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기로...'재의 요구'인가, '조기 추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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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기로...'재의 요구'인가, '조기 추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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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사상초유 예산삭감 파장] (3) 수습 방안은?
'재의요구' 카드, 의회 압박용?...어떤 실익 있을까?

(3) '막장 예산' 사태,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사상 초유의 삭감으로 '막장'으로 점철된 제주도 새해 예산안 파문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새해 최대 이슈로 부상해 있다. 1636억원의 대규모 삭감으로 곳곳에서 행정업무 마비사태가 현실화되고 있다.

일부 부서는 사무관리비 등이 전액 삭감되면서 업무자체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의 불똥은 고스란히 행정수요자인 도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도민사회에서도 성난 목소리들이 들끓고 있다.

농정분야 예산 삭감에 화가 난 농업인단체들이 이번 예산안 심의결과를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장애인단체에서도 사회복지분야 예산삭감에 들고 일어섰다. 상공인들도 예산삭감이 초래할 지역경제 악영향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

대규모 예산삭감은 제주사회 각 분야에 연쇄적인 영향으로 이어질 것이란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새해들어 '신문구독'이 중단되고, 시내 홍보전광판의 불이 꺼진 것을 비롯해, 각 분야 예산투입이 줄줄이 끊기면 그 여파는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이제 예산파국은 단순한 제주도정과 도의회의 갈등문제가 아니다. 새해 지역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도 있는 중차대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막장 예산' 사태의 수습 방안은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지난 도의회를 통과한 예산을 무효화시키고 재편성하거나, 조기에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는 방법, 이 두가지 중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자는 '재의요구'를 통한 방법을 말한다. 즉, 재의요구를 하거나 조기 추경편성에 착수하거나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물론 어느 것 하나 한쪽의 일방적 희망으로 되는 것은 없다. 도정과 의회의 '합의'가 절대적으로 전제돼야 한다는 가정이 있다.

이 '합의' 역시 이왕이면 지난 예산안 파국의 교훈을 반면교사 삼아 예산개혁의 새로운 시발점으로 행해질 때 의미는 커진다.

예산심의 때마다 반복되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도정과 의회,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TF팀이라도 구성해 예산제도 개혁 실행계획에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희룡 도정은 올해를 예산개혁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했고, 구성지 의장 또한 신년대담에서 '예산협치'로 가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표현만 조금씩 다를 뿐 공통적으로 예산제도의 개혁 내지 혁신을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예산개혁 내지 혁신을 강조하면서도, 서로 '자존심' 대결을 하듯 극히 자기중심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책임전가를 위한 압박용 액션만 계속되는 양상이다.

제주도가 '재의요구' 카드를 슬쩍 꺼내든 것도 어찌보면 대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라, 의회 압박용으로 볼 수 있다.

재의요구 자체가 사실상 의회로 하여금 대규모 삭감의 잘못을 인정하라는 것에 다름없기 때문이다.

현행 지방자치법에서는 의회의 의결이 월권이거나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되면 지방자치단체장이 의결사항을 이송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이유를 붙여 재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회는 재의요구한 사항에 대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면 최초 의결안은 확정된다 이 경우 도지사는 대법원에 소(訴)를 제기할 수 있다.

반대로 도의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나오지 않아 부결될 경우 지난 의회가 의결한 예산안은 백지화되고 다시 재편성 수순을 밟게 된다.

원 도정이 원하는 그림은 이 '부결' 상황인데, 문제는 현실적으로 부결이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는 것이다. 의회가 도정의 압박에 굴복을 선택할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공무원노조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재의요구는 자칫 제2의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현재의 예산파국 상황을 장기화로 가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물론 제주도정에서 재의요구를 검토하는 것은 의회가 삭감한 1636억원 중 법령에 위배해 의결한 부분이 확인돼 이를 바로잡는다는 명목이다.

법령 및 조례 등의 근거를 갖고 편성한 법정필수경비가 24건에 197억원이 삭감됐고, 예산편성지침 및 법령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서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할 경비인 국가직접사업 및 국비보조사업에 따른 지방비 부담사업도 50건에 269억원을 삭감한 것으로 나타나 재의요구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도청 내부에서 흐르는 분위기는 이미 재의요구 프레임이 짜여진 듯 하다. 조기 추경안은 말도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다.

대규모 예산삭감으로 인해 초비상적 상황에 처했다고 토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장기적 전략으로 가져 나가는 것은 매우 의아스럽게 다가온다.

계수조정 내역의 숱한 오류나, 법정필수경비 삭감 등의 문제는 이미 대외에 고지된 주지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 의회 또한 가타부타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예전 의회에서도 삭감규모만 다를 뿐, 법정필수경비나 국비매칭사업이 삭감된 사례는 종종 있었던 터다. 법령에 위배돼 개선돼야 할 사안이란 것은 확실하지만 이 역시 관행적으로 행해져 온 것으로, 아주 깜작 놀랄만한 일은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왜 자꾸 재의요구 쪽으로만 가는 것일까.

이미 비판세례를 받고 있는 의회에게서 '굴복'을 받아낼 화룡점정의 목적이 아니라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당장에 행정업무가 마비될 지경이고, 사무관리비 조차 전혀 없어 일을 못할 상황이라고, 지역경제에 큰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볼멘 소리를 내면서, '장기전 돌입' 얘기까지 나오는 모순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칫 사태를 수습할 '골든타임'을 놓쳐 버리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재의요구로 갈 것인지, 조기 추경으로 갈 것인지의 선택기준은 도민 중심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고, 어떤 선택이 실익이 큰지 철저히 따져봄 속에서 결정돼야 할 문제가 아닐까.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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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향 2015-01-06 14:30:41 | 211.***.***.28
언론에서도 잘 씁서 이번에 해결 안되면 큰 일나게 되시난 신중히 씁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