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실세·측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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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실세·측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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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임창준 / 세계일보 편집부국장

▶민선 A지사 시절, 도지사 측근인 B과장은 의회사무처장인 모씨가 공.사적으로 도지사를 독대하려고 하면 도지사 비서실에 시켜 그를 철저히 차단했다. 모씨는 의회 돌아가는 내용이나 정보들을 도지사에게 보고하려던 참이었지만 실세측근의 이같은 행보로 그는 도지사를 거의 만나지 못했다.

▶의회 사무처 고위간부는 사무처 공무원 전원을 매월 첫 월요일에 도지사가 도청에서 주재하는 도청 직원회의에 참석시켰다. 의회와 도(집행부)는 독립하며 상호 견제하는 기관인데 의회 공무원이 왜 도청회의에 참석해야하나. 의원들이 “도지사에게 의회 간부가 한 건 잘 보이려고 했다”며 성토해 이후 이런 일은 없어졌다.   

▶그 지사 시절, 도청의 한 실세는 5천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개경쟁입찰을 해야 하는데, 1억원 가량 드는 공사를 발주하면서 공사를 2개로 쪼개, 특정업자에게 4900만원 가량으로 수의계약 발주 체결했다.

▶B지사 시절, 요직에 있던 한 중견간부는 한 지역 언론사 출입기자가 취재하는 앞에서 책상을 손바닥으로 쾅쾅치며 폭언했다. 직원들이 이런 광경을 보고 놀랐다. 그는 도의원에게도 폭언을 해댔다. 이럴 정도니 다른 공무원이나 주민에겐 어쨌을까.

▶C지사가 신뢰하는 측근인 모 사무관 등은 국.과장들의 지시도 받지 않은 채 민간단체 지원금액을 거의 맘대로 책정했다. 보조. 융자지원 대상자 선정도 독자적으로 정했다. 소속 국.과장은 물론 부지사도 이들 계장급에게 이의를 걸거나 아무런 소리를 하지 않고 이 계(係)를 아예 독립된 특별계로 취급했다. 심지어 국. 과장은 오히려 이들에게 저녁 술파티를 베푸는 등 잘 보이려고 애썼다.

▶동료 사무관이 한 중견간부 실세와 저녁식사를 한후 그의 집에 놀러갔을 때, 겨우 초등학교 5학년생인 그의 아들은 방문한 손님(사무관)에게 "선거때 ○○○ 도지사를 찍어야 한다"고 말해 그 직원을 놀라게 했다,

▶선거때 D지사 후보를 적극 운동한 아들은 아버지가 승진이 안 되자 여기에 불만, 낮술을 마신 채 도지사 비서실을 찾아 탁자를 쾅쾅 내려치며 도지사 나오라고 항의해 비서진이 이를 말리느라 애먹었다. 얼마없어 그의 아버지는 승진됨은 물론 좋은 보직까지 받았고 정년퇴직후엔 도 산하의 좋은자리에까지 올랐다.

오랫동안 관가를 출입하며 취재한 필자가 도지사 측근들이 벌인 기괴한 행동을 몇가지 적어봤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있지만 기억조차 하기 싫어 오늘은 이 정도만 적는다.

#우근민 지사의 색다른 경고에 관심

“실세가 건방지면 상관도 우습게 보이고 조직도 엉성하게 돼 결국 도민들의 눈에는 도정이 아무리 잘해도 못하는 것처럼 비쳐진다.”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최근 직원회의에서 시중에서 도지사 측근 실세들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며 이렇게 일침을 놔 화제가 되고 있다. 6년만에 도지사에 복귀한 그가 도청과 시청의 요직과, 개방형 직위는 물론 도 산하 기관단체장에 대부분 그의 사람들을 임명한 건 주지의 사실이다.

