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장사 안하냐고?...남는게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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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장사 안하냐고?...남는게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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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겨울철 별미 '붕어빵'...어려운 여건 속 장사포기 늘어
가스-재료비 오르고 따뜻한 날씨에 손님은 줄고..."어쩌라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길거리에는 다양한 먹거리를 판매하는 노점상이 곳곳에 들어선다. 달콤한 호떡과 따끈한 어묵...그리고 겨울철 하면 생각나는 대표적인 국민간식 '붕어빵'이 판매되기 시작한다.

바삭하면서 쫄깃한 붕어빵을 깨물면 입안에 은은히 퍼지는 단팥의 단맛. 은근히 중독성 있는 이 맛 때문에 붕어빵은 겨울철 대표적인 길거리 간식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최근 이런 붕어빵을 판매하는 노점상들을 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예전같으면 골목골목마다 자리를 잡았던 붕어빵 노점들이 이제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나 큰 도로변이 아니면 찾아볼 수가 없다.

손님이 붕어빵을 사기 위해 노점을 찾자 붕어빵을 굽는 손놀림이 분주해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붕어빵 3마리에 1000원...선뜻 손이 안가네요"

사람들은 '붕어빵은 저렴한 간식'이라는 생각 때문에 최근 3마리에 1000원에 판매되는 붕어빵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고 한다.

2년전만 하더라도 붕어빵은 대부분 4개에 1000원에 판매됐으며, 5마리에 1000원에 판매되는 곳도 많았다. 한마리에 200원꼴인 것이다. 당시 붕어빵을 10마리를 사가더라도 2000원 밖에 안돼 가족들과 함께 가벼운 간식으로 먹기에 부담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붕어빵 재료비와 가스값 등이 오르면서 붕어빵이 3마리에 1000원대로 올랐고, 10마리를 사가려고 해도 3000원을 넘게 내야한다. 생각하면 크게 비싸진 것은 아니지만 경제한파로 인해 가벼워진 지갑과 '붕어빵은 저렴한 간식'이라는 인식이 체감적인 붕어빵 가격을 비싸게 만들고 있다.

제주시 이도2동에 거주하는 김모 씨(28, 여)는 "예전에 5마리에 1000원할때는 길가다가 잘 사먹곤 했는데 최근에는 별로 붕어빵을 사먹은 기억이 없는 것 같다"면서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딱히 비싸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솔직히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 "곳곳에 들어선 편의점...어묵까지 파는데 버틸 수 있나"

붕어빵 장사를 포기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최근 급속하게 늘어가고 있는 편의점이다.

최근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형태로 편의점이 생길 정도로 제주도내 편의점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들 편의점은 24시간 운영하면서 다양한 상품을 팔고 있었고, 그 중에는 다양한 간식도 있다.

붕어빵을 파는 노점 뒤로 편의점의 모습이 보인다. 최근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고 있는 편의점들이 붕어빵 판매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겨울철 대표간식 붕어빵. <헤드라인제주>
붕어빵과 함께 겨울철 별미로 불리는 '호빵'을 비롯해 샌드위치와 햄버거, 심지어 피자까지 판매하는 등 어린 학생들이 선호하는 다양한 음식이 판매되고 있으며, 빵을 구워서 판매하는 편의점도 있을 정도이다. 최근에는 편의점에서 노점상들의 단골매뉴인 어묵을 국물과 함께 판매하는 곳도 생겼다.

올해로 2년째 붕어빵 장사를 하고 있다는 강모 씨(42, 여)는 "재료비는 눈에 띄게 오른 것은 없는데 가스비가 올라서 좀 부담이 된다"며 "준비해 준 재료를 모두 팔지 않으면 본전치기도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강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노점 바로 옆에 생긴 편의점 때문에 손님이 급격하게 줄었다고 한다.

그는 "내가 이 자리에서 2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데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손님이 많이 줄었다"면서 "최근 날씨가 따뜻한 탓도 있겠지만 가게 바로 옆에 편의점이 생기고, 또 거기서 20m만 가면 또 편의점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사가 되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편의점에서는 김밥에 샌드위치에 햄버거에 요즘에는 빵과 피자도 팔더라. 정말 없는게 없을 정도로 많은 음식을 팔고 있는데 붕어빵이 눈에 들어 오겠냐? 대부분 편의점으로 몰려가지... 심지어 어떤 편의점에서는 어묵을 파는 곳도 있더라. 이런 노점상을 찾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따뜻한 어묵국물인데 그 손님들마저 편의점에 빼앗겨버리니...장사하기 정말 힘들다."

#. "붕어빵 장사 힘들어지는데 날씨도 도와주질 않네요"

매년 겨울철만 되면 붕어빵 장사를 하고 있다는 김모 씨(20). 가족들과 함께 학생때부터 붕어빵 장사를 하면서 올해로 4년차가 된 베테랑이다. 그런 그도 올해는 장사가 참 힘들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제주시 연동에 노점을 차려 장사를 했다는 김씨.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라 그런지 하루 16시간가량 쉬지않고 계속 붕어빵을 구워팔면서 하루 10만원, 최고 20만원까지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붕어빵을 팔고 있는 노점. 최근 이런 노점들이 많이 사라져 유동인구가 많은 큰 도로변이 아니면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헤드라인제주>
그러나 당시 하루종일 서 있어야 했고, 붕어빵 불판에서 나오는 열기 때문에 상체는 따뜻했지만 노점 주변에 쳐놓은 천막 아래로 파고드는 찬바람에 의해 하체는 동상에 걸릴 듯이 추워 겨울 내내 감기가 떨어지지 않는 등 심하게 고생해 올해는 용담쪽으로 자리를 옮겨 노점이 아닌 조그마한 가게를 마련했다.

지난해와는 다르게 점포비를 내야하기 때문에 붕어빵 재료비를 줄이기 위해 직접 반죽과 단팥소를 준비하고 붕어빵 반죽에는 쌀가루까지 넣어 고소한 맛을 추가하는 등 많은 준비를 했지만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손님들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해까지는 반죽과 팥을 사다가 썼는데 올해는 가게세도 내야하고 조금이라도 부담을 줄여볼까 해서 직접 반죽을 준비하고 있고, 직접 반죽을 만드는 만큼 다른 곳과는 차별화된 맛을 내기위해 쌀가루를 섞어 반죽을 만들었어요. 근데 지난해와는 다르게 올해는 날씨가 따뜻하고 변덕스럽기까지 해서 손님들이 전혀 오질 않아요. 붕어빵은 좀 추워야 팔리는데...올해는 자리를 옮겼기 때문에 빨리 단골손님을 잡아야 하는데..."

그래도 버스정류장 옆에 위치한 가게 때문에 지나가며 붕어빵을 사가는 손님들 덕에 아직까지 큰 부담은 없다는 김씨. 하지만 손님이 없는 추세가 이어진다면 가게를 접어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재료비와 가스비 등만 충당하면 됐기 때문에 장사가 좀 안되더라도 큰 걱정은 없었는데, 올해는 가게세를 내야해서 부담이 좀 있다"며 "이제라도 날씨가 추워져서 손님이 늘면 모를까,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올해는 장사를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다양한 변수와 변덕스런 날씨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힘겹게 장사를 이어가고 있는 이들. 12월을 맞아 본격적인 겨울추위가 시작돼 조금이나마 손님이 늘기를 바라며 다시 바쁘게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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