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탐방로 1년도 안돼 '난장판'...이유는 소(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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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탐방로 1년도 안돼 '난장판'...이유는 소(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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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 때 조성된 '큰지그리오름' 탐방로 크게 훼손, 왜?
"오름보존 공사가 오히려 훼손"...道 "방목하는 소 때문"

며칠전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제주돌문화공원 서쪽에 위치한 '큰지그리오름'을 탐방한 A씨(51).

표고 598m, 비고 118m에 말굽형 분화구를 가진 이 오름은 동쪽편으로는 교래휴양림 숲길과 연결돼 있고, 반대쪽 탐방로는 한화리조트 주차장과 연결돼 있어 많은 관광객들과 탐방객들이 찾는 오름 중 하나다.

그런데 그는 탐방로에 쌓여진 돌계단이 뒤죽박죽 난장판이 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탐방로의 돌계단은 불과 1년전인 지난해 제주도가 세계자연보전총회(WCC)를 준비하면서 국가지원을 받아 조성된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예산을 들여 조성해놓고, 1년도 채 되지 않아 오히려 볼썽 사나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계단을 만들면서 놓여졌던 곳곳의 돌들은 아무렇게나 나뒹글고 있었고, 돌이 빠져나간 자리 주변에는 땅이 움푹 파이거나 진흙투성이었다. 탐방로 전 구간의 계단 옆 흙이 뒤죽박죽 되면서 주변 식생도 오히려 전보다 크게 훼손된 상태였다.

큰지그리오름 탐방로의 돌계단이 크게 훼손돼 있다. <헤드라인제주>
돌계단의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된 큰지그리오름 탐방로. <헤드라인제주>
큰지그리오름 탐방로의 돌계단이 크게 훼손돼 있다. <헤드라인제주>
큰지그리오름 탐방로의 돌계단이 크게 훼손돼 있다. <헤드라인제주>
그는 곧바로 제주시청 담당부서와, 이 돌계단 조성사업을 추진했던 제주돌문화공원에 전화를 걸어 이 문제를 전하면서 오름 탐방로의 '돌계단' 방식의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소들 때문"이라는 말 뿐이었다. <헤드라인제주>가 24일 제주돌문화공원을 통해 확인한 결과 역시 마찬가지 답이였다.

해당 부서 공무원은 "주변에 목장이 두곳이 있는데, 오름 경계구역에 쳐져 있던 철조망 일부가 끊어진 곳을 통해 소들이 들어갔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때마침 비가 내렸던 시점에 소가 들어가 돌계단을 오르면서 돌계단이 무너졌고, 탐방로 구간이 훼손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탐방로 뿐만 아니라 가축들의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해 있던 방구목 펜스도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돌계단 공사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A씨는 "오름 보존을 위해 진행된 공사가 오히려 오름환경을 파괴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빚어진 것"이라며 "지난해 WCC 행사를 위해 예산집행 기간 중 공사를 추진하기 위해 충분한 타당성 검토없이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했기 때문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 오름 탐방로 구간의 흙의 성질을 감안할 때 과연 돌계단이 맞는지가 의문"이라며 "차라리 목조계단 혹은 매트를 까는 방식이었다면 주변식생 훼손은 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당국은 다시 탐방로 보강공사에 들어간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오름 탐방로 공사의 방법적 측면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김환철 기자/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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