을 준비하여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평화로써 지켜야 한다는 것, 바로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3월 7일이 찾아왔고 봄도 우리들 곁에 있다. 오늘은 구럼비를 저마다 가슴속에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면서 "이제는 볼 수가 없는 존재를 마주하듯, 아프지만 우리는 구럼비를 여전히 그리워하고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구럼비에 있던 할망물 식당으로 가는 길을 '할망물로'로, 매일 인간띠잇기가 펼쳐졌던 길을 '구럼비광장'이라 명명하며 "다시 되찾은 이름 '구럼비광장'과 '할망물로'는 여전히 우리를 감싸고 있는 구럼비의 생명과 평화의 숨결을 삶으로 기억하고자 하는 우리의 결단이자 행동"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곳을 통해 우리는 때로는 우리 자신이 구럼비 바위의 일부가 되기도 하며 계속 꿈을 꿔나갈 것"이라며 "원래 있던 그 자리에서 구럼비를 되찾는 일, 바로 그곳에서 구럼비를 다시 만나는 그 날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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