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어라"...'개방 화장실'이 어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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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숨어라"...'개방 화장실'이 어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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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화장실과의 숨바꼭질 여행객들, '있기는 한가요?'
164개소 지정 불구, 대부분 눈에 안띄는 곳 위치

지역주민이나 외지에서 방문한 관광객 등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지정해 놓은 개방화장실.

여러 업주들의 동참으로 제주지역 곳곳에서 운영되고는 있지만, 좋은 취지와는 달리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에는 다소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특히 개방화장실로 지정된 곳의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없어 정말 필요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 맹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7일 제주시에 따르면 현재 제주시내 개방화장실은 관공서를 포함해 개인 사업자까지 총 164개소에 지정돼 있다. 제주시내권은 물론 구좌읍과 한경면, 추자면의 개인 사업체까지 개방화장실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개방화장실은 유동인구가 적은 외진 곳에 위치해 있다. 그러다보니 실질적으로 이곳을 이용하는 이들의 폭이 넓지는 못하다.

또 개방화장실로 지정된 곳중 20~30%는 업종이 주유소인데, 대개 주유소의 위치가 도보로 접근하는 일은 많이 없다보니 이용률이 높지는 않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개방화장실 팻말. <헤드라인제주>
# "개방화장실? 그런 것도 있었어요?"

2년전 베낭을 짊어지고 홀로 제주를 둘러봤다는 김준혁씨(25). 당시 여행이 초행길이었다던 그는 "여행을 다니는 도중 화장실을 찾는데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개방화장실이라는 것이 있는줄 몰랐다"며 "화장실에 가야할 일이 생길때면 은행같은 곳으로 들어갔고, 야간에는 인근의 피시방 같은 곳에 몰래 들어가 눈치를 보며 화장실을 이용하고는 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은 굳이 외지 방문객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용담2동 소재의 개방화장실로 지정된 마트 앞에서 만난 한 지역주민은 개방화장실이 어디있는지 아느냐는 질문에 "지정된 곳이 어딘지는 둘째 문제고, 개방화장실이라는 것이 있는 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화장실의 위치도 위치지만 개방화장실로 지정된 곳에서 안내 팻말 등이 제대로 부착되지 않는 경우도 안타까운 상황이다.

어떤 팻말은 건물 입구에 붙어있고, 어떤 팻말은 화장실 입구에 붙어있는 등 명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개방화장실의 팻말이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 "지원금이 적다보니 섣불리 참여하기 어려워"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화장실을 개방하는 업주를 확대시키는 방안이 꼽힌다. 그러나 현 상황으로는 여의치 않은 듯한 형국이다.

2~3년전까지 개방화장실을 운영했다던 이도1동 소재 음식점 업주 강모씨는 "개인업주의 참여율이 낮은것은 당연한 것 같다"고 피력했다.

강씨는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까지는 상관이 없는데, 이사람 저사람 들어오다보니 세면대, 변기 뚜껑이 깨지기도 하고, 화장실이 막히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개방화장실이라는 이유로 시설이 파손된 것은 아니었겠지만, 아무래도 가게 손님이 이용하는 것과 지나가던 행인이 이용하는 것은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강씨는 "1년에 화장실 운영비로 5만원 정도를 지원해 주는데, 그것으로는 휴지값도 감당하기가 어렵더라"며 "그렇다고 수리비를 따로 지원해주는 것도 아니다보니, 좋은일 하려다가 스트레스만 받겠구나 싶어 개방화장실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업주들이 쉽사리 화장실을 개방하지 못하는 이유도 비슷하지 않겠나"라는 견해도 슬며시 비쳤다.

햇빛을 차단하는 시설물에 가려져 눈에 잘 띄지 않는 개방화장실 팻말. <헤드라인제주>
# "160여개 관리 쉽지 않아...예산 부담도"

제주시 녹색환경과 관계자도 이같은 견해에 대해 동의의 뜻을 표했다. 지원금이 적다보니 별다른 메리트가 없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더 많은 지원혜택이 주어지면 좋겠지만, 지금 지원되는 금액도 만만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개방화장실로 지정되도 한개소당 1년에 5만원 가량의 지원비가 들어갈 뿐이지만, 지정된 곳이 160여개가 넘다보니 소요되는 예산이 만만치 않다는 설명이다.

특히, 올해부터 이용객 수에 따라 화장실의 등급을 나눠 S등급은 5만원씩 연 3회, A등급은 연 2회, B등급은 1회 지원하고 있어 예산 규모가 확대됐다.

팻말이 떨어지거나 제멋대로 위치가 붙어있는 경우에 대한 어려움도 털어놨다.

그는 "160여개가 넘는 화장실을 일일이 돌아볼 수도 없다보니, 업주가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 한 정비하기는 쉬운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주시 관계자는 "별다른 이익이 없어도 참여해 주는 것도 고마운데, 어떤 규정을 짓고 따르라고 하는 것도 쉽지 않더라"라며 "앞으로 개방화장실의 참여율을 더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보겠다"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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