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도정 첫 예산안 '기계적 삭감'의 엇갈린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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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도정 첫 예산안 '기계적 삭감'의 엇갈린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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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5기 우근민 제주도정이 처음으로 편성된 새해 본예산의 내용이 공개되자, 이에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세출예산 부분에서 파격적인 대대적인 감축이 이뤄진 것과 관련해, 무분별한 지원관행을 바로잡았다는 측면과 함께 콘텐츠가 빠진 '기계적 감축'이란 평이 그것이다.

도대체 예년과 올해 달라진 점이 무엇인데, 이처럼 파격적인 세출예산의 구조조정을 했을까?

지난 12일 제주특별자치도가 도의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을 보면 총액 규모는 일반회계 2조 3125억원, 특별회계 5428억원 등 2조 8553억원이다.

올해 2조7498억원에 비해 3.8% 증가한 규모다.

이는 정부의 내년 예산 증가율 5.7%, 그리고 한국은행이 추정한 소비자 물가상승률 3% 중반대 등을 감안할 때 미미한 수준이다.

#국고보조금 세입 정확한 것일까? '떡 줄 사람'의 마음은?

문제는 이 '3.8%'의 예산 증가율이라도 과연 예상했던 대로 모두 안정적으로 세입화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세입예산 중 국고보조금의 경우 의아스러운 면이 있다. 물론 지자체의 국고보조금 세입은 '가내시'를 중심으로 해 편성되는게 관례다.

그러나 이번에는 가내시 여부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1일 제주특별자치도가 발표한 정부예산안의 내년 중앙지원 예산 중 국고보조금 반영규모는 일반국고 4380억원, 광역특별회계 4020억원, 기금사업 1004억원 등 올해보다 3.5% 증가한 9404억원.

하지만 이번에 편성된 내년 예산안의 세입 중 국고보조금 액수는 9713억원으로 올해보다 6.8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한달사이 무려 3.4%포이트(약 300억원)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국고보조금을 무리하게 편성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아직 예산반영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2012 세계자연보전총회 관련 기반구축사업비로 지방비 부담액 170억원을 포함해 518억원이 계상됐다.

'떡줄 사람의 마음'이 확실히 표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내시' 없이 348억원을 세입으로 편성한 것이다.

물론 세입 부분은 국회 예산심의 결과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아직 적절했다 못했다 단정짓기는 힘든 상황이다.

#민간보조금, 행사지원금 모두 대폭적 '감액'

여기에 민선 5기 도정이 이번 예산편성의 또다른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대대적인 세출예산의 구조조정이다.

제주자치도는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계속사업은 완공위주의 투자를 해 나가는 방향으로 해 세출 사업비를 편성했다고 밝혔다.

예산편성 내역을 보면 우선 행정내부 조직운영 경상경비는 10-50% 정도 감액하고, 업무추진비는 편성기준액(28억4300만원)의 20%를 축소해 편성한 것이 눈에 띈다.

사회단체보조금은 편성기준액(41억2400만원)의 30%를 줄였다. 청사나 마을회관의 신축이나 증축 등의 자체사업에 대한 예산지원은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밝혔다.

민간보조금의 경우 올해 예산에 비해 30-50% 정도 삭감했다.

각종 스포츠대회 지원경비는 일률적으로 올해 지원됐던 예산의 50%를 삭감해 편성했다. 이에따라 올해 총 86억원이던 스포츠대회 경비는 내년 46억원으로 축소됐다.

그동안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각종 행사를 해왔던 민간단체에서는 그야말로 초비상이다.

#우 도정은 왜 단순한 '기계적 감축방식'을 택했을까?

민선 5기 도정은 재정상황이 매우 안좋기 때문에 세출예산에서 대대적인 감액편성이 불가피했음을 역설했다.

그러나 민간단체의 행사나 스포츠 행사 지원예산의 편성결과는 지난 10월1일 정례직원회의에서 우근민 제주지사가  했던 발언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우 지사는 민간행사에 지원되는 예산의 집행과정에서 "보조금을 꼬불쳐 놓는 사례"를 언급하며 "어느 동네에서 이벤트 하려고 하니까 행정기관에서 400만원을 지원해줬는데, 그 돈으로 무슨 행사를 하겠나?"라며 실효성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그의 발언은 민간행사에 돈을 지원해 주더라도 실효성 측면에서 검토가 이뤄져야 함을 강조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민간지원 예산편성은 '기계적 삭감' 방식으로 이뤄졌다. 각 행사의 내용에 대한 평가를 근거로 했다기 보다는 전년도 편성분을 갖고 50%, 30% 등으로 무조건 잘라 맞추는 방식을 택했다.

삭감된 규모면에서는 파격적이면서도 원칙은 매우 '단순한' 방법을 사용했다.

뭔가 제대로 된 검토 속에 행사의 실효성을 택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프로테이지만 대입시키며 싹뚝 싹뚝 자르다 보니 엇갈린 평가가 동시에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획일적 예산삭감에 따른 '오해'..."원칙과 기준" 명확히 해야

획일적 방법의 세출예산 편성 지침은 한편으로는 '초긴축' 의지를 이해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민간단체 '길 들이기' 차원이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오고 있다.

우 도정은 보다 입장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기계적이고 획일적 삭감방식은 도정운영의 유연성을 약화시키거나, 혹은 일관성 상실로 이어질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일률적인 프로테이지를 적용해 삭감하는 방식을 택했다가 불가피하게 이 '룰'을 적용시킬 수 없는 사례가 있을 때에는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스포츠행사는 일률적으로 50% 삭감했습니다."라는 설명으로는 부족한 점이 있다.

왜 삭감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즉, 재정상황이 어려우니까 일시적으로 그렇게 했다든지, 아니면 무분별한 지원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차원이라든지, 둘 중 어느 쪽인지 정확히 밝혀야 한다.

어려운 재정여건 속에서 '고통분담'을 호소하고자 하는 전자의 차원이라 하더라도, 원칙과 기준의 명확화는 필수적이다. 두번째 무분별한 지원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차원이라면 그 기준은 무엇이고 각 행사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도정에 대한 믿음이 더 커질 수 있고, 앞으로 있을 도의회 예산심의에서도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벌써부터 도의회 예산심의를 앞두고 음으로 양으로 행해지는 '예산 로비'의 부정적 결과를 차단하고자 한다면, 우 도정은 분명한 원칙과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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