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긴급 '비밀회의', 그들은 뭘 논의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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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 긴급 '비밀회의', 그들은 뭘 논의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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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이 대통령 해군기지 '결심', 우려되는 '후속 작전'
제주도 빼고, 경찰과 공사재개 방안 논의?...설계변경은 어떻게?

1.

뭔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당장 내일이라도 뭔가 터질 것만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 오고 있는 분위기다.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취임 4주년 특별기자회견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앞으로 공사를 빠르게 진행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힌 직후, 심상치 않은 조짐들이 감지되고 있다.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국무총리실장은 관계부처에 '강정항 공사 재개관련'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해군기지 공사 현황과 관계기관의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것이 이날 회의의 목적이었다.

국무총리실장이 주재한 회의에는 국무차장과 국방부 차관, 국토해양부 차관, 해군참모차장, 제주해군기지사업단장, 경찰청 차장, 해양경찰청 차장 등이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정항 공사 재개 문제라면 당연히 참석했어야 할 제주특별자치도는 정작 제외됐다. 이런 긴급 회의가 소집된다는 사실조차도 통보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얼핏보면 '관계부처'라는 말 속에서 제주도 관계관이 빠진 것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참석 대상자 범주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국방부 차관과 해군참모차장이 참석했음에도 제주해군기지사업단장이 참석했고, 공사재개와는 직접적 연관성이 없는 경찰청 차장과 해양경찰청 차장까지 참석토록 하면서도 정작 제주도 관계관이 빠졌다는 것은 의아스런 대목이다. 주객이 전도됐다.

민군복합항 관광미항의 항만설계상의 문제가 공식적으로 확인돼 논란이 커지고 있고, 현재의 공사중단이 공유수면관리권을 가진 제주도지사가 환경영향평가협의 내용대로 이행하라는 행정지시에 의해 중단된 상황인 점 등을 놓고 볼 때, 더욱 그렇다.

공사재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라면, 현재의 공사중단에 이르게 한 제주도의 관계관은 당연히 포함됐어야 마땅했다.

공유수면관리권을 갖고 있는 제주도를 쏙 빼고 회의를 한 것은 아무리 의례적인 후속대책 논의 차원이라고 하지만, '비밀회의'라는 오해를 받을 수 밖에 없다. 더 나아가 제주자치도의 자치권을 무시하는 처사로 비춰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2.

설령 중앙부처 중심의 관계부처 관계관 회의를 가졌다고 하자.

그날의 안건은 분명 강정항 공사 재개 관련이다. 그렇다면 공사를 재개하기 위해서는 현재 본공사가 왜 중단됐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중단된 이유 속에 재개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오는 법.

공사가 중단된 최초 발단은 해군이 구럼비 바위를 부수기 위한 시험발파를 강행하는데 따라 제주도가 오탁방지막 설치 이행을 분명히 하라는 행정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두번째는 침사지 및 가배수로 설치가 안된채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당연히 했어야 할 사항을 지키지 않았기에 제주도가 취할 수 있는 당연한 행정조치였다. 물론 이러한 부분은 보완조치만 이뤄지면 그만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얼마전 채택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크루즈 선박 입출항 기술검증위원회의 검토보고서 내용이다. 기술검증위가 총리실에서 운영됐던 만큼 문제의 핵심이 뭔지는 잘 알 것이다.

2009년 국방부와 국토해양부, 제주도가 체결한 기본협약서에는 분명 15만톤급 크루즈 2척이 동시접안할 수 있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을 건설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지금의 해군기지는 '군항' 중심의 건설임이 확연히 드러났고, 항만설계는 크루즈 선박이 자유롭게 드나들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정부가 약속한 대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 안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의 설계대로는 민군복합항이 아니라 '군항'이 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난 환경적 문제나 절차적 문제의 논란은 논외로 치더라도, 최소 문제가 있는 항만설계의 내용을 깔끔하게 변경하고, 제주도민들에게 객관적으로 입증해 보이는 과정이 전제돼야 한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총리실의 이번 '비밀회의'에는 많은 의구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3.

