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참가자들에게 제주해군기지 건설현장 공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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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 참가자들에게 제주해군기지 건설현장 공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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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 윤용택 제주대학교 철학과 교수

지금 제주섬 전역에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주관하는 세계자연보전총회(WCC)가 열리고 있다.

우리는 제주섬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되고 국내 최다 람사르습지를 보유한 것을 몹시 자랑스러워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세계평화의 섬을 선언하고 세계환경수도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

하지만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라는 말이 있듯이, 세계평화의 섬사람들은 주변국들과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 우호선린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고, 유네스코 자연분야에 세 가지나 등재된 섬에 사는 사람들은 그 어떤 것보다 자연 보전을 최우선시 해야 하며, 세계환경수도의 시민들은 승용차 대신에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서 생태적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IUCN은 2012년 9월 현재 국가회원 83개국, 정부기관회원 117개 기관, 비정부기구 882개 등 총 1000개 이상의 회원으로 구성된 세계에서 가장 큰 환경단체이다. 그들은 자연자원의 형평하고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사용과 자연보호를 통한 생물 다양성 보장을 전 세계사회에 촉구하고 장려하며 지원하는 활동을 하는데, 그 활동과 내용은 4년마다 열리는 WCC에서 결정된다.

그리고  IUCN은 국가(National)와 국제(International), 정부기관(GA)과  비정부기구(NGO) 등이 망라되어 있어서 총회가 열릴 때면 자연스레 한편에서는 국가시책을 홍보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그것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이번 제5차 WCC는 향후 5년간 주요 활동목표를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식량안보, 발전 그리고 사람 등으로 설정하고 주제별 구체적 활동을 논의하고, 제주형 의제로 하논분화구 복원, 곶자왈 보전, 유네스코 국제보호지역 통합 관리, 제주해녀의 지속가능성, 세계환경수도 평가 및 인증 시스템 등을 발의해 놓고 있다. 제주도로서는 그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의제들이다.
 
그러나 WCC 주행사장인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7킬로미터 떨어진 강정에서 해군기지가 건설되고 있다는 것이 WCC 참가자들에게 알려지면서 제주해군기지 문제가 그 어떤 의제보다 더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다. 강정마을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과 맞닿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해가면서 중국과 미국의 파워게임에 말려들 수 있는 해군기지를 만든 게 옳은가에 대해서 오랫동안 논란이 되고 있다.
 
이제 강정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제주해군기지문제가 불거진 지 5년 반이 지났다. 그동안 제주해군기지문제는 도지사소환운동을 하면서 제주특별자치도의 문제로 되었고, 4.11총선을 계기로 전국적 이슈로 떠올랐고, WCC를 통해 세계적 이슈로 확대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제주해군기지가 미군기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품고 있었는데, 최근 장하나 국회의원이 자료를 통해 그에 대한 좀 더 강력한 증거를 제시하였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제주해군기지는 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의 갈등과 분쟁의 핵이 될 것이 분명하다.
 

윤용택 제주대학교 철학과 교수. <헤드라인제주>
국방부와 해군에서는 전국(또는 국제) 환경, 평화, 종교 단체들이 반대 목소리를 낼 때 외부세력이 개입한다고 비난하였고, 이번 WCC에서 환경단체들이 해군기지 중단을 촉구하자 내정간섭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제주해군기지 문제가 어찌 강정이라는 조그만 마을의 문제이고, 제주도라는 지방자치단체만의 문제이겠는가.
 
국방부에서는 WCC 기자회견을 통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친환경적으로 건설되고 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릴 수 있어도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국방부와 해군이 그렇게 자신 있으면 이참에 WCC에 참가한 ICUN 회원과 국민들에게 공사현장을 공개하고 검증받기 바란다.  
 
해군기지 공사현장에 6미터 높이의 펜스를 쳐진지 1년이 지났다. 하지만 우리를 살갑게 맞아주던 멧부리, 개구럼비, 모살덕, 할망물, 진소깍, 중덕바당, 물터진개, … 그리고 갖가지 모양과 문양의 바위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인류의 보물을 세계인들과 공유하고 싶다.

<윤용택 제주대학교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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