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관광객만 손님인가요? 영어권도 챙겨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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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관광객만 손님인가요? 영어권도 챙겨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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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人제주] (35) 호텔외식경영 조사원 아이다 마툴레비츄테
"제주관광 훌륭하지만 '옥의 티'도...'오픈 마인드' 필요해요"

최근 제주관광에 겹경사가 잇따르고 있다. 최단 기간에 관광객 820만명을 넘어섰고, 세계에서 아름다운 자연경관 7곳 중 하나인 세계7대자연경관에 선정됐다.

7대경관 선정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제주'라는 인지도가 높아져 관광객이 많이 찾아와, 그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과연 그럴까? 7대경관에 선정됐다고 해서 자연스레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할까? 물론, 그렇게 보는 이도 있다.

반면, 제주관광이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하나하나 고쳐나가야할 점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도 적지 않다

11일 오후 만난 제주한라대학교에서 호텔외식경영 조사원으로 근무하는 아이다 마툴레비츄테(24, Aida Matuleviciute)는 그만의 관점으로 제주관광에 대한 제언을 아끼지 않았다.

제주관광에 대해 제언을 아끼지 않은 아이다 마튤레비츄테. <헤드라인제주>

# 리투아니아 출신...스위스 거쳐 제주까지

동유럽 발트해 연안에 있는 리투아니아 공화국 출신인 아이다는 지난해 제주와 인연을 맺었다.

스위스에서 관광업계에 종사하던 그는 제주한라대와 결연 관계인 당시 회사 CEO로부터 제주에서 근무해볼 것을 제안받았다.

"평소 아시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던 저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죠. 단박에 제안을 승낙했고, 곧바로 한라대에 호텔외식경영 조사원으로 채용됐어요."

그렇게 지난해 9월 제주에 자리를 잡은 아이다는 한라대에서 조사원으로 근무하면서 호텔외식경영 시스템 티칭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

호텔외식경영 계열에서 학생들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어디에 취업할 수 있는지 등을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게 주된 업무다.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을 학생들에게 알려줘서 도움이 된다고 했을 때 뿌듯함을 느껴요. 최근엔 제 스스로 전문성도 쌓고, 좀더 다양한 정보를 알려주고 조사하기 위해 제주대에 신입생으로 입학해서 재학 중이에요."

# "원더풀 제주도! 사람들도 친절해요"

동유럽 출신으로 전혀 다른 환경에서 관광업계의 경력을 쌓아온 그가 바라보는 제주의 관광은 어떠할까.

"먼저 제주의 자연환경은 경이로워요. 수많은 오름, 빼어난 해안경관, 다양한 박물관과 관광지, 해녀문화까지. 흥미로운 것이 가득하죠. 갈때마다 새로움을 느껴요."

제주는 그 자체로 관광객들을 매료시키는 무언가가 있다는 아이다. 제주섬 자체가 관광자원이고, 거기에 제주사람들의 친절함이 얹어져 관광객들을 기분 좋게 만든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제주는 제주만의 독특하고도 작은 사회를 구성하고 있어,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정'이 흐른다고 했다.

아이다 마튤레비츄테. <헤드라인제주>
아이다 마튤레비츄테가 제주관광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영어 관광 인프라 열악...거미줄 전선이 경관 해쳐"

하지만 '옥의 티'랄까, 제주에는 2% 부족한 점이 있다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제주가 세계적 관광지로 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외국 관광객을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 덜 된 것 같아요. 중국인과 일본인 관광객만 챙긴다는 느낌이랄까요? 영어권 관광객들은 제주에 와서 언어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요. 영어권 관광객에 대한 안내가 부족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유럽이나 영어권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활발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제주는 물론 전국 어딜가나 흔히 볼 수 있는 '거미줄 같은 전선'들도 개선해야 할 점으로 지목했다.

"(전신주를 가리키며) 제주의 경관을 망가뜨리고 있어요. 특히 해안가나 오름에 설치돼 있는 전선들은 원래의 아름다운 경관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전기가 필요하긴 하지만, 저건 올드 스타일, 구식이에요."

최근 '잘 나가는' 외국 관광지들은 전선을 땅 밑으로 통과시키는 '지중화 사업'을 활발히 하고 있다고 덧붙이며 제주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외국인 관광객 유치 앞서 개인적 특성 파악해야"

동유럽 출신답게 유럽인과 영어권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방법도 제안했다. 그들을 제주로 유치하기에 앞서 개인적 특성을 파악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유럽인이나 영어권 사람들은 집단이나 조직을 우선시하기 보다는 개인적 성향이 강해요. 모임, 단체를 중시하는 한국 사람과는 반대죠. 이런 개인적 특성을 파악한 뒤에 이를 관광에 접목시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제주사람들이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할 때 가져야할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오픈 마인드' 즉, 감정에 솔직해지라는 것. 제주에서 생활한지 이제 1년 남짓 넘었지만, 그동안 쉴세 없이 수많은 제주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얻어낸 제안이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제주사람들은 외국인 관광객을 만날 때 감정을 숨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언어에 대한 부담감도 있겠죠. 그런데 외국인 관광객도 같은 사람인 만큼, 내면을 꺼내 보여주면 보다 가까워지고, 더 많은 관광객들이 제주를 찾을 거예요."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7대경관 선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제주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요"라고 짧게 말하고는, 미소로 남은 대답을 대신했다.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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