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출강, "역시 아줌마는 위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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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출강, "역시 아줌마는 위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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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옥의 사는 이야기] (17) 요양보호사과정 강의 첫 날

“안녕하세요~ 박선생님.. 교육원원장입니다”
“아~ 네!!”

“생각을 해 보셨는지요? 좀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시지요~”
“제가 경험이 부족해서 힘들 것 같습니다.~”

“박선생님~ 경력을 보니 충분합니다. 그러지 마시고 강의 부탁드립니다.~”

모 교육원 원장님의 계속 되는 설득으로 난 요양보호사과정 사회복지과목들을 맡아 강의를 하게 되었다.

며칠이 지나 나의 첫 강의가 시작되었다. “ 안녕하세요~ 저는 강사 박금옥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나는 떨리는 마음을 감추려고 크게 웃으며 인사를 하고 난 뒤 50명의 수강생 얼굴을 한명씩 둘러보았다. 수강생들의 연령은 다양했다. 적게는 20대부터 많게는 60대까지 골고루 섞여 있었다. 그리고 난 뒤 수강생들의 호칭을 뭘 로 정할까 잠깐 고민하다가 그냥 선생님으로 정했다.

이유는 자격증을 취득하여 현장에 나가면 모두 요양보호사선생님이라는 호칭에 익숙해져야 하기 때문에 나는 모든 수강생에게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붙였다.

“자~ 표준교재, 요양보호 업무 기록 및 보고~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과목은 제목 그대로 업무기록과 보고의 목적 및 중요성에 대해 배우고 실전에 나가 업무일지 기록 방법을 익히는 과목입니다.”

“강사님~ 나 같은 늙은이도 요양원에 들어가서 일 할 수 이수광?” 수강생 중 나이가 제일 많은 분이 수심이 가득한 얼굴표정으로 질문을 던진다.

“당연하지요~ 일단 필기수업과 실습을 통해 경험을 하시고 난 뒤 시설에서 근무를 하실지 재가서비스센터에서 근무를 하실지를 결정하시면 됩니다.” 내 답변과 동시에 여기저기서 질문이 쏟아졌다.

“그럼 우리는 필기수업하고 실습은 몇 시간 하나요?”

“네~ 일반인이랑 자격증소유자랑 수업이 틀린데요~ 일반인은 필기수업, 실습 각 80시간씩 이수하셔야 하고, 간호사는 필기수업 32시간, 실습 8시간 받으셔야 해요. 그리고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는 필기수업 42시간, 실습8시간 이수해야 합니다. 사회복지사는 필기수업 42시간, 실습 8시간하시면 되구요”

“아~” 수강생들은 모두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제가 알기엔 여기 시설장님, 간호사, 간호조무사 다 계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리고 오리엔테이션시간에 원장님으로부터 들으시지 않으셨나요? 그리고 시간표를 보니 수업 3일째로 알고 있는데요.”

“강사님 우린 나이들 이서부난 말해줘도 금방 잊어버려마씨~ 그리고 질문 하나 더 이신디예~”
“네~ 말씀하세요”

“강사님~ 그럼 요양보호사로 취업하게 되면 월급은 얼마나 받아요~”
나는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런 나를 보고 수강생들은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선생님들~ 제 수업시간에 아직 책 첫 페이지도 넘기기 전에 월급을 물어보시다니...제가 귀가 막히고 코가 막힙니다.”라는 답변에 누구 할 거 없이 깔깔대고 웃는다.

“일단 수업 잘 들으시고 자격증 취득하시고 난 뒤 물어보시면 제가 직장 찾는 방법이랑 평균 급여가 얼마인지 말씀해 드릴께요~ 자.. 수업 시작 하겠습니다.”

나는 수업과 관련 된 자료를 프로젝터를 통해 보여주며 설명을 시작했다.

“자~ 이 화면을 주목해 주세요~ 여기 나오는 서식은 요양원에서 실제로 쓰이는 서식입니다. 작성하는 서식이 참 많죠? 이제 선생님들도 시설과 재가서비스센터에 근무하시게 되면 그 시설 서식에 맞게 작성하셔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용어를 이해 하셔야겠죠? 오늘시간에는 8시간동안 업무기록의 보고와 방법 그리고 중요성에 대해 공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수강생들은 화면에 나 온 자료를 보고 옆 사람과 웅성웅성 거리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수강생 중 시설장님 빼고는 대부분 이 서식을 볼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근디예~ 강사님! 질문이신디예~ 겅허문 시설 들어가게 되문 저거 다 써야 합니까?”
“네~ 어르신 케어 하시면서 일지 쓰고 하셔야지요~”

“아이고~” 여기저기 한숨 소리가 들인다.
“그러니까 수업을 잘 들으셔야지요~ 그리고 지금 큰언니(60대 수강생)끼리만 앉아 계신데 옆에 젊은 분들과 짝을 이뤄서 앉으세요~ 모두 시험에 합격하여 현장에서 만나셔야죠~”

자리 정돈을 하고 난 뒤, 수업은 계속 이어졌고 모두들 진지하게 수업에 임하였다. 50분 수업과 10분 쉬는 시간이 반복되어 드디어 4시간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내가 잠시 책을 정리하고 있는 사이 내 눈 앞에 진풍경이 펼쳐졌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절로 나왔다. 수강생들은 수업 3일째였기에 서로 분담을 하여 반찬과 밥을 가지고 와서는 금속으로 된 둥글넓적한 대야에 밥과 반찬 상추를 넣고 손에 비닐장갑을 착용하여 밥을 힘차게 비비고 있다. 나도 아줌마지만 역시 아줌마들은 위대하다.

