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제도 개혁 협의체 합의, '동상이몽' 속 급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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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제도 개혁 협의체 합의, '동상이몽' 속 급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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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정책협의회 '예산제도개혁' 합의 도출 의미와 과제
합의불구 협의체 구성범주 '이견'.."도민 빼고, 그들만의 테이블?"
26일 열린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정책협의회. <헤드라인제주>
26일 열린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정책협의회. <헤드라인제주>

민선 6기 원희룡 제주도정과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26일 열린 첫 정책협의회에서 '예산제도개혁 협의체' 구성에 합의한 것은 지난 예산파국 사태 봉합 후 도출된 첫 결실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 있다.

그러나 아직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이견이 표출됨 속에서 일궈낸 합의이기에, 우려와 함께 과제 또한 적지않다.

정책협의회에서 합의된 사항은 △가칭 '제주도 예산제도 개혁 협의체' 구성 △카지노 관리.감독 강화 위해 관광진흥법 개정 공동 노력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도민의견 용역에 반영 등 3가지다.

합의사항을 표면적으로 보면, 의제로 상정됐던 안건 모두에 합의점이 도출된 것으로 보이나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외에는 알맹이가 약하게 다가오는게 사실이다.

이를테면 카지노 관리.감독 강화 문제의 경우 현재 제주도의회에 제출된 도의회 상임위에서 처리가 늦어지고 있는 '제주도 카지노업 관리 및 감독에 관한 조례안'의 조속한 처리 여부에 대한 결론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합의사항에서는 조례 내용은 뒤로 빠졌다.

'국회에 계류 중인 관광진흥법이 조속히 개정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한다'는 선에서 합의는 이뤄졌다. 다분히 대외적 발표용으로 가장 낮은 차원의 포장을 한 모양새다.

예산제도 개혁 협의체 구성 합의 또한 마찬가지다. 보통 협의체를 구성했다고 발표를 한다면 참여 범주나 로드맵 정도는 갖고 해야 하나, 이번 합의사항에는 '협의체 구성을 위해서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간 협의를 시작한다'고 돼 있다.

엄밀히 얘기하면,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약속한 것이 아니라, 협의체 구성을 위한 논의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물론 지난해 연말 사상 초유의 대규모 예산삭감사태로 크나큰 홍역을 치렀던 점을 감안하면, 제주도와 의회간 '예산 개혁'에 공감했다는 점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로지 가칭으로 해 붙여진 명칭만 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불안한 출발'이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우려를 갖게 한다.

이유는 분명하다. 무엇보다 협의체 구성 범주를 어느정도 수준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정책협의회 과정에서 도정과 의회간에는 극명한 '이견'이 표출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도정은 협의체에 제주도와 도의회, 시민단체, 예산 전문가, 주민대표 등이 참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반면 의회는 예산제도의 변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협의체 구성에 대해서는 제주도와 도의회가 참여하되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의 참여는 신중히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즉, 도정은 협의체에 시민사회 대표까지 망라하자는 주장인 반면, 의회는 제주도와 의회 양자로 국한해 하자는 입장인 것이다.

이번 정책협의회가 사실상 첫 만남이어서 탐색전에 준한 합의사항이었다고 변명할런지 모르나, 범주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무척 아쉽게 다가온다.

특히 지난해 말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에서 예산제도개혁안에 대한 제안을 받고 긍정적으로 답했던 의회에서 협의체 구성을 했던 의회에서 '제주도와 의회' 두 기관만으로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했던 입장은 상당히 의아스럽다.

두 기관만 만나서 논의할 생각이라면 '협의체'라는 명칭 자체가 과대포장이다. 굳이 협의체라는 용어를 쓸 필요없이 도-의회 실무회의 내지 그들만의 테이블로 해서 협의를 가져나가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닐까.

협의체는 민선 지방자치시대 이후 매 예산편성과 심의 때마다 되풀이돼 온 기존 낡은 관행을 과감히 뜯어고치고 민주성을 확보하고 원칙과 기준을 바로 세우는 내용의 룰을 만든다는데 목적이 있다.

협의체는 두 기관의 발표사항에도 명시됐듯, '예산제도 개혁'이란 목적성을 갖고 있다. '제도개혁'에 분명한 방점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협의체 구성범주에 이견이 표출된 것은 무늬는 '예산제도 개혁'으로 포장하고, 내용 '편성예산 조율 및 합의'로 가져가려는 속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강하게 제기되는 부분이다.

협의체 성격을 제각각 해석함 속에서 나온 아이러니한 '동상이몽'의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예산제도 개혁이 목적이라면 시민사회이든, 주민 대표이든, 전문가이든 민간영역의 참여를 기피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예산제도 개혁 협의체' 구성 협의를 시작한다는 합의사항 발표문의 신뢰성을 더하기 위해서는 본 논의에 앞서 협의체에 대한 목적성을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예산제도 개혁 문제는 지난 예산파국 사태를 겪으면서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른 대가로서의 성과적 측면으로 보듬어 안아야 할 문제이다. 협의체 구성은 이 때문에 더 없이 중요하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혹, 협의체는 도정과 의회간 단순 예산편성 목록의 문제를 조율할 정도로 가져나간다면 지난번과 같은 파국사태는 언제든지 재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합의사항이 '발표용'으로 급조한 것이 아니라면, 이번 협의체 구성을 통해 예산제도 개혁의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데 의지를 갖고 나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어떻게 많은 도민의견을 수용할 수 있을지, 또 사업예산 우선순위 선별 방법의 문제, 지역민원 예산편성 문제 등 예산편성과정의 시스템적인 방법에서부터, 나아가 가능하다면 의회 심의의 원칙과 기준 문제 등 논의의 폭을 전반적으로 확대해 개혁적 시스템을 만들 것인지 하루속히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예산제도 개혁'을 위한 협의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만큼, 그에 준한 책임있는 논의를 기대해본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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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2015-03-27 13:56:54 | 112.***.***.130
공감되는 주장입니다
도하고 의회만 할거면 협의체가 아니죠
예산제도 개혁이라는 목적을 발표하고도 잊어버린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