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최후의 몸부림...창업과 도전
상태바
청년실업 최후의 몸부림...창업과 도전
  • 김찬집 @
  • 승인 2013.09.16 12: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찬집의 사방팔방] 창업국가 이스라엘 벤치마킹하라

팔월 추석에 고향에 내려오지 오지 못하는 취업준비생들이 고시촌 반 평짜리 방에서 라면으로 추석을 지새운다고 한다. 안정된 직업을 갖기 위한 최후의 몸부림이다. 이건 사회적 에너지 낭비다.

지난해 직업능력개발원이 중1∼고2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상위권에 든 장래 희망은 직업교사, 의사, 공무원… 등이다. 사업가· 컴퓨터 그래 머는 20위권 밖이다. 과학자는 중1 때 그나마 9위지만 고2에 가서는 55위로 아득해진다. 학부모 상대 조사에서도 선호도 상위 세 직업군은 똑같았다.

세상을 품겠다고 나서야 할 청소년들의 시선이 안정된 직장에 고정된 현실은 희망적이지 않다. 이들의 미래는 바로 윗세대가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대학생 혹은 대졸자들은 대기업 시험이나 고시에 올인 한다. 그게 아니면 실업자다. 도전도 패기도 없다.

이들에게 일자리는 ‘취업’을 뜻한다. 그리고 괜찮다는 자리는 대기업이 만든다. 올 들어 투자가 주춤한 가운데서도 정부는 고용을 늘리겠다고는 하지만 한계가 있다. 미국에서 1980∼2000년 사이 고용 증가는 5년 미만 회사들이 이끌었다. 며칠 전 발표 된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도 기업의 연력 과 기업주의 연령이 낮을수록 고용 효과가 높다고 적시하고 있다. 요컨대 적극적인 창업이 일자리 창출의 관건이고, 그 주역은 물론 청년이다. 경제가 성장·진화하려면 창업이 주동 엔진이 돼야 한다. 청년 기업가가 많은 나라엔 미래가 있다.

지금 정부의 창조경제론은 이스라엘을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그 성공 비결을 다룬 책 ‘창업국가’에 주목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한국의 5분의 1 크기이지만,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기업이 유럽 전체보다 많다. 인구 대비 벤처 창업은 단연 세계 1위다. 우리나라와 이스라엘은 닮은 점이 많다.

현실의 적을 눈앞에 둔 대치국가이고, 변변한 자원 없이 짧은 기간에 극빈 국에서 경제 강국으로 도약한 것은 양국이 같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이스라엘 같은 창업 열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공통된 학자들의 의견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창업 국가’가 안 되는 이유로 두 가지를 든다. ‘체면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2000년의 IT 거품의 붕괴’다. 둘을 하나로 줄이면 실패(失敗)에 대한 강박관념쯤이 될 것이다.

이스라엘인에게는 ‘후츠파(chutzpah)’라는 특유의 도전적인 정신기질이 있다. 윗사람에게도 거리낌 없이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오만과 당돌함 같은 것이다. 규율보다는 독자적 판단을, 위계보다는 도전적인 자세를 더 평가한다. 오히려 실패를 감안하지 않으면 진정한 혁신을 얻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그래서 ‘건설적인 실패’ 혹은 ‘지능적인 실패’는 독려된다. 설령 실패한들 실패의 교훈은 자산으로 남는 법이다.

도전정신에선 한국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동력은 한국 기업 특유의 기업가정신이다. 대 그룹 회장, 즉 1세대 기업인들은 모두 20대에 자기 손으로 회사를 세웠다. 당시로선 혁신적인 중소벤처 기업이 지금의 글로벌 기업이 된 것이다. 미국의 교육 작가 피터 드러커가 한때 세계에서 기업가정신이 가장 높은 나라로 주저 없이 꼽았던 우리는 지금 부모에게 붙어 자생하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이후 창업은 늘고 있지만 그러나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 곧 생계형 창업이 주력2000년에 54%였던 20∼30대 비율은 20%를 밑돈다. 청년은 보이지 않고 퇴직한 베이비부머 등의 ‘늙은’ 창업만 두드러질 뿐이다.

정부는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중소기업 중시 정책으로 새로운 영역을 모색 중이라고 하지만,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재정 지원은 창업 분위기 조성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실패를 새로운 기회로 받아주는 사회문화다. 창업하면 실패할 확률이 더 높지만, 다시 도전하면 최초의 창업보다 성공할 확률이 급격히 올라간다. 젊은이의 실패는 성장 동력이 된다. 그렇게 성공한 기업이 새로 진입하는 벤처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창업이 활발한 나라의 공통점이다. 이들 나라에선 일류대 졸업자들이 창업에 뛰어드는 것이 낯설지 않다.

청년 기업가정신을 고양하는 환경이 선행돼야 한다. 이건 사회생활 문화다. 평균적인 인간, 안정을 희구하는 인간을 배출하는 현 교육체제로는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가 나올 수 없다. 배를 만들려면 나무를 베어 오게 하거나 세세한 기술을 가르치기 이전에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주라고 했다. 생텍쥐페리의 말이다. 자리 수가 정해진 의자를 놓고 다투도록 할 게 아니라 더 많은 의자를 만들겠다는 당찬 꿈을 갖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김찬집 수필가> 

수필가 김찬집 그는...

   
수필가 김찬집.<헤드라인제주>

수필가 김찬집은 평생 공직자의 길을 걷다 명예퇴직 후 2003년 5월 시사문단에 등단하면서 수필집 3권을 발간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앞으로 헤드라인제주에서 고정칼럼을 통해 여성, 건강, 지역 정치, 시대가치 등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려고 합니다.

칼럼을 통해 독자와 가까이서 소통하고 싶다는 수필가 김찬집의 사방팔방 이야기. 많은 애정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김찬집 객원필진/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