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사투리 재미 붙인 뉴요커 ‘스티브 메르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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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사투리 재미 붙인 뉴요커 ‘스티브 메르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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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시골 할머니들하는 말씀 들으면 대충 감이와요”
다른 외국인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조언은?

인터뷰 시간 10분전부터 그는 이미 약속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간만에 봤는데 더 젊어진 것 같다는 질문에 아마도 살이 빠져서 그런것 같다며 여유있는 미소를 보였다.

1976년생인 미국인 스티브 메르시어(Steve Mercier)씨는 현재 제주대학교 국제교류센터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완전히 제주에 정착했다고 할 수는 없으나 이곳에 머문지 벌써 5년째다. 조상이 프랑스인인 그는 세계의 심장부라 일컬어지는 미국 뉴욕에서 공부하고 자라고 또 일해왔다. <헤드라인제주>와는 지난해 ‘2013 외국인 섬머 페스티벌’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인연이 시작됐다.

지난해 <헤드라인제주>가 주최한 '2013 세계인제주 외국인 섬머페스티벌'에 참가한 스티브 메르시어. <헤드라인제주>

그는 자신이 대한민국 특히 제주에 오게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대학원을 졸업하기 전에 다른나라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 있었어요. 어느나라로 갈 지 고민하던 중에 한국 출신의 학교친구나 주변사람들이 ‘한국에 가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유하더라고요”

무작정 한국에 가봐야겠다고 생각을 하던 그는 ‘제주도’란 곳에서 영어를 가르칠 사람을 구한다는 구인광고를 보게됐다.

“제주도에 대해서는 사실 아는게 없었는데 주변 한국인들이 모두가 좋다고 얘기했어요.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고 아름다운 곳인것 같아서 오게됐죠.”

아무리 모험심이 강한 사람이라해도 홀홀단신으로 자신의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지구 반대편을 찾는 일이란 쉽지 않다. 그가 접한 제주사람들의 첫 인상은 어땠을지 궁금했다.

“제주도 사람들은 매우 친절하고 마음이 넓은 것 같아요(웃음). 농담이 아니라 처음 제주에 와서 한국말을 잘 못하는 나에게 무슨문제는 없는지 도와주려고 노력한 모습들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5년째 제주에서 살고 있는 그는 ‘매 주말을 꽉꽉 채우면서 보냈다’고 할 정도로 팔방미인같은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자신의 외국인 친구나 한국인 지인들과 함께 주말마다 하이킹이나 오름 등반을 하는 것은 물론, 여름철이면 스쿠버다이빙을 하거나 음악연주 활동을 한다. 시간과 장소가 여의치 않으면 제주대학교 뒷편의 동산이라도 오른다고 덧붙였다.

예전 기자와 통성명을 하며 동갑인 것을 알게된 그는 “우리 캅창(갑장)이예요”라며 친근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제주에 거주하는 많은 외국인들이 제주를 사랑하고 제주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의 노력은 좀 유별난데가 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가방에서 책 한권을 꺼내들더니 기자에게 보여준다.

“이거 선물받은 책인데, 제주생활에 아주 도움이 많이 되요. 한국어와 제주의 방언이 영어로 설명된 자료인데 인터넷에서 찾을 수 없는 내용들이 아주 많이 실려 있어요. 아직 완전히 익숙치는 않은데 시골같은 곳에서 노인들이 얘기하는 것을 들으면 ‘이게 제주사투리구나’라고 알게됐죠. ‘고맙수다’, ‘왔수다’와 같이 ‘~수다’로 어미가 끝나는 말이 존댓말이라는 정도는 자연스럽게 이해되요.”

스티브 메르시어가 제주어를 공부하기 위해 참고하고 있다는 책을 펼쳐보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영어 이외에 여러가지 외국어를 구사하는 데에도 그는 제법 능통하다. 선조의 언어인 프랑스어는 웬만큼 가능하고, 스페인어와 이탈리아어 독일어도 조금씩은 가능하다. 제주에서 지내며 일본에도 몇 차례 들렀다고 한다.

“어릴때부터 항상 언어 분야에 관심이 많았어요. 외국어를 배우는게 쉽지는 않지만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일본에 가기 위해 공부를 했을 때는 한국말과 어순이 비슷해 흥미롭게 느꼈어요”

타문화에 대해 배타적이고 학습에 수동적인 미국인들을 표현하는 우스갯 소리 가운데’ 세가지 이상 언어를 표현하면 multilingual, 두 개 이상 언어가 가능하면 bilingual, 한가지 언어밖에 모르면 American이다’라는 말이 있다.

영어가 아닌 다른 외국어를 공부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다보니 많은 외국인 학생들을 접하게 됐어요. 일본, 스페인, 심지어 러시아까지 다양한 언어배경을 가진 학생들이죠. 그들이 보다 쉽고 편하게 영어를 배우기 위해 저도 해당 모국어를 조금씩은 알려고 노력해요.”

몇몇 미국인을 만나본적은 있으나 이렇게 개념(?)을 가진 경우는 처음이라 내심 반가웠다. 내친김에 제주에 정착한 많은 외국인에게 조언 한 마디를 부탁했다.

“제주에 온 다른 외국인들을 보면서 자신들끼리만 몰려다니며 일과가 끝나면 시내 술집에 모여 수다를 떠는 것을 봤어요. 근데 이곳에 있으면서 보다 가치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해요. 한국 친구들과 만나고 멋진 제주의 자연을 즐겼으면 좋겠어요.”

스티브에게 올해 소원을 물었더니 앞으로 10년 후의 인생을 설계하는 일이라고 한다.

“미래를 설계하고 준비하는 일은 늘 재미있어요. 항상 계획대로 되지는 않지만(웃음). 한국에 처음 왔을 때에도 2년 정도만 있으려고 했는데 벌써 5년이 된 것처럼요. 언젠가는 미국에 돌아가야겠죠. 어느 곳에 정착하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많은 준비를 해야할 것 같아요.”

10년 후 그가 어디에서 어떻게 변할지 확인할 도리는 없으나, 제주에 대한 애정과 좋은 추억이 식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헤드라인제주>

<고재일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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