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人제주] (11) 스페인 '브루마스터' 보리스 데 메조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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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人제주] (11) 스페인 '브루마스터' 보리스 데 메조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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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응원전, 열대야, 치킨, "카~"하는 탄성, 보리 등등. 이들로부터 연관되는 단어를 하나 꼽으라면? '맥주'를 들 수 있겠다.

2010남아공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선전에 맥주 업계 매출이 급증했고, 열대야에 잠못 이루는 사람들에게는 맥주가 친구가 되어주곤 한다.

치킨과는 떼어놓을 수 없는 짝꿍이고, 한 모금 마신 뒤 "카~"하는 탄성은 광고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보리 맥(麥)자를 써서 맥주라고 불리는 이 술은 말 그대로 보리가 주 원료다. '제주 보리 맥주'는? 제주에서 나는 보리를 주 원료로 한다.

이 맥주로 제주인들의,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겠다는 맥주양조기술자(브루마스터) 보리스 데 메조네스(49, 스페인)를 만나봤다.

보리스 데 메조네스. <헤드라인제주>

보리스는 집에서 손수 만든 맥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이 호프집의 이름은 '보리스 브루어리'. 제주시 연삼로변에 위치해 있다.

"맥주 원료인 보리를 외국에서 들여오면 267%의 세금을 물어야 합니다. 어마어마한 액수죠. 그런데 제주 보리를 이용하면 세금을 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제주 보리로 맥주를 만들게 됐습니다."

부산에도 이와 비슷한 형태의 호프집이 있었는데, 그 업소가 문을 닫자 보리스는 그 곳의 장비를 제주로 들여왔다.

그 후, 장비들을 손수 설치해 지금의 '보리스 브루어리'를 탄생시켰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오늘날 보리스표 '제주 보리 맥주'가 탄생했다.

"제가 만든 맥주로 전세계의 맥주들이 경쟁을 펼치는 '맥주 월드컵'에 나간 적이 있어요. 그 곳에서 '맥주의 맛과 향이 밸런스를 잘 맞췄다'는 평을 듣기도 했죠."

이처럼 특별한 맥주 맛을 만들어낸 보리스지만, 처음부터 맥주 '전공'은 아니었다고.

# 경제학 전공에서 '맥주'로 전과한 사연은?

"원래 경제학을 공부했어요. 잉글랜드에 경제학을 공부하러 갔었고, 런던에서 뱅킹 시스템 브로커로 일했었죠. 거기서 자체적으로 맥주 제조 설비를 갖춰 고유의 제주 방법으로 맥주를 만드는 소규모 제조장인 '브루펍'을 접했어요. 고유의 재료를 가지고 맥주를 스스로 만들어 판매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 특히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에 관심이 쏠렸었죠."

그렇게 소규모 맥주 제조장인 '브루펍'에 관심을 갖게 된 보리스는 맥주 제조에 빠져들었고, 이윽고 맥주의 본고장 독일로 가게 됐다.

패기 하나로 맥주 제조계에 뛰어든 그는 보란듯이 1년 만에 맥주양조기술자, '브루마스터'의 영예를 안았다.

"보통, 독일인의 경우에도 10년의 양조 경력이 있어야만 전문 양조기술자가 될 수 있는 학위가 주어져요. 이처럼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고, 학교 측에서도 저의 학위 수여를 반신반의했었죠. 하지만 런던에 있을 때 공부했던 게 큰 도움이 됐었는지 1년 만에 성공했습니다."

사실 학교 측에서는 보리스에게 "당신을 받아들이긴 하겠지만, 당신이 학위를 딸 수 있다는 장담은 할 수 없다"고까지 말했다.

결과는? 전체 학생 중 4번째로 좋은 성적을 거둬 당당히 '브루마스터'가 됐다.

보리스 데 메조네스. <헤드라인제주>
보리스 데 메조네스. <헤드라인제주>

# '우연'이 맺어준 제주와의 인연...그리고 아내

이같이 쟁쟁한 실력을 갖춘 보리스가 왜 이 먼곳 제주까지 와서 제주 보리로 맥주를 만들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거기에는 여러가지 '우연'이 작용했다고. 그 중 첫번째 우연은 그의 아내 백금숙씨. 백씨는 독일 문학을 공부하기 위해 베를린에 왔다가 보리스를 만났다. 둘은 1~2년 간의 교제 후 스페인으로 가 아들 야스(6)를 낳았다.

두번째 우연은 백씨가 제주시 삼양에서 왔던 것이랄까. 아들은 낳은 뒤 제주로 돌아와야 했던 백씨 그리고 그와 함께 제주에 오고 싶었던 보리스는 뜻하지 않게 '유러피언 커미션'의 유학 제도를 접하게 됐다.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로 그들의 언어와 문화 등을 배울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가 있었어요. 1년 동안 한국으로 올 수 있던 사람은 10명. 단, 유럽 23~24개국에서 10명을 뽑던 것이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했죠. 하지만 그 10명 중 제가 속했어요. 굉장한 우연이죠?(웃음)"

'제주에 가서 너만의 맥주를 만들어라'는 식의 계시가 있었던 것일까? 그 때의 '우연'이 지금 보리스와 제주 보리와의 만남을 주선했고, 오늘날 제주 보리 맥주를 있게 했다.

# "제주 보리 맥주, 더 많은 사람에게 맛 보여 주고 싶어요."

보리스 데 메조네스. <헤드라인제주>
보리스와 뗄래야 뗄 수 없는 맥주. 그렇다면 그에게 있어 맥주란 무엇일까?

"사실 어릴때...13살때부터 맥주 맛을 배웠어요." 올해 49살인 그와 약 30년 넘게 함께해 온 맥주는 그에게 있어 최고의 '취미'다. 이제는 '직업'이 됐다.

"제가 맥주를 엄청 좋아하는데, 지금은 직업이자 취미가 됐네요. 지금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가 직업이자 취미로 삼은 '제주 보리 맥주'는 그가 보기에 충분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지금 보리스가 만든 맥주는 법에 저촉돼 상업적으로 판매될 수 없다. '몰래 마시는 술이 맛있다'고 했던가. 판매될 수는 없지만 '한 잔 마셔보라'며 건넸던 그의 맥주에는 그만의 철학과 열정이 담겨 있는 듯 했다. 맛도 훌륭했고.

"이 맥주는 바로 이곳,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습니다. 다른데서는 팔 수도, 맛볼 수도 없죠. 더 많은 사람에게, 제주 전역에 제가 만든 맥주를 알리고 맛보게 하고 싶어요."

그의 도전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조만간 밀로 만든 맥주(?)를 맛보여주겠노라는 보리스. 그의 다음 도전은 무슨 맛일지 궁금해진다. <헤드라인제주>

[세계人제주] 연재는...

   
조승원 기자
[세계人제주]은 국제자유도시 제주에 거주하거나 제주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의 활약상을 소개하며, 그들의 눈에 비친 제주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아직은 영어 인터뷰에 서툰 면이 있었지만, 그러한 과정에서 진솔하고 따뜻함이 오가는 커뮤니케이션이 있었습니다. 능수능란한 의사소통은 아닐지라도 그들에게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려는 시도가 매우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연재를 통하여 제주를 아끼고 사랑하는 외국인들의 이야기를, 또 직업전선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프로'다운 끼를 발휘하려는 그들의 얘기를 전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정말 제주를 사랑하고, 제주를 좋아하고, 제주에서 '의미있는' 일을 하는 외국인 분들을 알고 있는 독자여러분의 추천을 바랍니다.

기획연재 담당기자 조승원(사무실 064-727-1919, 010-2391-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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