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46용사의 遺志를 받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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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46용사의 遺志를 받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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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홍준호 해군제주방어사령부 상병

홍준호 해군제주방어사령부 상병. <헤드라인제주>
“내가 몇 놈이나 죽였을까? 아마 내가 쏜 총엔 한 놈도 안 죽었을 거야. 그런데 저놈들이 나를 쐈어.....”

이만희 감독의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이라는 영화에서 한 병사가 죽어가면서 남기는 위의 대사는 실로 심금을 울린다. 한 해병이 큰 결심을 하고 국방을 위해 죽음의 문턱에 섰으나 결국 마지막엔 스스로를 구원하려다 산화하고 마는, 처절한 외침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3월 26일 21시 22분경 우리 해군의 초계함인 천안함이 백령도 해상에서 침몰했다. 북한제 어뢰가 천안함의 허리를 두 동강낸 것이었다. 칠흑 같은 어둠과 혹한 속에서 104명의 승조원 중 46명의 용사가 선체와 함께 바다로 사라져갔다.

그 참혹한 소식을 해군병 훈련소에서 처음 들었다. 나는 마음속에 피어나는 두려움을 감당하지 못한 채 떨어야만 했다. 그 당시 나는 우리 해군의 전우들이 적탄에 희생되었다는데 대한 분노와 군인으로서의 의무감보다 나 자신 역시 그렇게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나는 그들을 위해 분노하고 슬퍼할 수 있는 기본적인 염치조차 없었다.

이후 8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실무부대에 배치되어 해군병으로 열심히 주어진 임무를 수행했다. 해군3함대 사령부, 합동참모본부, 육군 2작전사령부, 그리고 제주방어사령부. 이렇게 나도 어엿한 대한민국 해군용사가 되었다.

지금 군인으로서 다시 생각해보면 천안함의 용사들은 실로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마치 일상을 살아가는 자연인처럼 언제나 그랬다는 듯 군함을 타고 바다로 나아가 북한군의 조준된 미사일과 포, 어뢰 앞에서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조국의 바다를 지켰기 때문이다.

대단히 무거운 책임감을 일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을 만나 그 정신을 배우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용사들이 돌아오지 않은지 이제 1년. 나는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용사들이 없는 자리, 그들의 유지(遺志)를 우리가 이어가야만 한다. 조국의 바다를 수호하다 숭고하게 자신의 몸을 희생한 천안함 46용사의 명복을 빈다. 또다시 적이 우리 바다와 전우를 넘본다면, 그 자리가 적의 무덤이 될 것이다.

<홍준호 해군제주방어사령부 상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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