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추고 싶은 '오리발'...뻔뻔한 '증량'...이젠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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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추고 싶은 '오리발'...뻔뻔한 '증량'...이젠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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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탈출구 막힌 '제주삼다수' 파문, 어떻게 수습할까
"전혀 사실 아니다"..."물량 바닥나 증량"...제주도당국도 '나팔'

제주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침묵'을 지키고 있다. 며칠전 제주삼다수 재고가 바닥나 불가피하다며 '증량' 허용결정을 발표했던 제주특별자치도 당국 역시 '침묵'이다.

소리는 요란하고, 파문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수습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수습책이 쉽게 나오지 못할 것이란 것은 이미 예견됐던 상황이다.

변명을 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이 앞서 와 버렸고, 쏟아낸 말들이나 일련의 액션을 다시 주워담기에는 너무 늦어버렸기 때문이다.

결정적 쐐기는 17일 제주지방경찰청 수사결과 발표의 내용이다. 한마디로 충격적이었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았던 제주도내 유통대리점에 공급된 먹는샘물 제주삼다수가 육지부로 불법 반출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불법반출이 '사실'이라는 이 하나의 팩트에 개발공사와 제주도는 지금까지 견지해온 논리가 일순간에 무너져 버렸다. 차라리 경찰수사가 발표되기 전에 이실직고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지금까지의 경찰 수사결과로 형사입건된 사람은 제주도내 삼다수대리점 5개소 대표와 21개 일반 유통대리점 대표 등 28명에 이른다.

아직 개발공사 부분이 남아있다. 경찰은 수사결과 발표 전날 전격적으로 개발공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해 관련 장부와 자료를 압수해 정밀분석하고 있다.

개발공사 고위직 간부 3명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도 이뤄졌다. 개발공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두가지 차원으로 보인다.

하나는 유통대리점의 불법반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이의 증거확보 차원이고, 다른 하나는 개발공사가 불법반출되는 상황에 직접 가담 내지 인지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다.

수사가 확대될 것임을 암시케 하는 부분이다.

입건된 5개 대리점 및 유통업체 대표들의 혐의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3만5000톤에 이르는 막대한 물량을 불법적으로 육지부에 반출한 혐의(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위반)를 받고 있다.

제주도내 대리점 공급가로 환산했을 경우 약 99억원 상당, 육지부에 판매했을 경우에는 105억원 상당에 이르는 물량이다.

특히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개발공사가 제주도내 대리점에 공급한 6만3000톤 중 절반이 넘는 3만4000톤(54%)은 고스란히 육지부로 불법 반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내 수요처에 공급되는 물량보다도 육지부로 나간 물량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이들 대리점 업체들은 제주도내 삼다수대리점에서 제주 사업자를 가장한 육지부 업체와 몰래 계약을 하고, 육지부로 반출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넷 판매업체 또는 제주도내 유통업체를 통해 반출한 사례도 있었다.

제주도내 대리점에 공급되는 삼다수 가격은 제주도민들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육지부 공급가격에 비해 22-26% 정도가 낮게 책정돼 있는데, 이들 대리점 업체들은 이를 악용한 것이다.

경찰은 육지부로 불법반출한데 따라 최소 5억원 정도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좁은 제주 시장에서 5개 유통대리점이 각축을 벌이면서 공급처 확보에 한계가 있어 왔는데, 육지부로 반출할 경우 유통비용 등을 부담하더라도 오히려 이득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행 제주특별법 규정에서는 "누구든지 보존자원인 지하수를 제주도 밖으로 반출하고자 하는 자는 제주도 조례가 정하는 바에 따라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허가를 받지 않고 반출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제주 지하수 보전차원에서 육지부로 반출하고자 할 때에는 반드시 허가를 받도록 강제하고 있다.

그런데도 개발공사가 직접 관리감독하는 대리점에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해 파문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 추락한 공신력...왜 7월에 솔직하게 얘기하지 못했나?

이번 사건은 단지 삼다수를 육지부로 반출해 판매했다는 행위 자체 보다는, 공공기관의 영역 속에서 계약이 이뤄진 유통대리점이 불법 판매를 하면서 먹는샘물의 유통시스템을 문란시켰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또 이 막대한 물량이 육지부로 반출됐다면, 개발공사에서는 이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계속 의혹을 부인하는 것으로 일관하면서 공신력을 스스로 실추시켰다.

문제는 현 시점에서 개발공사나 제주도당국이 이렇다할 수습책을 내놓을 묘안이 없다는데 있다.

