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구가 열릴까, '헛바퀴'의 연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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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파구가 열릴까, '헛바퀴'의 연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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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해군기지 지역발전계획, '전환점'이 되기위한 전제

국무총리실 해군기지 지원협의회 출범과 함께, 제주특별자치도가 15일 제시한 해군기지 주변지역발전계획 수립 로드맵은 해군기지 갈등문제를 풀어나가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이번 제주자치도의 지역발전계획 수립 추진 로드맵의 제시는 그동안 '헛바퀴'만 돌았던 해군기지 논의를 한단계 진전시킬 수 있는 팩트를 던져줬다는데 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가 꼬일대로 꼬인 문제를 푸는 계기로 작용할지 여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국회에 계류 중인 제주특별법이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는 것을 가정해 수립한 이 로드맵은 5월10일부터 9월10일까지 계획수립을 위한 용역을 추진하고 10월 중 정부에 제출해 12월까지 최종 확정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역주민의 경제적 이익 창출, 지역과 해군기지의 협력적 연계, 친환경 생태마을 조성, 국비 확보를 위한 실천적 지역사업 발굴 등 4가지를 도모하는 방향으로 해 계획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발전계획 대상공간은 강정마을에 국한하지 않고 서귀포시 전체 면적인 870㎢로 확대한 것도 특징이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계획으로 짜여진다. 용역보고서가 확정되기 전인 6월 이전에 우선적으로 추진할 사업을 발굴해 내년 정부예산안에 반영시킨다는 복안이다.

이 로드맵 제시과정에서 특이한 것은 우근민 제주지사가 직접 참석하는 도민 대토론회를 갖겠다고 밝힌 대목이다. 제주자치도는 TV생방송으로 이뤄지는 도민대토론회를 갖고 우 지사가 2-3시간 동안 해군기지 용역과 관련해 토론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최근 강정마을회가 요구한 공개토론회를 수용하지 않은데 따른 좋지 않은 분위기를 감안한 대안의 성격이 짙다. 정부가 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입장을 모두 밝혔기 때문에 정부입장을 놓고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거절하면서 강정마을 분위기가 상당히 격앙돼 있는 점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3월까지 꽉 눌러져 있던 답답함이 4월 들어서는 어느정도 풀려나가는 모습이다. 물론 이 상황까지 진척시키는데에는 몇가지 계기가 있었다.

그 중에서 큰 줄기를 보자면, 하나는 2009년 처리됐던 도의회의 절대보전지역 해제동의안이 올해 3월에 다시 취소의결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강정마을 주민들이 다시 강경투쟁을 선언한 점과 영화평론가 양윤모씨의 구속사태 등이 정부와 제주자치도로 하여금 '피드백'을 하도록 압력을 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분명 뭔가 논의의 진척이 이뤄지는 것 같기는 하다. 그동안 나오지 않았던 정부 입장표명, 그리고 지역발전계획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 제시 등등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직 어느 것 하나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란 점이다.

제주자치도의 입장에서는 지역발전계획 수립 로드맵 제시를 계기로 해 해군기지 갈등문제의 논점을 바꿔놓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즉, 이전까지의 흐름에서는 논란의 핵심이 해군기지를 받아들일 것이냐, 말 것이냐를 놓고 다퉈 왔다면, 앞으로는 해군기지 정책결정을 수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 정부에 어떤 지원을 요구할 것인가로 의제의 전환을 시켰으면 하는 기대가 다분히 보인다는 것이다.

해군기지 논의의 의제전환은 과연 가능할까.

전체적인 도민사회 여론을 환기시키는데 있어 지역발전계획 수립은 중요한 변수임에 분명하다.

사실 해군기지를 찬성하는 입장을 가진 측은 그렇다하더라도, 유보적이거나 반대하는 측에서도 정부의 확실한 지원의지가 없는데 비토해 왔다.

이런 점을 놓고 보면 지역발전계획을 잘 수립하는 방향으로 해 갈등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않게 나올 것이란 예상을 할 수 있다.

문제는 당사자인 강정마을 주민들이 지역발전계획 수립 논의를 받아들이겠느냐 하는 것이다.

결론은 한마디로 부정적이다.

강정마을회가 로드맵 제시 후 발표한 성명의 내용만 흝어봐도 이점은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는 공사가 중단되지 않는 한 어떠한 형태의 발전계획 논의에도 결코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하게 천명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해군기지 공사를 중단시키지 않는 한 지역발전계획 수립논의에 강정마을 주민들이 참여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발전계획 수립 용역 착수에 즈음한 우 지사의 TV 토론회에 대해서도, '공사중단'을 조건으로 해 환영의사를 밝히고 있다.

공사를 중단시키지 않는한 TV토론회나 발전계획 수립 논의에 일체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도의회도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기에 "최소 용역이 완료되는 9월까지만이라도 공사를 일시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강정주민들은 해군기지 건설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국가안보상 반드시 필요하고 △입지선정이 적정해야 하며 △민주적이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들어와야 하고 △정당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그 어느 하나에도 해당되지 않아 정당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국무총리 등이 직접 나서 '지원문제'를 얘기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순번이 바뀌었음을 꼬집는다.

때려놓고 '왜 때리냐'고 항의하자 '미안하다. 치료비는 주겠다'라고 말하면서 계속 때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수년간 이뤄져온 절차적 문제의 잘못 등으로 인해 마을 공동체를 파괴해 놓은 상황에서, 공사중단 혹은 원점에서 재검토 등의 요구를 수용함이 없이 '지원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매값'에 다름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번 지역발전계획 수립 로드맵의 제시는 도민사회에 새로운 논의의 장을 제공할 수는 있다 하더라도, 당사자인 강정마을 주민들을 직접적으로 설득시키는데는 분명 한계가 존재하고 있다.

로드맵 제시가 새로운 논의의 장을 열게 하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갈등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안되는 '헛바퀴'로 전락해 버릴 수도 있다.

현 상황에서 로드맵 제시에 따른 효과를 기대하려 한다면, 최소 일정기간만이라도 공사를 중단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도의회와 강정마을 주민들의 한결같은 요구가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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