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인사원칙...결국 '말의 성찬'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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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인사원칙...결국 '말의 성찬'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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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설수 오른 원희룡 '인사 스타일', 의심받는 진정성
주요기관장 교체방침 '일구이언'...인사청문도 요식행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9월11일 산하 기관장에 대해 일괄사표를 받으면서 꺼내든 전면교체 카드의 인사방침은 결국 무위로 끝났다.

사표를 수리한 6대 기관장에 대한 후속인선이 당초 인선원칙에서 천명됐던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보은인사', '코드인사'로 흐르고 있는가 하면, 새로운 인사혁신 방안으로 제시한 인사청문회 마저 한낱 요식적 절차로 전락되는 분위기다.

원 지사는 29일 후속인선된 공공기관장 첫 인사청문 절차를 밟은 이성구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내정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한마디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전격적 발표였다.

새로운 젊은 변화를 주도하는 '협치(協治) 도정'을 선언한 원 지사가 시민의 눈높이와 일반적 상식과 가치를 깨고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전임 도정에서는 이러한 일이 비일비재했다 하더라도 원 도정에서는 뭔가 다를 것으로 기대했다.

취임 후 전임도정의 인사에 대해 '낡은 정치'로 치부하며 강한 칼을 빼들었던 원 지사가 기대했던 혁신인사를 저버리고 구태를 재연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 이날 일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도의회 인사청문회에서는 내정자의 전문성 논란에서부터 민선 6기 도정의 환경정책 방향과는 전혀 다른 '소신'을 주창하고, '정치공무원' 논란 등이 집중 제기됐다.

인사청문경과보고서에서는 비록 '부적격'이란 표현은 쓰지 않았으나, 청문에서 숱한 문제가 지적됐고 청문경과 보고서 채택 시점에서는 억지 자구수정을 요구하는 방법으로 해 '부적격'이란 단어만 뺐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비록 적격성 판단은 유보됐으나 이미 청문회를 지켜본 도민사회 여론은 고개를 절레절레 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과 환경.시민단체까지 나서 임명을 반대하면서 임명강행은 어려울 것이라고 보였다. 그러나 결론은 '강행'이었다. 무엇이 그토록 원 지사의 발목을 잡았는지 속내는 알 길이 없으나, 상식의 흐름에 반하는 결단이었다.

이 결단은 그동안 표방해온 '새로운 정치'에 흠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9월11일 발표한 기관장 전면교체 명분도 사실상 한달만에 폐기된 것이나 다름 없게 됐다. 당시 원 지사는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 식이 아니다"라는 표현까지 쓰며, 앞으로 후속인선도 '경영능력'과 '전문성'을 위주로 해 인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방송대담에서는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전문성 있는 인사를 모셔오겠다고도 했다.

이 말에 대한 신뢰성, 일관성을 볼 때 이번 원 지사의 결단은 패착에 다름없다. "내가 하면 로맨스 식 아니다"고 말했지만, 스스로 '내가 해야 로맨스'를 천명한 모양새가 돼 버렸다.

그동안 해당 기관의 정관이나 규정에 따라 사표를 제출하는 게 순리인데도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공개적으로 사표제출을 통보한 것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컸음에도 원 지사의 사표제출 및 전면교체 카드에 일정부분 호응을 했던 것은 '혁신인사' 약속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원 지사는 "사장의 장시간 공백에 따른 에너지공사의 업무연속성 차질 우려 등을 감안해 임명하게 됐다"고 설명했으나 이 역시 상당히 어줍게만 다가온다.

최소 자신이 표방한 숱한 정책방향, 방침의 일관성 유지, 혹은 정체성을 지켜나가려는 차원에서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확실한 적임자를 찾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어야 했다.

공공기관장과 행정시장 인사청문회가 파격적인 인사검증시스템인 것처럼 해서 규정 외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으나 이번 일을 계기로 해 앞으로 인사청문회 무용론도 크게 분출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민선 6기 도정의 '변화'와 '혁신'의 정체는 뭔지, 진정성은 뭔지, 헛갈림만 더하는 상황이다. 인사방침은 한낱 말의 성찬이었나.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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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실천 2014-10-30 08:14:28 | 175.***.***.156
생각만 하고 말로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건 말하지 않은 것 보다 못하고 생각안한거와 마찬가지라 했습니다 말이 너무 앞서가는 모양새군요 좀더 신중한, 말을 좀 아끼는 도지사였으면 합니다

왕실망 2014-10-29 22:23:59 | 125.***.***.182
자기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본인이 말했놓고 인사 하는 모양 하고는 ㅉㅉㅉㅉ
공신 측근인사 안한다 해놓고 측근하고 3김쪽 사람들 챙겨주느라 하는 모양도.
공무원인사도 멀고 멀었지
점점 싫어진다

말의성찬이라 2014-10-29 19:48:17 | 110.***.***.113
말은 그럴듯했지. 믿음이 팍 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