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백지화 시민행동 선포...트위터 '강정당'도 동참
전국 시민사회단체와 강정주민, 시민들이 한 목소리로 제주해군기지 건설 백지화를 촉구하는 시민행동을 선포했다.
토요일인 2일 제주시청 일대는 '해군기지 건설 백지화' 촉구의 함성이 울려퍼졌다. 4년 넘게 '외로운 투쟁'을 하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힘을 북돋아주기 위한 '힘내라 강정! 시민평화행진'도 펼쳐졌다.
행사장 일대에 집결한 시민들은 무려 1000여명.
평화크루즈에 승선해 인천항을 출발해 제주에 온 시민들도 함께했다. 해군기지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해 반대투쟁에 함께 하고 있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최고위원들도 현장을 찾았다. 여기에 강정마을 중덕해안가에서 텐트를 치고 강정주민과 함께 하는 많은 인사들, 그리고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가세했다.
모처럼 대규모 집회가 열리면서 길을 지나던 시민들의 발걸음도 멈추고 시민행동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지역적으로 표출되던 해군기지 문제가 전국적 이슈가 됐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오전 11시 제주시청 상징조형물 앞에 설치된 천막에서 진행된 '평화놀이터'에는 시민들의 자연스런 참여를 유도했다. 강정 주민들과 전국 NGO 회원들은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강정의 실상과 해군기지 건설의 문제점을 알리는 홍보물을 나눠주며 동참을 호소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부적인 드림캐처를 함께 만들어 시민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드림캐처는 그물과 깃털, 구슬 등으로 장식하는 작은 고리 형태의 부적으로 갖고 있으면 악몽을 걸러내 좋은 꿈을 꾸게 해준다고 여겨지고 있다.
중요한 포인트는 해군기지 건설현장인 서귀포시 강정해안가의 절대보전지역 해제 직권취소를 요구하는 서명에 발길이 이어진 시민들의 동참.
그리고 첫 포문을 연 것은 트위터 등의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해 활약하고 있는 트위터 모임 '강정당' 회원들의 반대시위.
오후 2시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는 '강정은 살아있당'의 준말로 이름을 붙인 '강정당'의 해군기지 반대집회를 겸한 기자회견이 있었다.
전국 290명이 활동하고 있는 회원들 중 이 자리에 참석한 회원은 20여명에 불과했지만, 서울, 대전, 춘천, 전남 가릴 것 없이 전국적으로 모여든 이들이라는데 큰 의미가 있었다.
기자회견에서는 우근민 제주지사에게 강정마을 중덕해안 절대보전지역 해제를 직권으로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한 사람의 관심이라도 더 끌어 모으려고 집회 중에도 SNS 메시지를 날리고 있었고, 온라인TV로 생중계했다.
이들은 2일 현재까지 SNS를 통해 전국에서 2만6314명으로부터 해군기지 절대보전지역 직권취소 서명을 받았다고 했다.
빗방울이 잦아들고 햇빛이 비칠 무렵 강정주민들과 시민운동가들은 징과 꽹과리를 들고 제주시청 주위를 도는 길트기를 시작으로 이날의 메인 행사는 막이 올랐다.
풍물패의 연주를 따라 제주시청 인근을 돌았던 시민들은 따가운 햇살과 무더운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해군기지 결사 반대", "힘내라 강정" 등을 외치며 제주시청 정문 앞에 모여앉았다.
'해군기지 건설 백지화 촉구 전국 시민행동의 날' 선포식과 함께, '힘내라 강정! 시민평화행진'이 시작됐다.
# 강동균 회장 "갈길 멀지만, 이길 수 없는 싸움 아니다"
집회에서 첫 발언에 나선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은 많은 시민들이 참여한데 대해 무척 고무된 모습이었다.
"오늘 이 행사와 함께하는 시민들을 지켜보며 든 생각은 바로 '우리는 해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4년넘게 싸워온 우리의 목소리가 전 국민의 심금을 울리고 오늘 이렇게 동참하게 만든 것입니다."
그는 "최근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반대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단체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을 '외부세력'이라며 물러가라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럼 해군은 강정마을을 지키러 온 주민들이냐. 바로 해군과 공사업체가 강정마을에 들어온 1차 외부세력"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금 강정마을에 몰려온 사람들 모두가 한마음 한뜻을 지닌 한민족인데 어디 그런 사람들을 외부세력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성토했다.
# 문정현 신부 "강정마을 평화는 해군기지 백지화로 시작되는 것"
이어 '행동하는 길 위의 성직자'로 불리는 문정현 신부가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문 신부는 "절대다수의 도민들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자는 공직자로서의 자격이 없다"면서 우근민 제주지사를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이런 상황에서 강정에 끝까지 해군기지를 추진하려는 것은 도대체 누구냐"면서 "절대다수의 주민들의 말을 새겨듣지 않는 사람은 공직자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거듭 제주도당국을 힐난했다.
문 신부는 "그동안 강정주민을 방문할 때마다 주민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며 "앞으로 주민들과 함께하기 위해 강정마을에서 생활하겠다"고 밝혔다.
영화평론가 양윤모씨에 이어 문 신부 역시 강정에서 생활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이어진 연설에서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정부가 우리 국민들의 이름을 팔면서 해군기지를 강행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해군기지를 건설하라고 세금을 낸 적이 없다. 지금 즉각 해군기지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이정희 대표 "강정에 힘 실어준다면 바꿀 수 있다"
최고위원들과 함께 해군기지 문제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제주를 방문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도 발언에 나섰다.
이 대표는 해군기지 부지내 일련의 환경성 문제와 관련해, "솔직히 지금 해군이 제시한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이뤄 졌다면 이제서야 보호종인 맹꽁이가 발견될 수 있겠느냐"면서 부실한 환경영향평가 문제를 지적했다.
또 "오늘 오전 강정마을을 방문해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분들이 그동안 고생했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면서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들이 이런 강정주민들에게 힘을 실어 준다면 잘못된 옛 것을 모두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하며 '강정주민에 힘을 실어줄 것'을 호소했다.
이 대표는 "우선 현재 공사를 중단시키고 제주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필요한지, 아름다운 강정해변을 콘크리트로 덮어도 되는지 국민들의 의견을 물어봐야 하고, 그렇게 되려면 국회가 제대로 돌아가야 한다"며 "국회가 제대로 돌아가야 엉터리 환경영향평가서와 관련된 해군기지 예산을 백지화시킬 수 있고, 해군기지 공사를 중단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이명박 정부에서 자신들 멋대로 하고싶은 공사 등의 사업을 밀어붙여 왔지만 지금은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렇게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전제한 후, "그렇기 때문에 바로 지금 국민들의 힘을 모아 이들에게 심판을 내리고 국민의 뜻을 전할 수 있다"며 지금의 정부를 심판하고 제대로 된 국회를 세우는데 힘을 보태줄 것을 당부했다.
#거리의 함성, "해군기지 결사반대"
집회에서는 제주주민자치연대 노래모임인 '모다정'과 전국을 돌며 투쟁현장에서 노래를 부르는 여성듀오 '무키무키 만만수'이 노래공연도 선보였다. 흥겨운 노래에 맞춰 다함께 율동을 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집회가 마무리된 후인 오후 4시쯤, 드디어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평화행진이 시작됐다.
전국 시민들의 행동은 오후 5시쯤 모두 마무리됐다.
오후 7시 30분에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해안가에서 '강정평화 촛불문화제'가 마련됐다. 이날 '전국 시민행동의 날'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