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수'...오해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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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수'...오해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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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경빙(競氷)' 초기논의서 튀어나온 '유치제안'
JDC는 왜 서둘러 공개했나?...道 "아직 검토 안한다" 딴판

선수들로 하여금 빙상경주를 하게 하고, 경주에 대한 승자투표권을 발매해 승자투표 적중자에게 환급금을 내주는 형식으로 운영되는 경빙(競氷)사업.

이제 막 공론화가 시작된 시점이지만, 이 사업을 제안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행보는 매우 빨라보인다.

처음 경빙사업이란 말이 나온 것은 지난 1월26일.
 
민주당 김재윤 의원 등 20명이 '제주특별자치도 경빙사업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면서 '경빙'이 화두에 오르게 됐다.

용역까지 마치고도 침묵을 해 오던 JDC는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을 갖고 대단위 겨울철 스포츠테마파크인 '아이스심포니월드' 조성사업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총사업비 9000억원을 투입해 약 70만㎡ 부지에 계절 영향과 비, 바람 등 기후 영향이 적은 실내 형태의 아이스링크와 스키장, 봅슬레이 체험시설 등 겨울 스포츠를 기반으로 한 대규모 테마파크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국제피겨스케이트대회를 유치하기 위한 핵심시설로 조성되는 약 3만7000㎡ 규모의 아이스링크는 제주의 야간관광 활성화와 나아가 중국 등 해외관광객 200만명 유치를 위한 촉매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계획에서의 초점은 '경빙'이다.

지난 14일 김재윤 국회의원이 마련한 법률안 제정에 따른 공청회에서는 찬성과 반대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이 사업을 구상한 JDC는 해외 관광객 유치와 재원확보 수단으로 경빙사업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시민단체에서는 사행사업을 통한 돈벌이라는 점에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제주에서 꼭 필요한 사업인지, 아니면 좀더 지켜봐야 할 사업인지, 아직 판단을 내릴 시점은 아니다.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 고무된 JDC, '유치제안서' 공개 왜 서둘렀을까?

하지만 JDC는 이 경빙장을 유치하겠다고 나선 지역까지 나타나면서 무척 고무된 모습이다.

16일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서리 주민들이 JDC에 '아이스심포니월드'를 유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지역은 JDC가 추진하는 선도프로젝트 중 하나인 신화역사공원 조성 대상지이기도 하다.

신화역사공원 부지내에 이 시설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얼핏 생각하기에도 신화역사를 테마로 한 공원 내에 사행성 시설인 경빙장이 들어선다는 것은 뭔가 언밸런스 한 점이 있다.

그것도 공청회가 끝난지 이틀만에 유치제안서의 내용 공개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설령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유치제안서를 작성해 JDC에 제출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의 내용을 서둘러 공개한 JDC의 행동은 신중치 못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아직 경빙사업에 대한 공론화가 돼 있지 않은 시점인데다, 더욱이 신화역사공원의 전체적 콘센트를 바꿔야 하는 막중한 일이기 때문이다. 국제자유도시 선도프로젝트로 추진되고 있는 사업인 만큼 콘셉트를 바꾸는 데에는 진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자칫 스스로 파놓은 덫에 걸려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

제안서에 쓰인 내용처럼 주민들이 신중에 신중을 기해 고민하다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라 하더라도, 공청회가 끝나자마자 제안서를 공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경빙장을 지을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것이 시급하다. 어느 지역에 설립할 것인가는 그 다음 단계의 문제다. 공론화가 막 시작돼 논의가 성숙되려는 찰나에 불쑥 꺼내든 제안서 내용의 공개는 의도성에 대한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동시에 2개 의제를 도민사회에 던지면서 관심을 두번째로 던져진 의제, 즉 입지결정의 문제로 시각을 이동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빙장 도입에 대한 도민공론화 과정에서 여론을 '유치하겠다는 주민들까지 있는 만큼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사업'이라는 쪽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있다.

# 道 "아직 사업화 검토 안해...공론화 지켜본 후 신중하게 검토"

같은 맥락은 아니지만, 경빙논의와 관련해 아이러니한 것은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과 JDC는 이 논의를 빨리 가져나가려고 하는 반면, 정작 키를 쥐고 있는 제주도당국은 한발 멀리 떨어져 관망하고 있는 모습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한 관계자는 17일 "아직도 갈등요소의 지역현안이 있는 상황에서 또다른 논란을 야기하는 경빙문제를 전면에 세워 논의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기본적으로는 제2차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최종용역 결과가 이달말 나오는데, 여기에 경빙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 역시 "아직 도민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공론화 과정을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도청 내부의 분위기는 아직까지는 경빙에 대해 본격적인 사업화 검토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제주도정 조차 아직 설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빙은 신중하게 검토해 나가야 할 사안이다. 서둘렀다고 해서 풀릴 문제가 아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 처럼, 지나침은 금물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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