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무전기' 사건 강정주민 구속, 진실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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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무전기' 사건 강정주민 구속, 진실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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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포구 바다에 던져진 '경찰 무전기', 엇갈리는 주장
경찰 "빼앗아 던져버린 것"...주민들 "아무런 일 없었다"

지난 18일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되는 서귀포시 강정마을의 강정포구에서 경찰 무전기를 빼앗아 바다에 던져버린 혐의로 체포된 마을주민 김모씨(38. 여)가 결국 구속됐다.

제주지방법원은 21일  공용물건 손상 및 음주운전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김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갖고, 영장을 발부했다.

영장이 발부되자 강정마을 주민들이 즉각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강정마을회는 공식 입장을 내고 "김00씨에 대한 구속결정은 민주주의의 몰락"이라며 법원의 결정을 성토했다.

군사기지반대 범도민대책위원회도 논평을 내고 "공정한 결정이었다고 스스로 자신할 수 있겠는가? 양심을 가진 인간으로서 대답해 보라"며 이번 사건의 수사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정마을회나 범대위 모두 행위의 정당성이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팩트'인 범죄사실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왜 인정하지 않는 것일까.

이번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18일 오전 0시56분께.

서귀포경찰서는 이날 브리핑자료를 내고 민군복합항 건설관련 근무 중인 전경대원의 무전기를 빼앗아 던져버리는 등 공용물건 손상 등의 혐의로 이 여성을 검거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음주한 상태에서 승용차에 탑승해 강정포구로 찾아와 근무 중인 전경대원에게 "비켜라"며 시비를 걸자, 전경대원이 상황을 무전 보고하는데 갑자기 무전기를 빼앗아 바다에 던져버려 현행범으로 체포하게 됐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구속된 김씨는 물론이고 당시 상황을 지켜봤던 일행들은 전혀 다른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경찰이 발표한 범죄사실 자체가 왜곡됐다는 것이다. 특히 '공용물건 손상'이나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강정마을회가 주장하는 당시 상황은 이렇다.

당일 김씨는 최근 전국을 순회하며 같이 활동했던 팀원들과 차량 1대에 동승해 강정포구에 바람을 쐬러 갔다. 이 때 차량운전은 술을 전혀 하지 않은 A씨가 했다고 한다.
 
포구에 도착해 차에서 내린 후 해안경비대 소속 경찰 2명이 쫒아오자 김씨와 가벼운 실랑이가 있었는데, 함께 했던 일행들이 말리면서 더 이상 실랑이는 없었다.

이들은 남방파제에 올라가서 바람을 쏘이고 되돌아가기 위해 내려왔다.

이 때 해안경비대 경찰들이 몰려와서 김씨가 경찰관의 무전기를 빼앗아 바닷물에 집어던졌다며 연행하겠다고 고지했다.

일행들은 목격했던 상황을 설명하며 아무런 일도 없었음을 거듭 강조했고 결국 동행했던 사람들이 참고인으로 진술하기로 하고 김씨를 서귀포경찰서로 임의동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경찰서로 간 후에는 김씨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와 기물손괴, 음주운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강정마을회는 차량을 운전한 것도 김씨가 아니며, 무전기를 바다에 던진 일도 없다는 것이 반박의 취지다.

강정마을회는 "아무런 증거도 없는 기물손괴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도 문제이지만 운전한 일도 없는 사람을 음주운전 혐의까지 씌워 영장을 신청한 경찰의 의도는 명백한 무고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라고 비난했다.

특히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서는, "차량이 김씨의 소유라는 이유 하나로 음주운전을 혐의를 씌웠다"며 "음주상태를 입증할 수 있는 혈중알콜농도 측정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강정마을회는 "이번 영장신청은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주민은 무조건 사법적 불이익을 주겠다는 의도가 아니고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이날 구속영장을 발부한 법원에 대해서도 날을 세웼다.

주민들은 "증거도 불충분한 상태에서 구속을 결정한 재판부는 국민의 생명을 가벼이 여기는 결정을 해 도덕성 결여는 물론 증거에 입각한 논리적인 판단근거의 결여 측면까지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법부가 이토록 사회적 양심을 저버리고 정부의 시녀노릇을 자처하고 판결자판기 역할을 자임하는 행태를 우리는 매우 심각한 국가 기강 문란 상태라고 규정짓고 더욱 엄중히 현 정부의 무능과 부패와 독선에 대해 꾸짖어 국민적인 심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저항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범대위도 논평에서 "이번 마을 주민 구속은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도를 넘어선 행위"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특히 영장발부에 대해 "구속영장 실질심사 과정에서 너무나도 억울해 쓰러질 정도로 분노하는 주민을 향해 '너희들은 원래 법을 어기려고 작정한 자'라는 식으로 규정내리는 행위"라며 "이는 과연 이 나라 사법부가 이성이라는 것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지 의심하게 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없는 죄를 만들어내면서 아픈 사람을 구속시키는 것이 인간으로서 양심에 거슬리지 않는지 간곡하게 묻고 싶다. 양심을 가진 인간으로서 대답해보라"면서 법원과 검찰의 판단이 정당했는지를 따져물었다.

이처럼 경찰과 주민들이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고 나서면서,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무전기 손상과 음주운전 등 혐의를 놓고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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