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건설은 아무런 정당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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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 건설은 아무런 정당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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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신용인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삼만 대령의 주제발표에 대한 공개반론

지난 23일 국회에서 '제주해군기지 갈등 해소를 위한 공청회'가 열렸을 때 정삼만 대령은 해군기지 찬성 측 주제발표를 했다. 필자가 뒤늦게 주제발표문을 입수해서 읽어보니 그 논리가 부적절할 뿐 아니라 사실을 왜곡한 부분도 있어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주제발표 내용에 대한 공개반론을 제기하기로 한다.  

정삼만 대령은 우리의 생명선인 남방해역을 지키기 위해 제주해군기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남방 해상교통로 확보, 제주해역 수산자원 보호,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수호 등 남방해역을 지키는 것은 기본적으로 해경의 소관임무이다. 또한 국가는 이를 위해 화순항에 해경부두를 건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구태여 1조원이라는 예산을 낭비해 가면서 별도로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중복투자를 할 이유가 없다. 혹시 남방해역을 지키기 위해 해경 외에 해군의 역할도 필요하다면 화순항에 건설되는 해경부두를 기항지로 활용하면 된다. 그렇게 해서 남는 예산 1조원은 대학등록금 지원 등 복지비용으로 사용하거나 연평도 등 서해 5도 방위력 향상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하면 될 것이다.

정삼만 대령은 제주해군기지는 민주적이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선정되었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2007년 4월경 강정마을회의 주민총회와 동년 5월경 여론조사를 들었다.

그러나 이 또한 억지강변에 불과하다. 강정마을의 유권자 수는 약 1,100명 정도 되는데 2007년 4월 26일 해군기지 유치결의를 한 주민총회는 불과 80여 명이 모여서 만장일치 박수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 전에 강정마을에서는 해군기지와 관련해서 단 한 번의 설명회나 공청회도 없었다. 그런 까닭에 많은 이들이 회유와 매수에 의한 유치결의가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고 있다.

유치결의 이후 이에 반대하는 강정주민들이 주민총회를 열어 주민투표를 실시하려고 하자 경찰병력이 동원된 상태에서 투표함 탈취사건이 벌어져 무산되었다. 그럼에도 강정주민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2007년 8월 20일 주민투표를 다시 실시했고 725명이 투표에 참여하여 94%인 680명이 해군기지 유치에 반대했다.

한편 여론조사를 하려면 그 대상은 이해당사자인 강정마을 주민들로 한정해야 한다. 또한 객관적인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그러나 강정마을을 포함한 대천동 전체 지역을 대상으로 하여 해군측이 일방적인 홍보전을 펼친 다음 여론조사를 했다. 그런 여론조사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가. 이는 주민투표에서 94%나 반대가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민주적이고 적법한 절차라고 주장한다면 이는 억지강변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강정마을은 기망과 회유에 의해 해군기지 사업지로 선정되었다고 보는 것이 보통 사람의 상식에 부합한다.

정삼만 대령은 해군은 주민과 함께하고 갈등해소를 위해 피나는 노력과 정성을 기울여 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강정마을 주민들은 해군기지 문제 때문에 찬성 측과 반대 측으로 갈라서서 사촌끼리는 물론 형제끼리도 원수가 되어 서로 싸우게 되었고 그로 인해 주민들이 겪은 정신적인 피해는 참담한 수준이다.

<서귀포신문>이 2009년 9월 2일부터 11일까지 강정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적대감, 우울, 불안, 강박 등 정신적인 이상 소견이 있는 사람이 전체 주민 중 75.5%를 차지하였다. 정신이상 소견 중에는 '적대감'이 가장 많았는데 전체 주민 중 57%가 적대감에 사로잡혀 고통 받고 있었다. 또한 자살충동을 느끼는 사람이 전체 주민의 43.9%나 되어 제주도민의 자살충동 평균치인 8.1%에 비교해 볼 때 5.4배나 높았다.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거나 계획했다고 응답한 주민들도 34.7%나 됐다.

해군은 강정마을공동체를 이토록 황폐화시켜 놓고서 무슨 염치로 갈등해소를 위해 피나는 노력과 정성을 기울였다고 강변하는가.

정삼만 대령은 해군은 국가안보의 중요성만큼이나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최적의 환경보전 대책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강정 앞바다는 해군기지 사업지로부터 불과 2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 유네스코가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받을 정도로 경관이 아름답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곳이다. 또한 천연기념물인 연산호 군락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강정 해안가는 길이 800m에 달하는 한 덩어리 용암바위인 구럼비 바위가 있고, 멸종위기종인 붉은발 말똥게와 맹꽁이 등의 서식지이며, 제주 올레코스 중 가장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는 올레 7코스가 지나가는 길목이다.

