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 지하수 증산허용 중단해야
상태바
민간기업 지하수 증산허용 중단해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한영조 제주경실련 사무처장

한영조 제주경실련 사무처장.<헤드라인제주>
민선5기가 들어서면서 제주 지하수 관리정책이 전면적으로 뒤바뀌고 있다. 우근민 도정은 제주 지하수 개발을 민간 기업에 대폭 확대 허용하고 있다.

지난 도정 때에서는 이를 철저히 규제했던 중요한 정책이 도지사가 바뀌면서 거꾸로 가고 있다. ‘지하수 공수화 개념’은 내팽긴 채 민간 기업을 감싸는 도정의 모습에서 누구를 위한 행정기관인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이런 사실들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올해 초 제주자치도가 주최한 물산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있었다. 이에 초청받은 모 대학 교수는 제주 물 브랜드화가 시급하고 이의 선행조건으로 민간기업의 진입장벽을 허물기 위해서는 법적 규제부터 완화할 필요성이 있음을 제기했다. 행정 입맛에 맞는 교수를 불러 들러리를 세운 꼴이다.

또한 올해 1월 18일에는 한국공항(주)가 제주자치도에 증산허용을 신청했다. 신청서를 접수한 제주자치도는 2달 만에 속전속결로 지하수관리위원회를 열었다. 지하수관리위원들은 한국공항(주)의 지하수 취수량을 대폭 확대하는 것에 동의했다. 월 3천 톤에서 9천 톤으로 3배나 늘려준 것이다. 참석 위원 10명 가운데 1명을 제외한 9명이 찬성했다. 관리위원 선정의 문제점마저 드러나는 대목이다.

특히 지하수관리 기본조례를 보면 지하수 개발·이용허가는 2년마다 받도록 돼 있다. 즉 먹는 샘물을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기업은 허가 기간 만료일 180일~30일 전에 재허가 신청을 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현재 한국공항이 허가 받은 기간은 2011년 11월 24일까지다. 아직도 8개월이나 남아 있다. 이처럼 허가 만료기간이 한참 남았는데도 제주자치도는 조례규정을 어기면서 앞 다퉈 증산허가를 내주려 하고 있다.

더욱이 조례 규정에는 도민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을 경우에는 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런데 제주자치도는 도민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대한 여론조사 등 개관적인 자료제시가 없다. 단지 월 9천 톤을 뽑더라도 지하수위 변화는 미미하다는 한국공항(주)이 분석한 ‘지하수영향조사보고서’만을 믿고 증산허가를 결정하고 있다. 객관성을 잃은 제주자치도정의 판단이 아닐 수 없다.

제주자치도는 이의 증산 허용에 앞서 제주 지하수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시되고 있다. 제주 지하수는 제주도민들이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유일한 생명수이며 대체가 불가능한 공공재다. 또한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로 저장량이 감소하면서 양적·질적으로 매우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 그래서 제주 지하수는 민간 기업이 독점할 수 없는 재화다.

그런데 만약 제주자치도가 일개 민간 기업에게 독점적 증산을 허용해 준다면 앞으로 중대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우선 한국공항의 제주 지하수 독점화가 가속화되면서 지하수 고갈 심화와 가격 왜곡, 그리고 개발공사의 ‘삼다수 시장’까지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도민들은 비싼 돈을 지불하면서 그 물을 다시 사 먹어야 한다. 물 자원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다.

특히 한국공항(주)은 이번을 계기로 해외 프리미엄 생수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내수에 집중했던 한국공항 판매시장이 세계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전환점이 된다. 한국공항의 야심찬 지하수 판매 전략이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 도정은 한국공항 수익창출 확대를 위해 유독 헌신적이다. 이에 따른 부작용은 도민들이 떠안아야 한다는 사실에도 아랑 곳 없이 말이다.

제주 지하수는 그렇게 간단하게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 허가 권한을 가진 도지사의 합리적이고 신중한 판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도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재로서의 제주 지하수, 즉 ‘공수개념’을 철저하게 준수해야 한다. 만약 도지사가 이를 지켜주지 않는다면 도민들이 나서 지킬 수밖에 없다. 우리의 재산을 도지사에게 맡겨서는 위험하기 때문이다.

<한영조 제주경실련 사무처장>

#외부원고인 기고는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