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정책 '양심주차장'...왜 시민에 책임 떠넘기나?
상태바
실패한 정책 '양심주차장'...왜 시민에 책임 떠넘기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취재수첩] 무인 유료주차장 패착, 시민에 떠넘긴 행정당국
로드맵 없던 정책 도입...자충수 두다 결국은 시민의식 탓?

제주시청사 앞 노상주차장에서 운영되던 '양심주차장'이 결국 실패로 귀결됐다. 여러가지 수식어를 붙였지만 결과적으로 실적이 저조했던 탓이다.

주차회전율은 절반으로 뚝 떨어졌고, 거둬들인 수익은 세기가 민망할 정도의 금액이었다. 휑하니 꽂혀있는 입간판과 급하게 투입시킨 '양심지킴이'만이 명목상의 양심주차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자연스럽게 양심주차장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일었고, 결국 제주시는 패착을 인정했다.

시청사 앞 양심주차장의 유료화 전환은 이미 어느정도 예상됐던 결과이기도 하다. 오히려 시기를 놓쳐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런데, 유료화 정책의 도입에 따른 제주시의 설명을 보면 '자가당착(自家撞着)'의 늪에 빠진 모습이다. 주차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기보다는 '시민의식 부재'로 책임을 전가시킨 것이다.

제주시는 이날 양심주차장의 유료화 전환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시민의식 부족 등으로 기대했던 회전율 개선이 저조하여 유인 유료주차장으로 다시 전환하게 되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과연 양심주차장이 안착하지 못한 것을 시민의식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만 볼 수 있을까.

시청 앞 노상주차장은 7년이 지나는 동안 4번이나 운영정책이 바뀌었다.

당초 무료로 운영되고 있던 시청앞 노상주차장은 장기주차 차량으로 인한 민원이 빗발치자 2007년 1월 유료화됐다.

주차장이 유료화되자 주차회전율도 급증했지만, 적자난에 봉착했다. 주차관리 요원들의 인건비를 주차요금으로 충당할 수 없어 시간이 지날수록 적자가 가중됐다.

2년을 버티지 못한 채 유료로 관리되던 노상.노외주차면은 2009년 1월 전면 무료화됐고, 다시 장기주차 차량이 속출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양심주차장은 이 같이 이도저도 힘든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도입한 시스템이었다.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로드맵은 없었다. 문제가 뻔히 보이는 시도였음에도 제주시는 시종 '꼿꼿한 자세'를 견지했다. 언론의 지적과 시민들의 민원에도 "무료 운영보다는 효과가 좋지 않느냐"는게 당시 제주시의 입장이었다.

양심주차장을 도입해도 주차회전율과 징수실적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자 시당국은 노인일자리 사업자를 '양심지킴이'로 투입하기에 이른다. 이마저도 효과가 없자 '비양심 차량 공개', '장기주차 차량 삼진아웃제'등을 도입하는 자충수를 두기 시작했다.

결국 시민들의 양심에 맡기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주차장은 '비양심' 시민을 색출하기 위한 주차장으로 변질됐다. 업무중이던 공무원들을 비양심 차량을 찾아내는데 투입시키면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우스운 꼴을 자초했다.

그랬던 제주시가 이제 와서 시민의식의 부재를 탓하는 것이 시민들에게 곱게 비춰질 수 있을까.

애초부터 시청앞 노상주차장은 유료로 전환했어도, 무료로 운영했어도 나름의 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었다. 양심주차장의 불확실성도 어느정도 예상됐을 것이다.

주차정책을 전환한 목적이 오로지 시민들의 편의를 위함이었다면, 시민들을 '비양심자'로 낙인 찍은 해석이 나올 수 있었을까.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