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비 주겠다며 계속 때릴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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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비 주겠다며 계속 때릴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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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해군기지 주변지역발전계획과 도지사의 결단

1년여간의 기다림 끝에 제주특별법이 국회를 통과되면서, 제주해군기지 주변지역발전계획 수립에 관한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번에 통과된 제주특별법(제155조)에서는 제주해군기지 주변지역의 지원근거를 담고 있다. 바로 이 규정에 따라 주변지역 발전계획을 수립하려는 것이다.

제주도당국은 이미 지난달 15일 제주도의회 해군기지 갈등해소특별위원회에 이미 주변지역발전계획 수립 로드맵을 보고했다. 로드맵을 보면 발전계획 수립과정은 매우 타이트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10일쯤 용역에 착수해 9월10일까지 그 결과물을 내놓고 10월 중 정부에 제출해 12월 최종 확정시킨다는 목표다.

발전계획은 대상공간을 강정마을에 국한하지 않고 서귀포시 전체 면적인 870㎢로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계획으로 짜여진다. 용역보고서가 확정되기 전인 6월 이전에 우선적으로 추진할 사업을 발굴해 내년 정부예산안에 반영시킨다는 복안이다.

아직 과업지시서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큰 틀에서 △지역주민의 경제적 이익 창출 △지역과 해군기지의 협력적 연계 △친환경 생태마을 조성 △국비 확보를 위한 실천적 지역사업 발굴 등 4가지 방향이 제시됐다.

서귀포시 전체를 대상으로 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방향의 계획이 제시된다는 점에서 산남지역 주민들의 입장에선 귀가 솔깃할 수 있다.

그러나 주변지역발전계획의 수립이라는 새로운 팩트가 어떤 변곡점이 될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작 당사자 마을인 강정마을회를 중심으로 해 발전계획 수립에 관한 논의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정마을회는 지난달 18일 제주특별자치도가 강정마을에 요청한 '민.군복합형관광미항 주변지역 발전계획 과업지시서 작성에 따른 의견 수렴'에 대한 공문회신에서 공식적으로 거부의사를 밝혔다.

그동안 해군기지 반대를 해온 것이 발전계획 때문이 아니라며, 지금은 이 문제를 논의할 때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해군기지 건설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국가안보상 반드시 필요하고, △입지선정이 적정해야 하며, △민주적이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들어와야 하고, △정당한 보상이 있어야 하나 지금 시점에서는 그 어느 하나에도 해당되지 않아 정당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영화평론가 양윤모씨의 구속사태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단식투쟁은 강정주민들을 더욱 분노케 하는 양상이다.

문제는 논의자체를 거부한 강정마을회의 완강한 입장을 어떻게 설득해 주변지역발전계획 수립 논의를 해 나갈 것이냐 하는 점이다.

물론 발전계획이 서귀포시 전체 면적을 대상공간으로 한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논의의 핵심당사자는 응당 강정마을이다. 그렇다면 '주체'가 빠진 상황에서 발전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그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그동안 강정마을회가 격앙됐던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최초 입지선정과정의 의견수렴 과정에서의 문제였던 것인 만큼 강정마을회가 빠진 상황에서 발전계획 수립하는 것은 갈등을 더욱 악화시킬 개연성이 크다.

첫 단추를 잘 꿰는 것이 중요하다. 그 첫 단추는 강정마을회의 참여 속에 과업지시서를 확정시키는 일이다.

이제 제주도당국이 해야 할 중요한 선택이 남아있다. 현재 강행되고 있는 해군기지 공사를 중단시킬 것이냐, 그렇지 않을 것이냐의 선택이다.

강정마을회가 한결같이 요구하는 것은 바로 공사중단이었다. 도의회에서 제안한 것처럼 최소 용역이 끝나는 9월까지만이라도 한시적으로 공사를 중단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비록 그 결정권한이 제주도에 없다고는 하지만, 강정마을회를 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도지사가 대승적 차원의 결단을 내려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강정마을은 이미 공동체가 무너질대로 무너지고, 많은 상처를 받았다. 오랜 시간 울부짖고 항거를 해 왔다. 본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없이 지원계획 하나로 마을공동체를 회복시키고 상처를 아물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강정마을회의 대도민 호소문에 적시한 내용처럼, 지원계획으로 달래려는 것은 '왜 때리냐'고 항의하자 '미안하다. 치료비는 주겠다'라고 말하면서 계속 때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첫 단추를 어떻게 꿰느냐에 따라 발전계획이 발전적 변곡점이 될 수도 있고,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기제가 될 수도 있다. 지금 결단을 내려야 한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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