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제주생활은 어렵다? "이 책 하나면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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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제주생활은 어렵다? "이 책 하나면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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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人제주] (34) '글로벌 가이드북' 펴낸 타이 안 팜
'제주정보-실용영어' 수록..."혼자만 알면 아깝잖아요"

제주를 찾는 외국인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제주에서 원어민 강사 근무 등을 위해 정착하는 외국인도 많아지는 추세다.

이런 외국인에게 있어 낯선 곳에서의 시작은 어렵기만 하다. 우리나라 가운데서도 독특한 문화와 환경을 가진 제주에서는 적응이 더 어려울 수 있다.

제주에서 새 인생을 출발하는 외국인에게 도움이 될 책 한권이 발간됐다. 제주도교육청에서 펴낸 '글로벌 제주 가이드북'이 그것이다.

책이 나오기 까지는 미국인 타이 안 팜(Thai an Pham, 24)과 토미 트랜(Tommy Tran, 28) 두 원어민 교사의 역할이 컸다.

책 발간에 즈음한 5일 만난 타이 안 팜은 "이 책이 제주에 처음 온 외국인들에게 제주생활 지침서가 됐으면 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타이 안 팜이 '글로벌 제주가이드북'을 들어 보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실용 정보 한가득..."다른 사람과 공유 목적"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다. 토미 트랜이 맡은 1부에서는 그가 2년 간 제주를 누비며 담은 깨알 같은 정보들이 담겨 있다. 제주경관의 아름다움, 생활 지식, 제주의 전통.문화.관광명소.축제 등을 소개하고 있다.

타이 안 팜이 참여한 2부에서는 초.중.고등학생을 위한 실생활 중심의 관광실용영어가 담겨 있다.

외국인들이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간단한 대화도 주제별로 소개돼 있다. 클린하우스 사용법에서부터 오일장 찾아가는 법, 중앙로 지하상가에서 쇼핑하는 법 등이다.

특히 어린 학생들이 스스로도 영어를 공부할 수 있도록 퀴즈와 퍼즐 등이 담겨 있다. 가로세로 퍼즐은 그가 직접 고안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책에는 "안녕하시꽈", "어디 감수꽈", "얼마꽈" 등 '제주어'와 관련된 설명도 담겨 있다. 그런데 한국어에도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에게 제주어는 더더욱 생소할 터.

"제주에 오기 전에 제주어가 굉장히 다르다는 점을 들어서 실은 걱정했어요.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지금도 제주어를 들으면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아요. 하지만 제주어도 제주의 한 부분인 만큼 외국인들이 알아야할 필요가 있어서 간략하게나마 설명을 넣었어요."

원어민 교사로 근무하기도 바쁜 그가 이렇게 가이드 북 발간에 힘을 쏟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제가 알고 있는 정보를 조금이나마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어요. 또 단어는 알고 있으면서 실제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어요."

그가 쓴 '글로벌 제주가이드북'을 살펴보고 있는 타이 안 팜. <헤드라인제주>
그가 쓴 '글로벌 제주가이드북'을 살펴보고 있는 타이 안 팜. <헤드라인제주>

# 한국 드라마가 맺어준 인연...2년차 선생님

가이드북을 발간하게 된 그가 제주와 인연을 맺게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09년.

타이 안 팜은 베트남 출신으로, 어렸을 적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며 제2의 국적을 갖게 됐다.

한국에 오기 전부터 그는 한국인 친구들과 어울리며 한국을 조금씩 알아갔다. 그러던 중 한국 드라마를 보며 한국에 눈을 뜨게 됐다고.

"유명 드라마 속 한국의 이국적인 풍경에 반해서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이러한 마음이 2008년 서강대 한국어과정에 지원하게 된 계기가 됐죠."

그해 한국어과정을 수료한 그는 당시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원어민 교사로 근무하게 될 지역을 결정해야 하는 때가 다가왔다. 그는 예전부터 '섬, 바다, 산'으로 연상되는 제주를 첫 손에 꼽았다.

"제가 살던 보스턴이나 서울과는 달리 제주는 한적한 섬과 아름다운 경치라는 이미지가 강했어요. 기회는 이때다 싶어 주저 없이 제주를 선택했죠."

그렇게 이듬해인 2009년 TalK 원어민 장학생으로 제주와 첫 인연을 맺었다. 지난 4월부터는 EPIK 원어민 보조교사로 제주북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 "영어교육 열정은 대단...방식은 바뀌어야죠"

책을 쓰게 된 배경과 제주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타이 안 팜. <헤드라인제주>
원하던 제주에 자리를 잡았지만, 원어민 교사 근무 첫 해에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보이지는 않지만 문화적 차이와 교육방식의 차이가 있었다고 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과열된 영어교육 분위기가 그에게는 낯설게만 느껴졌었다.

"한국의 모든 곳이 그렇겠지만 제주도 역시 영어교육에 대한 열정이 대단함을 느꼈어요. 돈과 시간을 영어교육에 많이 투자하고 있죠. 하지만 그게 과연 올바른 방식인지는 모르겠어요."

학생들이 단어를 열심히 암기하고, 스펠링을 물어보면 척척 대답하고 있지만, 이를 실생활에 응용하는데는 아직 거리가 있다고 했다.

"배운 지식을 실제 활용하는 훈련이 부족한 것 같다"는 그는 영어교육의 스타일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영어교육 스타일을 바꾸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책을 펴내게 된 타이 안 팜. 그는 언젠가 그의 전공인 심리학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갈 예정이다.

그러나 그가 쓴 책은 제주도내 외국어 교사, 원어민 보조교사, 원어민 장학생 등에게 보급됐다. 앞으로도 제주에 남아 외국인들의 제주생활을 돕게 된다.

"자그마한 일이지만 제가 한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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