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파문 '추경'으로 타협점?...'동상이몽' 속 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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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파문 '추경'으로 타협점?...'동상이몽' 속 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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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지 "'추경' 내라" 촉구...道 "추경협의 가능" 즉답
제주도 '삭감예산 조건없는 부활' 전제...'재의요구' 검토여전

사상 초유의 대규모 예산 삭감으로 제주도정과 의회가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조기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두 기관이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9일 오창수 감사위원장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해 '원포인트 임시회'를 열었던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이 개회사를 통해 조기 추경편성을 촉구하자, 제주도가 곧바로 "추경예산에 대해 협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즉답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구 의장은 이날 원희룡 도정에 격한 감정을 쏟아낸 후, "도민을 위한 해법은 이것 저것 따지지 마시고 추경을 내시는 방법임을 말씀드린다"면서, '조기 추경'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구 의장은 그동안 제주도가 '추경안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단호한 입장이 있었던 것을 들며, "도지사께서도 의회를 이번 기회에 반드시 넘어뜨리고 말겠다는 생각을 하시지 말기를 바라고, 또한 추경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누구를 통해서 말하는 것을 삼가하시기 바란다"고 힐책했다.

구 의장은 "그렇지 않고 언론플레이를 통해 갈등을 더욱 조장하고 의회를 공략하는 것은 '더 이상 공직을 수행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격한 표현을 썼다.

도의회에서 '조기 추경' 필요성은 전날 강경식 의원(무소속)과 위성곤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을 통해서도 제안됐다.

젊은그룹인 두 의원인 "도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예산파문 정말 부끄럽고 송구스럽습니다"면서 제주도로 하여금 '재의요구'가 아니라 '조건없는 추경과 의회 수용'을 제안했다.

구 의장은 자기반성 내지 도의회의 책임통감 부분은 없었지만, 일단 사태 수습방안으로 '추경 편성'에 동의하며 사실상 이를 제안한 것이다.

이에 제주도는 곧바로 입장을 내고, "예산 삭감에 따른 민생의 피해를 막고 예산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면 추가경정예산에 관한 협의를 시작할 수 있다"면서 추경안 편성을 수용할 수 있음을 밝혔다.

제주도는 "도와 도의회 양측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로지 도민만을 위한다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민생을 위해, 삭감된 예산은 조건 없이 부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동안의 관행에서 벗어나 엄격한 기준과 제도의 틀 내에서 법과 원칙에 기초한 예산 협의가 되기를 기대한다"면서 "예산으로 인해 도민들께 걱정을 끼쳐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도에서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표면적으로 보면 구 의장의 제안에 제주도가 즉각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삭감된 예산의 조건없는 부활'이란 상당한 전제가 깔려있다.

삭감된 예산의 조건없는 부활이 조기추경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면 굳이 '재의요구'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의회로 하여금 대규모 삭감의 잘못을 인정하라는 것에 다름없는 '재의요구'에 대해 제주도가 검토하고 있는 것은 법적규정과 감사원에서 시달된 지침 때문으로 전해졌다.

현행 지방자치법에서는 의회의 의결이 월권이거나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되면 지방자치단체장이 의결사항을 이송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이유를 붙여 재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회는 재의요구한 사항에 대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면 최초 의결안은 확정된다 이 경우 도지사는 대법원에 소(訴)를 제기할 수 있다.

반대로 도의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나오지 않아 부결될 경우 지난 의회가 의결한 예산안은 백지화되고 다시 재편성 수순을 밟게 된다.

그러나 이 재의요구는 의회의 '항복'을 얻어내는 것으로, 사실상 실현가능성이 희박해 지방정가에서는 재의요구 보다는 '조기 추경' 쪽을 사태수습의 현실적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도에서는 만약 재의요구를 하지 않는다면, 법규 및 감사원 지침을 어기게 되는 것이어서 공무원들이 문책을 받을 수 있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조만간 추경안 협의가 이뤄지고 그 속에서 '삭감된 예산의 조건없는 전액 부활'이 전제된다면, 재의요구의 원인은 소멸되기 때문에 이를 통해 합의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 의장이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추경 내라'는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에따라 앞으로 협의가 이뤄진다면 1636억원 규모의 '삭감 예산 전액 부활'의 전제조건을 의회가 수용할지 여부가 최대 주목되는 부분이다. 지방정가가 이구동성으로 '조기 추경'에 한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종전 계수조정을 백지화시키는 형태의 협의점이 마련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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