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 위기 '협치위원회'...왜 이런 상황 초래됐나?
상태바
좌초 위기 '협치위원회'...왜 이런 상황 초래됐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의회 전면 보이콧 '협치', 도정의 잘못과 치명적 실수
'몰래' 운영 자기모순 딜레마...진정성 도마 '협치', 어떻게?

민선 6기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핵심 아이콘인 '협치(協治)'가 제대로운 실행 한번 못해본채 좌초될 중대 위기를 맞고 있다.

정책 결정과 집행과정에 민주적 도정운영 시스템의 방법으로 '협치' 모델이 제시됐으나, 그 첫 단계인 협치위원회 출범 조차 사실상 연내에는 어렵게 됐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당초 '협치위원회 조례'가 제정되면 10월 중 의회, 학계, 언론계, 법조계, 문화예술계, 경제계, 시민사회단체.직능단체 등에서 추천받은 30명의 위원을 위촉해 협치위원회(전체 총괄조직)를 출범시킬 계획이었다.

또 그 산하에 문화예술, 1차산업, 원도심 등 분과 형태의 3개 협치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각 상임위원회에서 일제히 원희룡 도정의 '성급함'과 잘못된 절차를 질타하고 나섰고, 급기야 구성지 의장은 "협치위원회는 조례는 영원히 탄생해서는 안된는 조례"라며 전면 보이콧 의사를 밝히는 극닥적 입장을 표명하면서 난항에 빠졌다.

연내 조례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출범 첫 해에 핵심아이콘인 '협치'가 온갖 구설수에 올라 난타당하면서, 원희룡 도정도 모양새가 크게 구겨졌다.

왜 이런 상황이 초래된 것일까.

그동안의 진행과정을 찬찬히 살펴보면, 결론적으로 원 도정의 '성급함' 내지 협치의 의미와 상반되는 행동 등의 '자기모순'이 불러왔다고 할 수 있다.

첫째, 협치위원회 조례안 체계의 '불완전성'에 대해 깔끔하게 설명해내지 못한 문제가 있다.

6.4지방선거 당시 수없이 쏟아냈던 약속은 하나같이 '협치'로 포장돼 왔고, 민선 6기 출범하면서는 '협치 도정'의 출범을 선언했으나, 도민들에게 '협치'의 개념조차 제대로 이해시키지 못했다.

지난 추석연휴 직전에 실시된 한 방송사의 여론조사 결과 협치의 의미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는 응답층이 41.3%로 높게 나온 점이 이를 잘 말해준다.

제주도정은 모든 공문서 및 홍보자료를 통해 '협치'라는 단어를 수도 없이 쏟아냈으나 개념의 모호성으로 인해 도민들에게는 매우 추상적 개념으로 전해지고 있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원 도정이 말하는 '협치'와, 선거당시 도민들이 받아안았던 '협치'의 개념은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

원 지사는 지난 3월16일 제주도지사 출마 선언 때 '협치'라는 개념을 처음 등장시키며 "권력은 나눌 수록 커진다"라는 말과 함께,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도민참여 시스템으로서의 '협치'를 설명했다.

선거가 끝난 후에는 야당에 정책협의와 인사권까지 제안하면서 한때 '연정((聯政)' 수준으로 해석됐다. 도민사회에서는 '권력'이라는 단어에 포인트를 두고 해석한 측에서는 통치모델로서의 협치, 즉 '연정'을 연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취임 후 원 지사의 포인트는 '권력'이 아니라 '참여'로 전환해 설명했다. 최초 '권력' 내지 '통치'의 모델로 이해했던 도민들에게는 개념이 크게 후퇴한 것으로 인식되기에 충분하다.

대단하고, 제주의 획기적 변화를 초래할 중심축이 될 것 같았던 '협치'가 알고보니 종전 각종 위원회 수준에서 살짝 덧칠하는 정도로 바뀐 것이다.

전임도정이 만든 것은 '낡은 위원회', 원 지사가 만들면 '협치위원회'인가 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례안 심의에서 제동이 걸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례에서는 협치위원회의 주 기능으로 '협치행정과 관련된 종합적인 시책의 수립․추진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 의결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위원회의 심의 의결 결과는 도지사에게 정책에 반영하도록 권고할 수 있고, 도지사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권고사항을 존중해 정책 수립.추진 과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기존 170여개에 이르는 법정 위원회와의 충돌 가능성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상위법률과 조례를 근거로 설치된 기존 위원회의 심의 의결권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는데도, 조례안은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 명시를 하지 않았디.

사회협약위원회의 기능과도 유사한 부분이 많아 혼선을 우려하는 시각이 표출되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협치행정', '협치제도', '협치정책' 등 개념이 모호함을 해소시켜 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불완전한 조례 체계는 자연스럽게 '옥상 옥' 논란으로 이어졌다.

둘째, 지난 행정사무감사에서 큰 논란이 있었던 비밀리에 협치위원회를 구성해 편법운영했던 문제다.

제주도정은 조례가 심사보류 상태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28명으로 구성된 문화예술협치위원회와 33명이 참여한 1차산업협치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문화예술협치위는 위원장과 부위원장까지 선임하고 회의참석 수당까지 지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치명적 실수다.

설령 '준비위원회'라는 꼬리표가 붙어있었다 하더라도, 구성인원과 한차례 회의의 내용을 보면 사실상 '정조직'에 준하는 수준이다.

앞으로 조례가 통과되더라도 '준비위' 꼬리표만 떼면 바로 정식 가동할 수 있도록 만반의 체비를 다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하다못해 기존 각종위원회 구성때에도 위원 위촉은 최소한 도의회 및 각계각층에서 추천을 받는 형태로 해 구성을 해 왔다.

그런데도 명색이 '협치' 조직을 만들면서 이러한 공개적 절차없이 위원들을 꾸렸다는 것은 필요성 내지 당위성을 떠나, '협치'의 의미를 스스로 퇴색시키는 자기모순적 실수임에 분명하다. '협치'가 진정성을 의심받게된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다.

또 협치조직을 만들면서 최소한 도의회와의 교감도 없이 몰래 운영했다는 것은 '협치'라는 의미가 갖고 있는 공개성, 민주성에도 크게 반하는 것이다.

행정사무감사에서 각 상임위원회에서는 일제히 협치위 운영의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했고, 심지어 감사총평에서는 '사조직에 불과하므로 해체하여야 한다'라는 주문까지 나왔다.

구성지 의장은 "일련의 잘못된 사례로 인해 협치위원회 조례는 아무리 고쳐 생각해도 영원히 탄생해서는 안되는 조례"라고 못박았다.

원 도정 입장에서 '사조직에 불과하다', '영원히 탄생해서는 안되는 조례'라는 거친 표현들은 대단히 치욕스럽게 다가올 것이나,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이를 도의회의 '감성적 대응'으로만 간주하다가는 일을 더 크게 그르칠 수가 있다. 난관에 봉착한 '협치의 명예'를 어떻게 회복하고, 어떻게 다시 시작할 것인지 일련의 상황에 대한 냉철한 반성과 함께 다시 원점에서 시작을 준비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