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 샷~!, "원반에 근심 담아 날려 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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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 샷~!, "원반에 근심 담아 날려 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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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人제주] (33) 디스크골프협회 제주지부 출범 일등공신 잭 퀸
서귀포시 정석비행장 옆에 전용 코스도 조성..."대중화 이뤄낼 것"

외국 영화를 보면 드넓은 백사장이나 한적한 공원에서 삼삼오오 모여 무언가를 던지고 받는 모습을 왕왕 볼 수 있다. '원반'이다.

하나의 놀이이면서도 지금은 엄연한 스포츠 종목으로 채택된 원반 던지기. 이 스포츠만을 위한 협회까지 생겼다. 외국에서 날아든 이 스포츠를 제주에 널리 알리는데 앞장서는 이가 있다.

"제주의 빼어난 자연환경 속에서 하는 원반 던지기가 최고"라며 손가락을 치켜드는 캐나다 출신 잭 퀸(Jack Quin, 42)으로부터 원반 던지기를 한 수 배워봤다.

원반을 던지고 있는 잭 퀸. <헤드라인제주>

# 제주 생활 4년 차, 영어 학원 원장 잭

잭 퀸. <헤드라인제주>
잭은 지난 2008년 캐나다에서 만난 한국인 부인과 함께 제주를 찾았다. 제주에 오기 전에는 서울에서 지냈으나, 캐나다의 한적한 지방에서 생활한 그에게 복잡한 서울은 오래 있을 곳이 못 됐다.

제주로 내려온 잭과 부인은 영어 학원을 차리고 함께 꾸려나가면서 제주에 정착했다. 최근에는 슬하에 8개월 된 딸도 생겼다.

제주 생활이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고 익숙해질 무렵, 그의 손이 근질근질해졌다. 20여 년 전부터 즐겨 던져오던 '원반' 생각이 간절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 당시에는 원반 던지기가 제주에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어요. 정식으로 경기를 하고 싶어도 규격을 갖춘 경기장도 없었고요. 그때부터 한국프로디스크골프협회(KPDGA, Korea Professional Disc Golf Association) 제주지부를 만들 생각을 품게 됐죠."

# 한국프로디스크골프협회 제주지부 출범에 앞장

한국프로디스크골프협회 제주지부는 그렇게 해 출범됐다. 잭이 비록 지부장은 아니지만, 마음 맞는 여럿이 주축이 돼 출범에 앞장섰다. 제주도 문화관광스포츠국도 힘을 보탰다.

그런데 흔히 알려져 있는 평범한 '원반 던지기'가 아닌, 디스크골프다. 영화에서 보아왔던 사람끼리 원반을 주고 받는 것이나, 개로 하여금 이를 물어오게 하는 것은 '프리스비'다.

약간은 생소한 스포츠인 디스크골프, 과연 무엇일까.

"흔히 알고 있는 골프와 비슷합니다. 골프가 홀 컵에 공을 담는 것이라면 디스크골프는 디스케처(골 홀)에 원반을 넣으면 되죠. 비싼 골프채나 카트 대신, 원반 몇장과 골 홀만 있으면 돼요. 경기방식이나 용어도 골프에서 쓰는 드라이브, 어프로치, 티샷, 퍼팅 등을 쓰고 있습니다."

경기의 시작은 티 라인에서 시작해 두 번째부터는 디스크가 떨어진 지점에서 다시 던져 골 홀에 넣으면 된다. 단순한 원반던지기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비거리와 정확도, 코스의 난이도에 따라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디스크골프는 1940년대 미국 예일대학 학생들이 파이접시를 던진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40여년 전인 1970년대 서구를 중심으로 확산돼 지금은 40개국에서 약 7000만명 정도가 즐기고 있다.