심지어 봉사단체의 장에도 선거공신들이 들어갔다. 금명간 컨벤션센터 이사장 등 몇 개의 자리에도 도백 측근이 임명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나온 말이어서 더욱 관심을 끈다. 결국 우지사가 실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민선 이후 어느 도지사 시절에도 실세 관료나 측근이 존재해온 것은 사실이다. 이들은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막강한 파워를 발휘했다. 자신과 높은사람의 호. 불호에 따라 맘에 드는 공무원들을 요소요소에 배치하고 승진도 시켰다.
 
도지사가 바뀌면 그 이전 실세는 밭두렁 한직으로 내몰리는 게 일반화됐다. 실세‘(實勢)’가 실세(‘失勢’)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공직내부에서 도지사는 물론 실세나 선거운동 참모로 뛰었던 민간인사의 눈에 잘못들면 승진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했다.

실세나 측근 옆에 끼지 못한 공직자들은 4년후를 기약하며 자신의 못난 처세술과 신세를 한탄하고... 일부 눈치빠른 공무원이나 도 산하 주변 사회단체장(기관장) 등 한자리를 노리는 사람들은 이런 틈바구니에서 선거를 앞두고 유력 후보 측근 양쪽에 양다리를 걸쳐 잽싸게 단단한 ‘안전장치’를 확보하기도 했다.


우지사가 이번 실세들을 겨냥해 경거망동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한 것은 의미가 크다. 물론 역대 도지사의 실세. 측근 가운데서도 비교적 합리적 사고와 공평한 업무처리로 귀감이 된 이들도 더러 있다.

특정후보 운동을 적극적으로 해 그 후보가 당선되면 충신이 되고, 패배하면 역적이 됐다. 4년에 한번 꼴로 좁디좁은 제주의 공직사회, 유지사회도 적군과 아군 - 피아(彼我)의 개념이 생겨났고 편가르기가 횡행했다. 관선 단체장 시절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선거로 인한 이런 기현상이 전국 다른 지역에도 발생하지만, 유독 제주지역처럼 극성을 부리는 지역은 없다.

# BSC 평가제도 엄격히 작동한다면...

대통령이나 도지사가 임기동안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일해 자신의 업적을 평가받으려는 미국의 ‘스포일 시스템’(Spoil System, 엽관주의) 인사의 장점을 모르는 게 아니다. 하지만 정무직이나 개방형 직위 말고도 일반 공무원에게까지 이런 엽관제 인사나 편가르기 인사를 한다면 그 지역의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

임창준 / 세계일보 편집부국장
이참에 중요한 일은 공무원과 산하단체장의 업무를 보다 공정. 객관적으로 엄정하게 평가하는 ‘성과관리시스템’(BSC-Balanced ScoreCard)을 제대로 작동, 이 결과에 따라 인사를 하는 것이다. 현재 제주도청 안에도 이런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있지만 그 역할은 미미하다. 이 제도가 잘만 작동된다면 실세니 측근이니 하는 말도 많이 사라지게 될 터.

경기도는 이 제도를 잘 작동해 도지사 측근 인물의 입지가 좁아지고 김문수 경기도 지사 인기도(지지도)가 크게 올라갔다는 언론보도가 며칠전 나왔다.
 
어쨌든 여러 요직을 꿰찬 측근. 실세들이 과연 어떤 업무성과를 낼지 도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그들이 후일 ‘선거 패거리’ 또는 ‘실세’가 아닌 ‘일거리 집단’이였다는 좋은 평가와 함께 ‘인사의 달인(達人)- 우근민’ 이란 말이 나오길 고대하면서... <임창준 / 세계일보 편집부국장>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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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 2011-02-17 10:54:58 | 222.***.***.116
도지사 주변실세들의 역겨윤 일과 횡포가 막 드러나는군. 잘들 하세요

관전자 2011-02-18 11:25:36 | 59.***.***.23
막덜 해먹어라. 잡상인덜,선거운동해주고 자리 하나받겠다는건 장사꾼심뽀.도지사옆에 온통 잡상인덜만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