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명예도민' 추천 화들짝 철회...공로조서에는 무슨 내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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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명예도민' 추천 화들짝 철회...공로조서에는 무슨 내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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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 뜨거운 칭송' 공적 서술했다, 논란일자 '꼬리'
"주민과 상생.협력" 극찬...주민들 "영혼없는 공무원"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해 12월 제주로 부대를 이전한 해군 제7기동전단의 전단장을 '명예 제주도민'으로 추천했다가 제주도의회 임시회 하루 전날 황급히 철회했다.

당초 제345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부의안건에 올랐던 '제주특별자치도 명예도민증 수여 대상자'로 동의안이 요청됐던 인사는 15명.

명예제주도민은 제주지역 사회에 공헌이 있는 기관장 출신이나 정치인 등에서 선정해 위촉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명예도민 수여대상자에서는 2015년 12월 제주도로 이전한 해군 제7기동전단의 남동우 전단장(준장)이 포함돼 논란을 자초했다.

제주민군복합항(제주해군기지)가 준공된 시점에서 제주도로 이전한 부대로, 남 준장의 경우 올해 5월18일자로 인사발령되면서 제주지역에서 근무한 기간이 5개월 여에 불과하다.

더욱이 남 준장이 제주도에 근무한 시점은 해군이 강정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거액의 구상권 청구소송이 제기돼 지역사회 내에 큰 갈등이 진행되던 시점이었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정치권이 강정 갈등문제 해결을 위해 한 목소리로 구상권 청구 취소를 촉구했으나, 해군과 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아 공분을 샀다.

여기서 큰 의아스러움을 산 것은 제주자치도가 제시한 남 준장에 대한 '명예도민' 추천 사유다.

제주자치도는 당초 제주도의회에 보낸 동의안 요청서의 '공로 조서'에서 "남 준장은 2015년 12월 부산에서 제주도로 부대를 이전한 이후, 지역주민과 함께 상생.협력하는 민.군 화합 활동 및 제주지역 발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추진하였다"고 기술했다.

부대 이전후 지역주민들과 상생하고 화합했다는 표현에서부터 민군화합 활동을 해왔고, 지역발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는 등 낯 뜨거운 칭송 일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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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도의회 제출했던 명예제주도민증 수여 대상자 동의안의 공적조서 내용.
공적사항의 세부적 내용을 보면 더욱 의아스럽다.

제주자치도는 남 준장에 대해, "강정마을 단체와 소통하고 주민들에게 혜택을 부여했을 뿐만 아니라, 부대를 이전한 후 강정주민들과의 소통을 확대하고 제주민군복합항 건설 및 준공의 당위성을 적극 홍보했다"고 칭송했다.

또 도민들에게 제주민군복합항의 가치와 역할을 체감할 수 있도록, 도민들을 위해 무료 법률상담, 무료 진료 지원 등을 적극 추진했고, 감귤 수확 돕기 및 냉해 피해복구 지원, 해안정화 활동, 마을 청소, 독거노인 돕기 등 공익적 봉사활동을 전개했다고 밝혓다.

제주민군복합항 문화센터 내에 수영장, 도서관, 각종 업체 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으며, 업체 입찰 및 근로자 고용시 제주도민을 100% 채용해 지역주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명품 미항 제주민군복합항'의 성공적인 준공과 다양한 이벤트 개최 등을 통해 제주도의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였으며 하와이, 나폴리 등 세계적 관광명소와 견주어도 부족함 없는 친환경 민군 공동기지 조성을 통해 제주도의 명성을 전 세계에 널리 홍보하는데 기여했다고도 기술했다.

제주도의 이 공적조서는 그동안 해군 장병들이 감귤수확돕기, 냉해 피해복구지원, 해안정화 활동 등 봉사활동에 적극 나섰다는 점은 실제 실행한 사실적 내용이라 하더라도, '주민과의 소통' '지역주민과 상생.협력하는 화합활동', '제주도 명성 전 세계 널리 홍보' 등은 현실적 상황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지나친 '미화'로 비춰지기에 충분했다.

제주자치도는 이에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되자, 임시회 하루 전날인 31일 남 준장에 대한 동의안 제출을 취소했다.

그러나 이 내용이 알려지자 강정마을 주민들은 크게 분개하며 도정을 강력히 규탄했다.

강정마을회는 2일 성명을 내고 "제주해군기지는 건설과정에서 강정주민들과 사사건건 부딪쳐왔고, 수많은 편법 탈법 불법 공사를 진행해 제주도정으로부터 9차례나 공사중단 요청을 받은 바 있다"고 전제, "그 갈등으로 인해 강정마을은 여전히 고통 받고 있음에도 해군은 준공 이후 34억5000만원의 구상권을 청구해 또 다시 강정마을을 고통 속으로 밀어 넣었다"며 "그 장본인을 명예도민으로 추천한 것은 강정주민들에게는 참담함 그 자체"라고 지적했다.

강정마을회는 "제주도지사와 제주지역 국회의원들이 한목소리로 구상권 취소를 요청했고, 특히 제주도의회는 만장일치로 구상권 철회 결의안을 통과시켰음에도 철회를 거부하고 법적판단을 존중하겠다는 답변을 한 자가 남동우 단장"이라며 "나아가 제2, 제3의 구상권 청구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자를 명예제주도민으로 추서할 뻔 했다는 사실은 참담함을 준다"고 분개해 했다.

또 "비록 추서를 취소했다고는 하나 추서문서가 도의회에 동의를 구하고자 제출됐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이 아닐 수 없다"면서 "도의회에 추서문서를 제출하려면 반드시 도지사의 결제가 필요한데, 전결사항이든 아니든 도지사의 도장이 추선문서에 찍혔다는 자체로 원희룡 지사는 이 사안에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정마을회는 이어 "결국 앞에서는 갈등해소를 말하며 뒤로는 갈등을 조장하는 도정이 된 것"이라며 "이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주민들은 "곧잘 공무원들을 영혼이 없는 존재라는 평을 하지만, 이 경우는 영혼이 없는 정도가 아닌 사악한 영혼을 가진 악마라는 평을 해도 모자랄 것 같다"며 "그동안 공무원들은 제주해군기지에 들어가는 전력선 지중화 공사와 상하수도 공사, 버스정류장 설치, 진입도로 과도한 법선허용 등 지역주민의 생활이나 재산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을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해군 편에 서서 일방적으로 처리해 왔다"고 힐책했다.

또 "이러한 사안에 대하여 매번 문제제기하면 이미 허용한 일이라 어쩔 수 없다 다음부터는 잘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해왔다"면서 "결국 공무원들이 갈등을 방조하는 정도가 아닌 갈등을 유발하는 존재가 아니고 무엇인가"고 비판했다.

강정마을회는 "인사가 만사라 하였고 인적쇄신이 모든 개혁의 원천임은 모두가 아는 말이지만 그 밥에 그 나물이라며 아무리 새로운 인재를 발탁하려해도 제주지역의 협소성의 한계가 있어 어렵다고 핑계를 대면 안 될 일"이라며 "원 지사는 남은 임기동안 만이라도 강정의 눈물을 거두는 일에, 나아가 도민을 위한 행정에 보다 세심한 관심을 가져주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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