올레꾼들은 강정 앞바다와 해안가의 아름다운 경관에 감탄하며 "설령 해군기지가 필요하다고 해도 여기는 아니다"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이처럼 자연환경이 뛰어난 강정마을을 해군기지 사업지로 정하여 무참하게 파괴하면서 어떻게 환경의 중요성을 국가안보의 중요성만큼 인식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 그 이유를 알 길이 없다.

만일 해군기지 사업지로 강정마을 외에 전혀 대안이 없다면 국가안보를 위해 불가피하게 환경을 희생시킬 수 있다는 논리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해군기지 최적지로 화순항이 처음 거론되었을 때 강정마을은 후보지로 언급조차 없었다. 그러다 화순에서 위미로, 다시 위미에서 강정으로 갈지자걸음을 하면서 강정마을을 후보지로 선정했다. 따라서 정삼만 대령의 말은 어느 모로 보나 전혀 설득력이 없다.

한편 환경영향평가서를 보면 매립행위는 자연환경의 원형을 훼손하거나 변형시키는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절대보전지역을 해제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달았고, 사업지 내 멸종위기 동식물의 서식사실을 모두 누락시키는 등 총체적인 부실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럼에도 어떻게 최적의 환경보전 대책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 어처구니가 없다.

또한 녹색연합은 2007년 11월경 해군기지 사업지 내 바다에는 멸종위기종인 나팔고둥과 금빛나팔돌산호가 서식하고 있다는 현장조사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해군은 나팔고둥과 금빛나팔돌산호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나 보호조치 없이 준설공사를 강행하여 멸종위기종들의 서식지를 파괴하려고 하고 있다. 그것이 정삼만 대령이 강조하는 최적의 환경보전대책인가.

정삼만 대령은 미군주둔이나 미사일방어체계(MD)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정삼만 대령은 미군이 한국의 군사기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규정한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내용을 모를 리가 없다. 그럼에도 어떻게 그런 단언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된다면 미국의 대중국 견제용 기지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 되었음에도 이를 부인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과 같다.

정삼만 대령은 평화의 섬과 해군기지는 양립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삼만 대령의 논리에 따르더라도 지금처럼 강정마을공동체의 평화를 파괴하고 제주사회를 갈등의 도가니로 몰아넣으면서 들어오는 해군기지가 과연 평화의 섬과 양립가능한지 묻고 싶다.

또한 정삼만 대령은 몇 번이나 공사를 연기한 사정을 들며 현시점에서 공사 중단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해군이 단 한번이라도 주민들하고 진지한 대화를 해서 주민들을 납득시킨 적이 있는가. 강정마을의 어느 어르신은 필자에게 이렇게 푸념을 했다.

"우리도 이제는 지치고 힘들다. 또한 국가안보사업이라는데 웬만하면 협조하고 싶다. 그러나 주민들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불법ㆍ탈법을 자행하면서 힘으로 밀어붙이는 해군의 처사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결국 우리는 계속 싸울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만일 해군이 정삼만 대령의 말처럼 민주적이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해군기지 사업지를 선정했고, 주민 갈등 해소를 위해 피나는 노력과 정성을 기울여 왔으며, 국가안보의 중요성만큼이나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최적의 환경보전 대책을 수립하여 추진하였다면 그 어르신께서 위와 같이 푸념할 리가 있겠는가.

신용인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헤드라인제주>

해군이 정당하게 해군기지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주민들이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제라도 공사를 강행하는 데만 급급하지 말고 먼저 주민들에게 이를 제대로 설명하고 납득시키는 노력을 피나게 하기 바란다. 해군이 그런 과정을 생략한 채 이대로 공사를 강행한다면 주민 갈등과 저항은 더욱 커져 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 외에도 몇 가지 더 지적할 문제점이 더 있기는 하나 훗날 정삼만 대령과의 공개토론의 장이 마련된다면 그 때 언급하기로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공개반론을 마치면서 해군에게 한 가지 당부하고 싶다. 해군기지가 국가안보상 제주에 반드시 필요하다면 제주도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면서 들어와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해군기지가 강정마을과 제주사회의 평화를 파괴하고, 주민들의 인권을 유린하며,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훼손하면서 들어온다면 제주도민들은 해군기지를 증오와 투쟁의 대상으로 대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된다면 이는 해군에게도 매우 불행한 일이다. <헤드라인제주>

<신용인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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