점심식사 후 휴식시간이 끝나고 난 뒤, “식사들 맛있게 하셨어요? 자 이제 수업 시작하겠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났을까? 이쪽저쪽에서 깜박깜박 인사를 하기 시작했고, 또 맨 앞자리에 앉은 수강생은 눈을 뜨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저 뒤에서는 아예 옆드려 주무시는 분도 계신다.

“자~ 화면 보세요! 이게 바로 요양보호사 자격증이에요~ 그리고 거기~ 미스코리아 사진 보이시죠? 제가 잘 나갈 때 모습입니다.~”

또 다시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 킥~킥~ 대며 웃음소리가 들였다.

“이제 잠들이 좀 깨시나요? 요놈(자격증) 때문에 우리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반까지 교육원에 오셔서 공부하시는 거잖아요~ 결혼 안하신 분도 몇 분 계신 거 같지만, 거의 대부분 결혼하신 것 같은데 가정일 하시랴~ 수업 받으랴~ 힘드시죠? 조금만 더 힘내세요~”

“강사님은 어떻게 우리마음 잘 알아요?”
“저도 결혼을 해보니 알겠더라구요~ 하지만 전 선생님들이 부럽습니다.”

“우린 강사님이 부럽습니다~ 우리가 왜 부러워요? ”
“전 강의를 해야 해서 졸리더라도 잠을 잘 순 없잖아요~”

나의 농담은 수강생들 모두를 배꼽을 잡고 쓰러지게 만들었다. 이를 이어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 8시간의 나의 첫 강의는 모두 끝났다.

처음 시작할 때의 두려움과 설레임은 어느덧 머리 속에서 살아지고 “아~ 끝이다”라는 안도감에 온 몸에 피로감이 몰려왔다. 비록 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보람과 뿌듯함으로 내 강의 첫날의 피로를 보상 받는 것 같았다.

내일은 오늘 같은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더 많은 준비를 하여 나와 인연이 된 수강생분들에게 알찬 강의를 해드려야겠다. <헤드라인제주>

박금옥 객원필진은...

   
박금옥 객원필진.<헤드라인제주>
박금옥사회복지사는 고등학교 때 평소 집근처에 있는 성 이시돌재단양로원에서 어머니가 봉사활동을 하러 가실 때마다 따라 다니면서 자연스레 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게된다. 그러다 대학전공도 사회복지를 선택하게 되고 아예 직업으로 진로를 정하면서 외길을 걸은 지 어느덧 8년째다. 

그 동안 그녀는 제주에서 뿐 아니라 서울, 부산, 경주 등에서 아동, 노인 장애인을 두루 다 경험을 하였고 제주도에 다시 내려 오면서 노인시설에 근무하게 되는데 그 곳에서 중증의 어른신들을 모시면서 그녀의 삶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에도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서귀포 남원읍 위미에덴요양원에서 3년을 근무한 바 있다.

그곳에 근무하면서 그 곳에 요양하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써왔다. 그러다 2009년 4월에 결혼을 하면서 요양원일을 잠시 멈췄다.

더 멋진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간호조무사를 포함해 자격증 도전을 계속 하고 있으며 사회복지관련 공부를 더 하여 사회복지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

"함께 도움이 되는 세상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다"며 글을 올리고 있는그는 이제 모 교육원에서 요양보호사과정 사회복지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그의 계속되는 도전은 꿈을 이루어 나가기 위한 디딤돌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편집자 주>


<박금옥 객원필진/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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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13-01-08 11:05:39 | 58.***.***.210
왜 글을 안 올리시는지.. 소식이 궁금.

희소식 2011-07-01 18:20:22 | 218.***.***.227
둘러보다 낮익은 사진이 있어 들어왔습니다. 님 살 많이 찐거 같네요.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세요~

랑이 2011-06-27 10:05:04 | 121.***.***.98
드디어 새로운 글이 올라왔네요~^^
사진도 바뀌고~ㅎ
항상 즐겁고 신나게 지내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아요!
화이링~~!!^^

지나가당 2011-06-26 13:42:43 | 220.***.***.76
지나가당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읽어봐요~ 근데 사람들한테 관심을 많이 받고 계시네.

동기 2011-06-26 12:41:39 | 211.***.***.32
새로운 모습으로 자주 등장하시네요! 도전정신 멋쪄요

더쭈이 2011-06-26 07:47:53 | 61.***.***.77
오랜만에 글보네요.
항상 새로운일에 도전하는모습이 멋있습니다.
자주글봤으면 합니다.

방가방가 2011-06-26 00:31:32 | 125.***.***.177
글을 보면 내가 글 주인공 같아요. 실감나서 자주 들리게 됩니다.

페이스친구입니다.. 2011-06-25 17:49:27 | 211.***.***.122
친구분 덕분에 헤드라인제주에 자주 들어오고 있습니다..

헤헤 2011-06-25 17:21:11 | 211.***.***.122
글 좀 자주 쓰십써게.. 실물이 곱수다

방갑습니다 2011-06-25 17:13:37 | 211.***.***.122
안녕하세요.. 글 쓰시는 분이셨군요.. 전에 병원에서 할머니랑 계시는 모습 봤습니다.. 능숙하게 휠체어 잘 운전하시던데.. 담에 뵈면 제가 아는 척 해야겠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