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배짱이, 제대로 구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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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배짱이, 제대로 구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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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무기계약직 공무원 근무평가에 따른 우려

제주특별자치도가 오는 9월부터 '무기 계약직'에 대한 근무실적 평가를 실시키로 하면서 가뜩이나 서러움을 받던 무기계약직 공무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이번 평가대상은 2252명. 정규직 공무원의 46.1%다.

이번 근무실적 평가 도입은 이처럼 무기 계약직이 '많다'는데서 기인했다. 46.1%라는 비율은 전국 평균인 16.1%보다 3배 정도 높은 비율이다.

무기 계약직 비중이 높은 반면, 지금까지 아무런 평가제도가 없어 방만한 인사 운영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에 제주자치도는 무기 계약직 대상 근무실적 평가제도를 도입, 인사 운영에 효율성을 기하기로 했다.

근무실적 평가는 공영버스 운전원인 경우 시민모니터링 평가실적 70%를 반영하고, 개인별 직무수행 태도는 30%가 반영된다.

환경미화원이나 청소차량 운전원인 경우 행정시에서 평가하는 읍면동별 종합평가 결과가 70% 반영된다. 일반사무 등 7개 직종에 대해서는 업무실적 70%와 근무 수행태도 30%가 반영돼 해마다 우수 근무자를 선발하게 된다.

평가 결과, 상위 2%에 대해서는 '모범 근무수당'을 지급하고, 각종 시찰 시 우선권을 주는 등 각종 인센티브가 부여된다.

반면, 최하위 2% 등 업무수행 능력이 부족한 경우에 대해서는 재교육이 실시된다.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무기 계약직 전환 시 근무실적 평가 결과를 반영해 전환 여부가 결정된다.

무기 계약직에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해 인사 운영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게 이번 평가의 주된 목적으로 풀이된다. 

방만한 인사 운영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시도는 타당성 있어 보이지만,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할 과제가 남아 있는 듯 보인다.

우선 무기 계약직 가운데 '업무를 맡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려내는 일이다. 제주도청에 근무하는 무기 계약직 A씨는 "부서별로 업무가 주어지지 않은 무기 계약직이 한 두명은 꼭 있다"고 귀뜸했다.

대외적으로는 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내부적으로 살펴보면 특별히 맡은 업무가 없는 무기 계약직도 다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무가 많은 부서'의 무기 계약직과, 비교적 '적은 부서'의 경우도 구분할 필요성이 있다. 다른 양의 근무를 한 사람에게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해서는 제대로운 평가 결과를 얻기 어렵다.

따라서 업무를 '맡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업무가 '많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대해 '개인별 직무수행 태도'나 '업무실적' 등의 똑같은 평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평가의 공정성을 상실할 우려가 크다.

공직사회 내부에서는 이번 평가가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객관적인 평가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이번 평가를 통해 억울한 개미가 발생하는, 또는 배짱이가 횡재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이번 근무실적 평가 도입의 취지를 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 무기계약직에 대한 평가가 구조조정의 시발점으로 삼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진정 인사운영의 효율성을 기할 목적이라면 제대로운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엄정한 잣대 속에 평가가 이뤄져야 인사반영에 있어 수긍이 이뤄질 것이다. 한가지 중요한 것은 이번 평가는 어디까지나 인사운영의 효율성 측면이라는 점에 맞춰져야 한다. 만일 이 평가결과를 토대로 해 구조조정을 한다면 목적을 숨긴채 '뒤통수'를 치는 것에 다름없다.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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