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하와이 모델'?..."이제와서 하와이 타령인가?"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결사반대' 깃발이 걸린 지 햇수로 6년째이고, 다음 달이면 만 5년이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5년은 너무 긴 세월이다. 40대 후반이었던 친구들이 50대 중반이 되었고, 해군기지반대에 앞장섰던 70대였던 어르신들의 주름살은 훨씬 더 깊게 패었다.
4.11 총선이 끝나면 제주해군기지 문제가 어느 정도 실마리가 풀릴까 했는데,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제주해군기지 백지화를 주장했던 제주지역 민주통합당 세 후보(비례대표까지 포함하면 네 후보)가 당선되었고, 제주해군기지 찬성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새누리당은 국회의석 과반수를 차지하였다.
애초에 해군기지 건설을 시도하면서 대통령, 국무총리, 국방장관, 그리고 해군에서 내걸었던 가장 큰 전제는 주민동의였다. 지역주민이 반대하면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강정마을주민이 5년 넘게 결사반대하는 데도 해군기지 사업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새누리당 대권주자인 박근혜 씨는 지난 3월 30일 제주 10분 유세에서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이념으로 접근하면 제주와 대한민국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안보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정마을주민과 제주도민들은 지금까지 제주해군기지문제를 반대하면서 이념적으로 접근하거나 안보를 무시한 적이 결코 없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초강대국이 동아시아에서 경쟁하고 있고, 경제적 측면에서 우리가 미국보다 중국에 더 많이 의존하는 현실에 비춰볼 때, 제주해군기지건설은 제주와 대한민국에 도움이 안 되며, 두 강대국의 싸움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 안보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반대를 해온 것이다. 중국과 경제교류보다 미국과 안보동맹을 더 염두에 두는 이들이야말로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이념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강정마을해군기지사업은 절차적 정당성뿐만 아니라, 명분과 실리가 없다. 해군기지부지 선정은 세 가지 기준에 따라 이뤄진다고 한다. 즉 그 지역이 해군기지로 적합한 지역이냐, 다른 지역에 비해 건설비용이 얼마나 적게 드느냐, 그리고 그 지역주민들이 얼마만큼 동의를 하느냐는 것이다. 지금 강정마을에 건설하려는 해군기지는 그 어느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번 총선결과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강정마을주민과 도민들은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그리고 강정마을은 절대보전지역이고 인근지역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일 뿐만 아니라, 태풍의 길목인 곶(串)이어서 해군기지로서 적합하지 않다. 이는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거친 파도로 오탁방지막이 훼손되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게다가 경제성의 측면에서도 결코 유리하지 않다. 그러기에 강정마을해군기지는 백지화되고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
박근혜 씨는 "'하와이'를 모델로 제주도를 세계적 관광지를 만들어서 먼 훗날 후손들이 제주를 ‘동양의 하와이’로 만들었다고 자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이는 제주의 실정을 무시한 1960년대식 이야기이다. 제주도가 하와이 모델을 버린 지가 언제인데 이제 와서 다시 하와이 타령인가.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등 유네스코 3관왕인 제주도는 이미 천만 명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 관광지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제주올레를 모델로 관광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이 때 거꾸로 ‘하와이’를 제주의 모델로 삼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해군기지를 반대하면 무조건 종북, 좌파, 반미라고 주장하는 이들이야말로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이념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좌우를 떠나서 무엇이 진정 제주를 살리고, 국익과 안보에 도움이 되며, 동북아와 세계평화에 기여하는지를 깊이 성찰해야 한다. 좌파는 이념이고 우파는 안보라는 이분법적 정치논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우리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생명평화는 이념이 아니라 삶의 바탕이다. <헤드라인제주>
<윤용택 / 제주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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