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쟁점, 협의기구 만들자" vs "절차중단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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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공항 쟁점, 협의기구 만들자" vs "절차중단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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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공항 갈등문제, 어떻게?] (2) '협의기구' 제안
"일방적 입지선정, 예비타당성조사 강행...그러면서 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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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열린 제2공항 갈등문제 해법 모색 토론회.ⓒ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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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열린 제2공항 갈등문제 해법 모색 토론회.ⓒ헤드라인제주
정부의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 발표 후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지역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는 가운데, 29일 그동안 제기된 논란 쟁점 및 갈등해소를 위한 '협의기구' 구성이 공식 제안됐다.

29일 위성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주최, '제2공항 시민사회원탁회의' 주관으로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공항 문제 해법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갈등해결학 박사)는 제2공항 갈등문제가 촉발된 원인을 조목조목 제시한 후, 갈등 해소 및 쟁정사항 합의 형성을 위한 협의기구를 구성해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협의기구에는 기본적으로 국토교통부와 제주도, 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 제주도 시민사회 대표, 제주도 산업계 대표 등이 참여하며, 필요할 경우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에서 주관을 요청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협의기구를 통해 제2공항 관련 논란을 해소하고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자는 것이다.

강 박사는 "협의기구는 참석자들간 논의 후 합의로 결정해야 할 문제이며, 논란 해소 및 합의형성에 필요한 주제에 대해 가급적 제한없는 논의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제2공항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기간 내에 협의를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가급적 조속히 추진할 것도 제언했다.

그는 "국토부의 내부검토 작업, 제주도의 공론화 및 합의형성 과정을 개별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으나, 가급적 함께 공동으로 진행하는 것이 조기에 논란과 쟁점을 해소하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효과적이다"며 "오늘 토론회에서 제기된 문제에 대해 국토부, 용역팀, 제주도, 시민단체, 성산대책위가 참여해 공동으로 심층적 검토 및 협의를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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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열린 제2공항 갈등문제 해법 모색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갈등해결학 박사).ⓒ헤드라인제주
◆ "'과업지시서대로 용역' 맞나' 부터 해명해야"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 및 제주자치도에서는 그동안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해 제기돼 온 주요 쟁점 및 문제에 대해 제주도민과 성산읍 지역 주민에게 해명할 것을 권고했다.

먼저 이번 입지선정의 기초가 된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연구' 용역이 '과업지시서'대로 충실히 이뤄졌는지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과업지시서에서 입지선정의 내용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용역결과 최종 발표에서는 성산읍 5개마을 지역을 단일입지로 해 '깜짝발표'한데 따른 것이다.

또 기존공항 확충방안에 대한 비교검토 분석이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강 박사는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방안은 사실상 두가지, 즉 '기존공항 확장'과 '제2공항 건설'이었는데, 기존공항 확장 방안에 대한 충실한 조사연구가 이뤄졌는지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두가지 방안 중에서 최적대안을 선정해 제시하려면 두가지 대안에 대한 충실한 비교검토 작업이 핵심이고 필수적인데도, 실제 그런 작업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두번째로는 국가 주요시설이면서, 해당지역에 피해가 불가피한 공항 건설을 추진하면서 별도의 적절한 부지선정절차 없이 일부 전문가에 의한 '사전타당성 조사용역' 결과에 의거해 부지를 확정하는 것이 타당한 일인지에 대한 답변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박사는 "이 두가지 쟁점에 대한 검토 결과,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 어떻게 개선.보완할 것인지, 또 문제가 없다고 본다면 그 이유나 근거는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 "베를린신공항 90회 공청회...제주도는 공청회 한번 없이"

앞서 강 박사는 이번 제2공항 논란 및 갈등이 크게 표출된 원인으로 이러한 비교검토의 부실 및 입지선정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의' 훼손 등을 들었다.

지역사회 전반적으로는 필요하나 해당지역에는 직.간접적 피해가 불가피한 사업을 추진할 대는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절차가 있어야 하고, 공항과 같이 지역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업의 경우 입지선정 등 추진과정에 전문가만이 아니라 지역주민 등 공중이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이나 이번 제2공항 입지선정에서는 이러한 절차가 생략됐다는 것이다.

