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세계여행'의 지존, 그가 제주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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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세계여행'의 지존, 그가 제주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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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人제주] (30) 태국 장애인 소폰 심찐다의 '세계 여행기'
세계로 가는 장애인식 개선 활동, "스스로의 마음가짐이 중요"

가족 사업을 돕는 틈틈이 사진 촬영과 영화 촬영을 해 온 혈기왕성한 20대 젊은이에게 갑작스레 닥친 교통사고.

지난 2003년 7월 교통사고로 7번 척추가 손상됐고, 하반신이 마비됐다. 청천벽력 같은 의사의 말에 남은 삶을 어찌 살아야 하는 고민이 밀려 왔다.

하지만 그로부터 이틀 뒤, 이 젊은이는 자신에게 다가온 장애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인생을 살기로 결심했다.

소폰 심찐다. <헤드라인제주>
새로운 인생의 하나로 '휠체어로 떠나는 세계 여행'을 택한 태국인 소폰 심찐다(33, Sophon Chimjimda)가 휠체어를 타고 제주를 찾았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복지안전위원회 소속 박주희 의원(국민참여당)의 초대로 27일 오후 도의회를 찾은 심찐다를 만났다.

# "장애인식 개선 활동, 태국은 좁다...세계로"

"장애를 받아들이고 마음 아팠던 것은 단 이틀이었어요. 당시 사고를 당했을 때 집안 사업도 어려웠는데 교통사고까지 악재가 겹쳐서, 이를 빨리 극복해야겠다고 결심했죠."

이같은 결심은 교통사고 후 3개월 간의 병원생활을 마친 심찐다를 태국 파타야 장애인 학교로 이끌었다.

그 곳에서 장애인 재활교육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배우고, 6개월에 걸쳐 컴퓨터 그래픽을 독학했다. 여행사에서 그래픽 및 홍보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정기 간행물과 홍보물을 기획, 제작했다.

2008년에는 태국 방송 채널 11에서 장애인 관련 뉴스와 토크쇼를 다루는 '짬카오 마 쿠이빡루이 심팃'를, 2009년에는 채널 4의 장애 극복 이야기를 다룬 '빡루이 씹탓' 등을 진행했다.

군인병원이나 교도소, 학교 등에서 강연을 통해 장애인들에게는 희망을 주고, 일반인들에게는 장애 이해를 돕기 위해 활동했다.

"TV방송이 장애인을 위한 것만은 아니었지만 장애인이 진행하면서 비장애인 시청자들도 점차 장애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됐었죠."

제주도의회 박주희 의원실에서 환담을 갖고 있는 소폰 심찐다. <헤드라인제주>
태국 전역에 걸쳐 활동하던 그가 이번에는 세계를 두드렸다. 그 첫 번째 행선지는 태국 내에서도 붐이 일고 있는 한국이었다.

그렇게 심찐다는 태국 정부의 협조를 얻어 지난 17일 청주에 도착했다. 경주와 안동 하회마을, 부산 등을 둘러본 그는 지난 25일 제주에 도착했다.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여행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저를 통해 다른 장애인들도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네요."

# "장애인 정책보다, 스스로의 마음가짐이 중요하죠"

그가 휠체어 세계여행을 결심한데는 이처럼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다'는 마음이 깔려 있었다.

소폰 심찐다. <헤드라인제주>
태국에는 전체 인구의 2%가 장애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심찐다는 장애를 숨기고 살아가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10%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태국에서는 장애인을 '누군가가 도와야하는 대상', 또는 '집에만 있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어요. 다행히도 요즘은 장애인도 국민의 한 사람이라는 인식으로,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는 쪽으로 바뀌고 있지만요."

장애인에 대한 각종 정책들도 국가가 아닌, 장애인 관련 단체의 주도로 논의되고,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는 청주의 '해피콜'이나, 대구의 '두리발'과 같은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들이 많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지만, 정책이 모든 것은 아니라고 했다.

장애인 스스로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 그는 "장애인들이 비장애인에 의해 움직이는 게 아니라, 장애인들이 자립 의지를 갖고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세계여행에서 얻은 깨달음 나누며 살고 싶어요"

'자립 의지'를 가지고 제주까지 오게 된 심찐다에게는 꿈이 있다.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우선 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고 싶어요. 지금 하고 있는 세계 여행이 끝난 뒤에는 많은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세계 여행에서 얻은 깨달음을 다른 장애인들에게 나누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또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도 내비쳤다.

이날 자리를 함께 한 박주희 의원은 "심찐다의 모습 자체가 장애인들에게 거울이 되는 것 같다"며 "끝까지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심찐다는 도의회에서 제주장애인인권포럼으로 자리를 옮겨 장애인 정책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앞으로도 장애인시설을 견학하고 장애인복지관, 서귀포 온성학교 등을 둘러 보면서 장애인의 '자립 의지'를 알릴 계획이다.

그의 세계 여행기가 장애라는 마음의 짐을 가진 채 살아가고 있는 많은 장애인들에게 한줄기 희망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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