5개 대리점 대표들의 잘못으로 모든 책임을 전가하기에는 늦어도 한참 늦었다.

그동안 개발공사와 제주도당국이 취한 '액션'을 보면 변명하기에도 너무 어줍게 돼 버렸다.

그 대표적 사례가 지난 7월 수도권지역 삼다수유통 특약점 대표들이 제주에 내려와 기자회견을 했을 당시 개발공사와 대리점 업체들의 '항변'이다.

이 때 개발공사나 대리점 업체들은 무조건 '오리발' 작전으로 나갔다.

"제주도내 판매업자가 도외로 제주삼다수를 반출하는 것을 철저하게 감시하지 못한 점에 있어서는 일정부분 책임을 통감하나 이것을 빌미로 도내 대리점들을 싸잡아 마치 범죄자 마냥 취급하는 일부의 행태에 대해선 억울함을 금할 수 없다." - 5개 대리점 입장.

"이들 업체 대표들이 주장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특약점 대표들은 도내 대리점이 직접 도외로 삼다수를 반출시킨 자료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송장을 확인한 결과 제주도내 대리점과 업체명이 비슷한 운송업체로 확인됐다." - 개발공사 입장.

당시 '오리발'이 아니라 '재판매' 부분을 인정하며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는 사과입장을 밝혔더라면 지금과 같이 도덕적 논란까지는 이어지지는 않았을런지 모른다.

하지만 전체적인 입장의 취지는 "수도권 특약점 대표들의 주장은 거짓말"이라는 식이었다. 아직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개발공사의 인지여부 혹은 가담여부는 알 수 없으나, 상황을 뻔히 알고 있었던 5개 대리점 업체들의 항변은 그야말로 '오리발'이었다.

◇ 제주도당국도 '재고량 바닥' 증량 결정, 왜 함께 '나팔' 불었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바로 지난주 제주도내에 공급되는 삼다수 물량 재고가 바닥나 긴급 '증량'이 결정된 것이다.

이 부분은 개발공사의 '증량' 신청에 제주특별자치도 수자원본부가 전격적으로 허용 결정하는 방식으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수자원본부는 개발공사가 긴급 증량 요청한 1만7000톤 중 10월 분으로 4240톤을 우선적으로 허용했다고 밝혔다. 11월과 12월분 판매량은 앞으로 수요와 시장상황 등을 고려하며 추후 허가하겠다고 덧붙였다.

1년 사이에 갑자기 물량이 2배나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수요가 왜 갑자기 늘게 됐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도 없이 개발공사의 증량요청을 그대로 수용해 허가했다.

육지부 불법반출로 인해 물량이 급속히 줄어들었다는 것을 개발공사 역시 충분히 파악하고 있을 터였지만, 제주도당국과 호흡을 맞춰 '뻔뻔한 증량'을 감행한 것이다.

스스로 탈출구를 막아버린 셈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5개 유통대리점과의 계약유지 문제는 앞으로 사법처리 여부를 봐 가면서 조치가 이뤄지겠지만, '오리발'과 '뻔뻔한 증량'에 의한 짜고치기는 회복하기 어려운 나락으로 치닫게 한다.

특히 경찰수사 결과 발표를 목전에 두고서도 말도 안되는 이유로 증량을 결정한 것은 개발공사와 제주도당국이 도민을 우롱한 것에 다름없다.

파문이 쉽게 봉합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러한데 있다.

농심과의 불공정 판매협약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일은 제주도에 '악수(惡手)' 중의 악수다. 그 동안의 논리가 일거에 침몰되는 결과가 우려된다.

당사자인 개발공사측은 이번 파문에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증량' 허용 등으로 함께 나팔을 불어온 제주도당국도 그 책임을 벗어날 길이 없다. <헤드라인제주>

경찰이 밝힌 제주삼다수 육지부 불법반출 경로. <헤드라인제주>
경찰이 밝힌 제주삼다수 대리점별 육지부 불법반출 물량. <헤드라인제주>
경찰이 지난 16일 제주도개발공사를 압수수색한 후 압수한 물품들을 옮기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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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12-10-18 21:30:19 | 180.***.***.140
농심은 정말 억울했겠네요.

봉이 김선달 2012-10-18 19:28:16 | 110.***.***.216
물 팔어먹는 현대판 김선달이로구만...우 도정 인수위가 직전 개발공사가 엄청나 비리를 저지른 것처럼 온갖 잣대를 갖다댔는데 지금의 사장이나 지사는 오히려 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어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