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와 장애인의 만남, "이제 시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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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와 장애인의 만남, "이제 시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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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공무원노조 공무원들의 '열 사람의 한걸음' 스토리기행
"장애인 혼자서도 갈 수 있는 그날이 올때까지 함께 해야죠"

"느림의 철학, 오늘 제대로 느껴보네요. 열 사람의 한 걸음, 함께 내디는 '한 걸음'이 중요하죠."

제주특별자치도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오재호) 소속 공직자들이 장애인들과 함께 '한 걸음'을 내디뎠다.

24일 인터넷신문 <헤드라인제주>와 공동으로 주최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스토리기행 '열 사람의 한 걸음'> 행사를 통해서다.

공직자에서는 오재호 위원장(규제개혁법무과)을 비롯해 김희정 사무총장(세정담당관실), 김철 수석부위원장(한라산연구소), 고재완 부위원장(해양수산연구원), 강정윤 총무국장(정보정책과), 강은숙 사회봉사국장(설문대여성문화센터), 김시중씨(복지청소년과)와 강문용 조직본부장(총무과), 김지영 여성국장(방호구조과), 한제택 문화체육국장(총무과), 이기탁씨(도로관리사업소), 장영준씨(총무과), 김명자(설문대여성문화센터) 등이 참여했다.

이들 공직자들은 이날 하루 제주특별자치도지체장애인협회 소속 지체장애인 등 80여명과 함께 동행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사회'의 소중함을 되새겼다.

스토리기행 '열 사람의 한 걸음'에 참가한 장애인과 공직자들이 함께 길을 걷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스토리기행 '열 사람의 한 걸음' 출발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오재호 제주특별자치도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헤드라인제주>
스토리기행 '열 사람의 한 걸음'에 참가한 장애인들과 공직자들이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스토리기행 '열 사람의 한 걸음'에 참가한 제주도 공무원노동조합 소속 공무원들. <헤드라인제주>
작은 턱일지라도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절벽이나 다름 없다. 휠체어 장애인이 공직자의 도움을 받아 턱을 내려오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스토리기행 '열 사람의 한 걸음'에 참가한 장애인과 공무원들이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며 함께 세계자동차박물관 전시장을 관람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버스에서 내려오는 장애인을 한 공직자가 도와주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다리가 불편해 자력으로 버스에서 내리지 못하는 장애인을 한 공직자가 업고 버스에서 내려오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스토리기행 '열 사람의 한 걸음'에 참가한 장애인과 공직자들이 함께 길을 걷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이번 스토리기행 '열 사람의 한 걸음' 에 아들과 함께 참가한 고재완 제주도 공무원노동조합 부위원장과 아들 고권군. <헤드라인제주>
스토리기행은 비장애인들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볼 수 있는 곳이지만, 장애인들에 있어서는 이동수단의 문제 및 통행권 제약 등으로 쉽게 나설 수 없던 곳을 함께 가보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오전에는 '최소리의 아리랑파티관', 오후에는 '세계자동차박물관'을 관람했다.

'늦더라도 한걸음씩' 천천히 걸으며 얘기하고 소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기에 두곳을 둘러보는데도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간식과 음료를 챙기고 아침 집결장소에 나온 공직자들은 참가한 장애인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첫 만남의 어색한 분위기는 김희정 사무총장과 강문용 조직본부장의 재치있는 버스 프로그램 진행으로 금새 사라졌다. 가위바위보와 넌센스 퀴즈를 진행하며 버스 안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가장 힘든 부분은 버스 승차와 하차 문제.

휠체어 장애인들을 안전하게 하차시키고 승차시키는 '힘'을 쓰는 역할은 참가 공무원들이 도맡았다. 이동할 때도 줄곧 함께 했다.

존샘 좋고, 붙임성 좋은 공무원들의 '입담'에 장애인들은 웃음꽃이 사라질 줄 몰랐다.

공무원들이 준비한 간식과 점심식사를 마친 후, 애월읍 금산공원 앞에서 이뤄진 소통의 시간에서도 노래솜씨 등을 뽐내며 흥을 돋웠다.

두곳을 방문하고 난 후의 소감.

장애인차별 금지법이 시행된 후 사설관광지에서도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이 확인됐다는 것이 공통적인 인식이었다.

장애인화장실이 깔끔하게 남녀 구분하여 설치된 것이나,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관람석이 별도로 마련된 점 등은 높이 평가됐다.

아리랑파티에서는 휠체어가 별도로 구비돼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이동동선에 있어서도 장애인들이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짜여져 있었다.

그러나 '혼자서는' 여전히 힘들었다.

한 참가장애인은 "남편과 애들하고 함께 나들이를 하고 싶었으나, 우리끼리 갈 엄두는 여전히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애인 편의시설이 많이 보완되고, 차별적 요소들이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혼자서는 여전히 어렵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나즈막한 턱이 휠체어가 이동하는데 그렇게 큰 지장을 주리라고는 미처 생각치 못했던 부분이었다.

사회복지 분야의 업무를 맡고 있는 김시종씨는 "오늘 같은 행사를 통해 장애인들의 어려움을 알게 됐고, 이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분야 업무를 담당하는 고재완씨 "나눔이라는 것을 평소에도 생각하고 있었으나, 실천을 하지 못하다가 오늘 드디어 실천을 하게 돼 행복하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오늘 행사에는 교육삼아 아들과 함께 왔는데 더 값진 경험이 된 것 같다"며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계속해서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보정책 업무를 담당하는 강정윤씨도 "오늘 소중한 인연을 계기로 해 앞으로도 장애인들과의 만남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겠다"면서 "개선해야 할 사항 등을 함께 찾아서 나간다면 장애인들이 혼자서도 나들이를 할 수 있는 날은 꼭 오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많은 부담을 안고 이번 첫 참가기획을 하게 됐다는 김희정 사무총장은 "참가하기 전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부담이 많았는데, 막상 해보니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다"면서 "내년에는 더욱 알찬 내용으로 함께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오재호 위원장은 "아직도 장애인 가족이 마음놓고 행보하는 데는 제도적으로 모자란 사항들이 많다"며 "함께 걸으며 서로를 이해하고 차이가 차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동행의 정신을 가슴깊이 느끼며, 이번 행사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공무원노조가 하는 일이 공직내부의 개혁도 있지만, 도민과 함께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장애인 불편요소 개선은 당장은 힘들겠지만, 공직자들이 함께 하면서 하나씩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행사를 통해 많은 것을, 아직 장애인들에 대한 시설이 너무 미흡하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우선 대중적인 부분부터 함께 고쳐 나가는 캠페인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장애인들이 버스를 타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는 일에서부터 현금인출기의 '높이'를 낮추는 일부터 하나씩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현금 인출기 문제의 경우 모든 기기를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우선 공공청사 내부의 인출기라도 고치도록 하겠다"면서 "이러한 작은 실천에서부터 진정한 차별없는 사회는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를 마치고 뒷정리를 하는 공직자들은 장애인들이 안전하게 모두 귀가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혼자서는 여전히 어려운 실정이네요. 혼자서도 갈 수 있는 그날이 올 때까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스토리기행 계속 해나가야겠죠?" <헤드라인제주>

<원성심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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