21일 김황식 국무총리가 페이스북에 올린 '제주 민군복합항 건설 논란의 안타까움'이라는 글,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의 기자회견 입장은 이러한 당면의 문제가 가려졌다. 명실상부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을 건설하겠다는 선언적 약속마저 없었다.

이 대통령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대신 '해군기지'라는 단어를 줄곧 사용했다. 공교롭게도 총리실에서 소집한 긴급회의의 안건 역시 '해군기지 공사 현황 및 관계기관 협력방안'이다.

강정항에 건설하고자 하는 것이 말 그대로 '해군기지'라는 얘기다.

그럼, '비밀회의'에서 그들은 대체 뭘 논의했을까.

강정항 공사재개 회의에서 크루즈항 설계문제에 대한 후속 보완대책이나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이행이라든지, 공유수면에서의 적법한 공사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경찰청과 해양경찰청 차장까지 참석하도록 하지는 않았을 법 하다.

이 문제에 관한 논의라면 당연히 제주도 관계관을 불렀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충 윤곽은 그려진다. 공사를 재개하기 위해 앞으로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를 논의했다기 보다는, 공사를 조속히 재개시키기 위해 '작전'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경찰청장과 해양경찰청장까지 참석토록 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한다. 경찰 공권력과 연계한 공사재개 방법, 다시말해 또다시 밀어붙이기식 공사강행방침을 공유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회의가 끝나자 마자 전격적으로 이뤄진 서귀포경찰서장의 교체도 건강상의 이유라는 당사자의 뒤늦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4.

정부가 앞으로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강공 드라이브'로 간다면, 예상되는 상황은 뻔해 보인다.

경찰 공권력으로 하여금 해군기지 반대측에 대한 대응을 강력히 하도록 하면서, 해군기지 공사를 강행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공사의 구체적 내용으로는 얼마없어 가배수로 및 침사지 설치 공사가 완료되면 바로 본공사를 위한 구럼비 바위 발파를 위한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서귀포경찰서는 해군의 발파허가 신청 때마다 이런저런 이유로 반려하거나 보완요청을 하는 방법으로 미뤄왔다. 그러나 이번에 서귀포경찰서이 전격 교체되면서 앞으로 상황은 어떻게 달라질지 모를 일이다.

구럼비 바위는 한번 파괴되면 되돌릴 수 없는 만큼, 발파작업이 갖는 의미는 크다.혹, 총선 후 여소야대 정국이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공사중단을 요구하는 야당에는 '되돌리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논리로 대응할 명분도 주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크루즈항 설계문제 논란에 대해서는 '최소한도'의 시설물 재배치 수준으로 해 매듭지으려는 시도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정부가 이러한 공사 강행 의지를 갖는다고 해서,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야권이 이미 이번 총선의 공약으로 해군기지 원점 재검토와 공사중단을 채택하고 있는데다, 전국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 제주사회에서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강행한다면 큰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또다시 대충돌의 긴장감이 커지는 가운데, 이제 관심이 쏠리는 또 하나의 부분은 제주도정의 입장이다.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있기 하루 전인 21일 제주도 관계관은 "지금까지 정부의 눈치를 보며 일하지 않았으며, 소신, 그리고 원칙과 기준에 입각해 일 처리를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는 입장을 피력했다.

크루즈항 설계문제 논란에 있어서도 이미 문제가 있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앞으로 국회와 국방부, 제주도 3개 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선박시뮬레이션을 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정부의 확고한 분위기 속에서, 제주도정의 이 입장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 주목된다.

비공개회의가 끝난 다음날인 23일 우근민 제주지사가 긴급히 상경해 총리실을 방문했다. 총리실로부터 전날 회의에 대한 어떤 얘기나 '주문'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우 지사의 총리실 방문결과 브리핑은 이뤄졌으나, 총리실에서 뭘 '주문'했는지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총리실의 지난 비공개 회의에서는 어떤 논의가 이뤄졌던 것일까.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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