프로디스크골프협회 마크. <헤드라인제주>
서귀포시 정석비행장 옆에 조성된 디스크골프 전용 코스. <헤드라인제주>

# 표선면 가시리에 디스크골프 전문 코스 조성

그렇지만 인구 56만명 정도인 제주에서는 아직까지 생소한 게 사실. 이러한 생소함을 덜기 위해 잭이 몇년 간 땀 흘려 일궈놓은 곳이 있다.

2년 전인 2009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장과 정석항공관 옆 큰사슴오름 근처 부지를 무상으로 쓰는 조건의 MOU를 맺고, 디스크골프 전용 코스인 '제주윈즈(Jeju Winds)'를 조성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전문가 코스로, 국제가이드라인에 따라 만들어 졌다. 국제 규모의 대회도 치를 수 있는 규모의 코스다. 잭과 동료들이 노력한 끝에 현재 12개의 골 홀이 설치돼 있다.
 
지금은 여름철이라 잡초가 무성하지만, 디스크골프를 하고 싶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원반도 잭이 빌려준다.

"단, 사전에 저에게 연락해서 소액의 보증금을 내고 원반을 빌렸다가, 원반을 되돌려주면 보증금을 돌려드리고 있어요. 원반 잃어버리면 구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 "디스크골프의 장점? 말하려면 셀 수도 없죠"

잭이 이처럼 남이 하지 않는 일을 굳이 공을 들여가며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저는 일단 이 디스크골프가 너무 좋아요. 이 좋은 걸 저 혼자만 하기는 아까워서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나누면 재미가 배가 되잖아요." 디스크골프의 장점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자 잭이 흥미로운 듯 말이 빨라졌다.

첫 번째로 꼽은 장점은 경기조건이 간단한 점. 물론, 열려 있는 공간과 원반이 있어야 하지만 공원 같은 곳은 대부분 무료다. 큰 돈이 들지 않는다는 얘기다.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에 앉아있는 분이나 남녀노소 모두 약간의 팔 힘만 있으면 즐길 수 있습니다. 꼭 골 홀에 집어넣는 게 아니라, 던지는 것 자체가 스포츠이고 놀이니까요."

자연과 함께 하는 '에코(Eco) 스포츠'라고도 했다. 실제 그가 조성한 표선면 가시리 경기장의 경우 주변에 노루나 꿩, 산새 등 갖가지 동물과 수목이 함께 어우러진다고 했다.

디스크골프는 몸에도 좋다. 원반을 멀리 던지기 위해 몸을 웅크렸다가 펴기 때문에 스트레칭이 될 뿐만 아니라, 평소 쓰지 않는 근육을 발달시키는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퍼팅을 할 때 골프가 그렇듯, 디스크골프에서도 원반 끝에 신경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어 인간관계를 쌓는데도 디스크골프만한 게 없다는 잭. "여럿이 함께 모여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원반을 던지다 보면 근심 걱정도 싹 가셔요. 이만한 스포츠가 또 어디 있을까요?"

디스크골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잭 퀸. <헤드라인제주>

# 잭의 꿈, 디스크골프 문화의 '대중화'

한참을 디스크골프에 대해 장점을 풀어내던 그는 조심스레 '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바로 디스크골프의 '대중화'를 이뤄내는 것. 나아가 프로선수를 키워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짧은 시간 내에 이루기 어려우리라는 것을 그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많은 사람들과 함께 제주의 디스크골프 문화 대중화를 이뤄내고,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이의 일환으로 오는 11월에는 디스크골프 국제 박람회도 가질 예정이다. 나아가 앞으로 2년 내에 제주 구장에서 한국, 일본, 대만, 호주가 참여하는 PDGA 아시아 오픈을 유치할 계획이다.

"물론 저는 프로선수가 아닙니다. 즐거움을 위해 원반을 던지죠. 사람들에게 프로선수를 강요하진 않습니다. 즐거우면 그만이니까요. 그런데 그 중에서 재능이 있는 사람은 프로선수가 되는 길을 터주고 싶어요."

그 꿈을 위해 그는 또 다시 골 홀을 세우고 원반을 던진다. "나이스 샷!"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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