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투쟁 나선 강정마을 "우리는 왜 또 거리로 나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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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투쟁 나선 강정마을 "우리는 왜 또 거리로 나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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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마을회가 10일 밤 해군의 구상권 청구에 항의하며 이의 강력한 철회투쟁을 위해 천막 마을회관 설치를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해군이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 등을 상대로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관광미항) 반대운동으로 인해 공사가 지연된데 따른 손실금 34억4800만원을 물어내라는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천막투쟁에 나선 강정마을회가 "이제 우리는 또 다시 바닥에 섰다.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며 끝까지 투쟁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강정마을회는 11일 '천막 마을회관을 시작하며'라는 글을 통해 다시 천막투쟁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마을회는 "혹여 강정마을회와 주민들이 천막을 치고 또 다시 길거리로 나왔다는 소식에 '또 시작이네'라든가 '반대만 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드시는 분들은 없었나"라며 "저희들도 천막 마을회관을 길거리에 세우며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는 어째서 또 다시 길거리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걸까'가 가장 주된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평범함 삶을 어찌 바라지 않았겠나. 그래서 최초로 길거리로 나왔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됐다"며 "제주해군기지 건설 결정이 비민주적으로 강행돼 평범한 일상이 완전히 깨어진 순간, 우리는 이 문제를 도민사회에 호소하기만 하면 문제가 해결 될 줄 알았지만 점점 더 고립되기만 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지역에서는 대놓고 강정이 조금 양보해서 희생해주면 서귀포시가 해군의 유입으로 인구도 증가하고 경제도 좋아질 것이라는 소리까지 들려왔다"면서 "그런 말을 하신 분들은 자신의 토지를 강제수용 당하고 군복 입은 해군장교들에게 둘러싸여 협박을 당해보고 난 후에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었을까"하고 물었다.

마을회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도 경제적으로도 남부럽지 않을 만큼 성장하고, 사회적으로도 민주주의가 자리를 잡았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크나큰 자랑거리였다"면서 "그러나 제주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우리 강정주민들이 느낀 것은 대한민국은 결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었다. 주민투표를 행정당국이 적극적으로 방해하고 공권력이 투표함 탈취를 방조하고 탈취범들의 도주를 돕는 것을 보며 민주주의 파괴현장을 똑똑히 목격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아무리 경제적으로 나아졌다 하더라도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면 결코 행복한 삶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아무리 소수라 할지라도 그 사람의 권리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당연한 것은 그 소수가 언제든지 자신의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강정주민들은 기회만 되면 길거리에 나서는 그런 족속들이 아니다. 우리들은 사회운동가도 아니고 사회변혁을 꿈꾸는 것도 아니다"라며 "저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아니하며 소소한 일상들을 살아내는 것이 인생최대의 목표인 평범한 농부, 어부들"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그러나 또 다시 길거리에 섰다. 기자회견을 하고 정치인들을 찾아가며 모아진 사회적인 역량으로 해군이 스스로 우리 강정주민들에게 미안함을 표하고 구상권을 철회해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나"라며 "순리적으로 문제해결하기를 거부하는 해군에게 결국 우리가 선택 할 수 있는 길은 차가운 길거리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마을회는 "이 문제가 하루라도 빨리 매듭지어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자리를 빌어서 주제넘지만 제주도민여러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서 "제주도민여러분들이 바라는 제주도의 미래가 경제발전만은 아니길 간절히 빌어본다. 그것도 누군가의 희생을 발판으로 올라서는 경제발전만큼은 절대로 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투표를 하셨으면 좋겠다. 민주주의를 잘 할 정치인에게 투표를 했으면 좋겠다. 민주주의가 퇴보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제주도민의 몫이기 때문"이라며 "지연과 혈연이 강한 제주도에서는 가장 큰 당이 '괜당'이라는 속담이 있다만, 괜당문화가 지역사회의 끈끈한 수눌음 정신으로 역할하는 것 이외에 정치적 선택까지 좌지우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어 "앞서 말씀드렸듯이 우리 강정주민들은 운동가들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길거리로 마을회관을 옮기게 된 사연은 이미 우리는 모든 것을 빼앗겼기 때문"이라며 "10년 가까운 세월동안 해군기지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호소하다가 공권력에 짓밟히고 구속과 벌금폭탄까지 맞아왔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벌금을 감당하기 힘들어 마을회관을 매각해서라도 해결하려고 하자 주민들께서 적극적으로 말리셨다"면서 "일제시대를 지내오면서도 내주지 않은 것이 마을회관이다. 아무리 벌금이 무겁고 어려워도, 마을회관을 팔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해도, 마을회관이 사라지면 우리 강정마을의 정신적 지주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어려워도 마을회관을 팔지 않고 벌금폭탄을 견디어 왔다"고 강조했다.

마을회는 "그렇게 어렵게 지켜온 마을 공동재산들이 구상권청구가 철회되지 않으면 결국 다 사라지고 말 것"이라며 "그래서 이렇게 길거리에 천막을 치고 마을회관을 옮겨왔다. 이제 우리는 또 다시 바닥에 섰다.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해군이 강정마을에 처음 들어왔을 때 우리 강정주민들에게 해군이 한 말이 있다. '누가 죽던지 끝까지 가봅시다'"라면서 "그 때는 그 말이 정말 끔찍하게 들렸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에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지금 이제 그 말에 대한 대답을 들려주어야겠다"면서 "가져가려면 우리 강정주민 다 죽이고 가져가라"고 규탄했다.<헤드라인제주>

<홍창빈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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