강 박사는 "베를린 신공항의 경우 계획수립에서 부지선정 과정에서 총 90회의 공청회가 실시됐었다"면서 "그러나 제2공항 추진과정에서 사전 공청회가 열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의미있는 주민참여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점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2공항 갈등문제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서는 우선 연구용역이 과업지시서대로 충실히 이뤄졌는가, 적절한 부지선정 절차 없이 일부 전문가에 의해 부지를 확정하는 것이 타당한 일인지, 제2공항 문제에 대한 제주도 대응방식의 내용적 문제는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날 발표 제안은 지금까지 제기된 논란 및 의혹 등 쟁점사항들을 '협의기구'를 통해 하나하나 풀어나가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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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열린 제2공항 갈등문제 해법 모색 토론회.ⓒ헤드라인제주

◆ 국토부 "기본계획.실시설계, 토지보상 등 4~5년내 마무리"

나웅진 국토교통부 공항정책과장은 제2공항 건설계획에 대한 발표에서, 현재 진행 중인 예비타당성 조사가 끝나면 기본계획 수립 및 실시설계를 2년 이내에 진행하고, 4~5년의 소요기간을 두고 토지보상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 과장은 "현 제주공항이 2018년쯤 활주로 혼잡이 가중돌 것으로 예측돼 공항인프라 확충방안에 대한 사전타당성용역이 시행돼 추진돼 왔다"며 "용역결과 장래 제주지역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최적대안으로 성산읍 일원에 제2공항을 건설하는 방안을 제시함에 따라 지난해 11월 이를 채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기재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는 정해진 입지에 대해 경제성 및 타당성 검토를 주 내용으로 한다"고 피력한 후, 타당성에 대한 충분한 공론화 과정없이 입지선정이 이뤄지게 된 데 대한 논란에 대해서는 "입지선정 없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하지 못하도록 기재부 규정에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예비타당성 조사 후 향후일정과 관련해 그는 "앞으로 기본계획 및 실시설계를 하는데 1년반에서 2년, 토지보상 협의 및 착공을 하는데 4~5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29일 열린 제2공항 갈등문제 해법 모색 토론회에서 제2공항 추진계획을 설명하는 나웅진 국토부 공항정책과장.ⓒ헤드라인제주

◆ 지역주민들의 격한 울분..."엉터리 용역, 국정감사서 진상 밝혀야"

그러나 이날 토론에서는 협의기구에 대해서는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제2공항 입지선정 결과 발표 후 8개월 넘게 반대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 주민들은 일방적 입지선정, 예비타당성 조사 등 절차 강행에 반발하며 정부를 격하게 성토했다.

진희종 제주국제대학교 특임교수의 진행으로 이어진 토론에서 강원보 반대위 집행위원장은 "지난 8개월 동안 고향을 지키기 위해 피말리는 싸움을 하고 있다. 절차적 정당성도 무시하고, 계속 강행을 하고 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제2공항이냐"고 분통을 터뜨린 후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엉터리 용역, 잘못된 용역을 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서라도 이 문제에 대한 진상을 밝혀줄 것을 촉구했다.

강 위원장은 "용역은 도민 의견도 왜곡해 반영했으며, 주민의견 수렴없이 일방적으로 입지가 선정됐다"며 "이번 용역은 공정하지도, 올바르지도 않다. 허위이며 부실용역이다. 대한민국 존엄의 가치를 우습게 여긴 이번 용역 연구팀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일벌백계로 다스릴 수 있도록 있도록 국정감사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문상빈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영남권 신공항 부지선정 과정에서 정부의 타당성 발표는 그때그때 달랐다"면서 제주공항 대안 후보지 평가결과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제2공항 후보지를 평가하면서 '기존 공항 확장안'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만약 기존공항 확장안이 다른 대안과 동등하게 포함돼 평가됐다면, 기존공항 확장안에 더 많은 배점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성창 제주항공연구소 소장은 제2공항 예정지 발표후 제기되고 있는 '정석비행장'이 공공용 비행장으로서 입지 타당성이 있는지를 항공기술적 측면에서 설명했다.

그는 "정석 비행장은 41만평 규모로 해발 1150m 고지에 위치해 있어 안개일수 등 날씨의 문제가 많다"며 "뿐만 아니라 산악지대이다 보니 난기류의 영향도 많이 받게 되고, 주변이 오름에 둘러싸여 있어 활주로의 양방향을 활용한 이착륙이 용이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즉, 정석비행장은 공공비행장 입지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자 방청석에 있는 일부 주민들은 "안개일수는 항공기 이착륙과 크게 관련이 없다"면서 양 소장의 논리를 격하게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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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열린 제2공항 갈등문제 해법 모색 토론회.ⓒ헤드라인제주

◆ "절차적 정당성 무시한채 강행.주민 일방적 희생 강요 안돼"

성산읍이 지역구인 고용호 제주도의회 의원은 "정부는 공익을 앞세워 무자비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공익적 차원 중요하나, 주민들 개개인이 입을 수 있는 영구적 피해를 외면하고 있고, 주민을 배제시킨 제2공항 입지결정으로 절차적 정당성마저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 의원은 "공익이란 명분으로 지역주민들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면서 "조금 늦더라도 주민들과 토론하면서 의구심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절차적 민주주의를 꼭 지켜야 한다"고 강조햇다.

송대수 온평리 비상대책위원회 기획실장은 "마을의 75%가 (공항으로) 수용될 상황"이라며 일방적 입지선정 및 부실용역 문제를 제기하며 이번 제2공항 계획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밀어붙이기를 계속할 것이 아니라 현실에 맞는 방안을 찾아서 사회구성원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일방적으로 설명만 하려 하지말고,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을 더 많이 가져달라"고 말했다.

◆ 제주도 "갈등조정 협의기구 제안, 적극적 검토"

이어 현학수 제주특별자치도 공항확충지원과장은 쏟아진 질책과 장내 긴장된 분위기 속에 조심스런 입장을 피력했다.

현 과장은 "공항 건설에 따라 제기되고 있는 문제는 주거대책과 소음피해, 절차적 정당성에 관한 것들인데, 지금 갈등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발표자(강영진 박사)가 제안한 민관협의기구 구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갈등조정 협의기구 구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방청석에 배석했던 김방훈 제주도 정무부지사도 "오늘 의견을 주신데 대해서는 잘 수렴해서 검토해서 좋은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 "협의기구 논의보다, 현재 진행중인 예비타당성조사부터 중단시켜야"

이어진 방청석 토론에서는 성산읍 지역 주민들의 울분이 크게 터져나왔다.

성산반대대책위원회 정책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경배씨는 제2공항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친 후 기본계획 수립 및 실시설계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국토부 관계자와 함께 정석비행장 안개일수문제를 제기한 토론자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며 제2공항 추진절차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한영길 신산리 비대위원장도 일방적 계획추진에 대해 성토했다.

온평리의 송종관씨는 "정말 가슴이 아프다. 지금 잘못된 용역의 결과를 갖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일방적으로 일사천리 진행하는데 '협의기구'를 얘기하는 것은 맞지가 않다"면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모두 중단시키고 협의회를 구성해 제2공항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제3공항으로 갈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모든 절차진행을 중단시키는 조건 하에서 '협의기구'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다른 신산리의 주민은 "도대체 공항부지 선정기준이 뭐냐. 세계자연유산이 있고 돌굴들이 산재해 있고, 철새도래지가 2개나 있는 환경적 가치가 큰 지역에 공항을 건설한다는 것이 맞는 이치냐"고 따져물었다.

온평리의 귀농1년차라고 소개한 한 주민은 "제주에 내려와 귀농의 꿈을 갖고 생활을 막 시작하는 즈음에 제2공항이라는 날벼락을 맞았다. 저의 모든게 엉망이 되어 버렸다"면서 울분을 터뜨렸다.

당초 계획된 시간보다 1시간 가량 연장하면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갈등문제 해법의 구체적 방안의 논의로 이어지지는 못했으나 해당지역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국토부, 제주도 관계자가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갈등문제 해법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는데 의미를 갖게 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위성곤 의원은 "지역에 원하지 않는 시설이 들어오는 것에 대한 주민들의 저항권도 일정부분 인정을 해야 하고, 정부는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상세히 밝혀야 갈등과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면서 "오늘 토론회가 지역주민, 정부, 지자체, 시민사회단체가 머리를 맞대면서 실질적인 대책을 이끌어낼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 29일 열린 제2공항 갈등문제 해법 모색 토론회를 주최한 위성곤 의원.ⓒ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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